바야흐로 10월 20일. 날이 저물고 어둠이 내려앉은 저녁. 설렘으로 두근거리며 반반 비누를 개봉했다. 원래 20일 이후에 비누를 사용하면 된다고 했지만, 실수로 하루 일찍 개봉하게 되었다.
백차와 허브차 반반 스크럽 꽃비누
한지가 빳빳해서 포장지를 뜯는 게 마치 기성제품을 개봉하는 것처럼 너무 기분이 좋았다. 한지가 벗겨지자 마침내 어여쁜 실물이 눈앞에 나타났다.
두근거리는 첫 반반 비누의 개봉식. 한지가 서걱거리며 뜯겨지고 드디어 실물을 영접했다. 잘 건조된 비누는 달달하고 영롱하게 빛났다.
백차와 허브차 반반 스크럽 꽃비누는 정말 단단했다. 자스민 넥타 녹차 비누보다 건조기간이 조금 더 길었기 때문인지 경도가 훨씬 더 높았다. 그러다보니 실제로 사용할 때 물에 젖어도 건조가 빨리 잘 됐다. 아무리 건조시켜도 내구성이 떨어지면 질척하니까 쉽게 잘 마르지 않곤 하는데, 반반 비누는 탁월한 내구도를 자랑해서인지 굉장히 단단했고 한 번 건조시키면 오래 잘 갔다.
색은 사진으로 봤을 때처럼 딸기맛과 바닐라맛 아이스크림 그대로였는데, 건조되어서 그런지 색감이 좀 더 성숙하게 짙어져 있었다. 백차의 아이보리색도 바닐라맛보다는 오레오 맛처럼 보이기도 하고 고급스러운 대리암의 빛깔로 보이기도 해서 너무 우아했다.
욕실에서 찍은 반반 비누. 반짝이는 아이스크림 같은 차와 차의 경계는 부드러운 마블링이, 차 비누의 윗면에는 곱게 갈린 찻잎이 자리한다. 한 스쿱 떠서 먹어도 손색 없을 영롱함.
향은 부담스럽지 않게 라벤더 향이 잔잔하게 났다. 은은하고 연해서 가까이 다가가야 맡을 수 있었는데, 잘 건조된 만큼 응축된 게 느껴졌다. 자스민 넥타 녹차 비누보다는 향이 연한데, 자연스럽고 부드러워서 맡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서 힐링이 되었다.
그러다 비누를 계속 쓰다보면 차에 함유되어 있던 꽃이나 과일향이 섞여서인지 과자나 아이스크림 같은 향이 되었다. 정말 고소하고 달콤한 향기라서, 기존의 라벤더 향이 과일의 달콤함에 섞여서 약간 고소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비쥬얼도 예쁜 아이스크림 같았는데 향기도 아이스크림의 플레이버처럼 나서 너무 귀여웠고 더욱 빠져들게 되었다.
여기서 더 사용하다보면 아예 새콤달콤해져서 함유된 꽃잎과 과일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라벤더 향부터 아이스크림 향과 과일 향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고 감미로운 향의 변화가 신선하고 매력적이었다. 나중에는 얼핏 녹차향이 나는 것도 같았다.
반반 비누의 사용감은 그야말로 완벽 그 이상이었다. 오일리하고 뽀득했는데, 라벤더 오일 때문인지 시원했고 화~한 느낌이 들었다. 멘톨까지는 아니지만 자스민 넥타 비누보다는 더 시원했다. 발림성도 좋아서 저번 차 비누가 로션을 바르는 느낌이라면, 이건 마치 크림을 바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만큼 가볍고 부드러워서 계속 비누칠을 하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반반 비누는 크림을 바르는 것처럼 부드럽게 잘 발렸다. 거품도 하얗고 풍성하게 나서 극상의 발림성을 자랑했다.
스크럽도 기막히게 좋았다. 자스민 넥타 녹차 비누가 찻잎이 커서 스크럽 효과가 좋았다면, 반반 비누는 백차의 찻잎들이 갈려있어서 더 부드럽게 문질러져서 스크럽 효과가 톡톡히 났다. 두 차 비누들이 각각의 스크럽 느낌이 있어서 비교해가며 씻는 재미도 쏠쏠했는데, 이번 차 비누는 피부를 문지를 때마다 아주 말끔하게 비벼지는 감촉이 정말 좋았다.
N번째 차 비누에 콕콕 박혀있는 꽃과 과일, 야채 조각들. 아이스크림에 들어있는 쿠키나 견과류처럼 예뻤다. 비쥬얼 이상으로 스크럽 효과도 굉장했다.
비누에 노란색으로 콕콕 박혀있는 것들이 아마 백차의 오스만투스 꽃과 캐모마일 같았는데, 정말 고소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핑크가든 티에 꽃잎 뿐만 아니라 야채나 과일 조각도 들어있다보니 촉감놀이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비누에서 떨어진 장미 조각이나 파인애플 조각을 손으로 작게 부수는 재미가 있었다. 반반 비누 안에 이런 조각들이 있다보니, 스크럽할 때 표면에 나와있는 부분들이 비벼져서 더욱 시원해서 기분 좋았다.
두 번째 차 비누의 화룡점정은 거품이었다. 새하얗고 가볍고 부드러워서, 씻을 때도 굉장히 가볍게 씻겨내려갔다. 천상의 공기보다도 더 가벼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시중에 판매하는 일반적인 합성비누마냥 거품이 정말 크고 많이 나왔다. 그래서 세정력도 탁월하게 좋았는데, 지금까지 경험한 모든 비누들 중에서 최고였고, 이 부분에 있어서는 자스민 넥타 녹차 비누보다도 좋았다.
잠시 두 차 비누를 비교하자면, 자스민 넥타 녹차 비누는 더 밀키하고 오일리하며 농밀했다. 동백씨 오일 특유의 실키한 느낌과 더불어, 어느 정도의 농도와 밀도가 존재했다. 그리고 거품이 오밀조밀하고 섬세했다. 반면 백차와 허브차 반반 스크럽 꽃비누는 경도는 더 단단한데 덜 질척거렸고, 무척 가볍고 시원했다. 거품도 매우 풍성하게 잘 났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일반 합성비누처럼 거품이 뽀글뽀글 잘 나고 거품 방울도 컸다.
자스민 쪽이 오일리하고 보습력이 좋았다면, 이 차 비누는 세정력도 너무 좋고 그 다음 보습도 너무 좋았다. 손을 씻을 때마다 뽀독뽀독거리는 소리도 더 세게 들렸다. 두 차 비누가 각각의 특징들이 뚜렷했고, 세정력에 한해서는 둘 다 완벽했지만 반반 비누가 좀 더 인상적이었다.
씻을 때는 물보다 더 무게감이 없을 정도로 가벼웠다. 오히려 물이 더 무게가 있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다 씻고 나니 피부가 환하게 빛났고 미백효과도 났다. 자스민 넥타 녹차 비누가 펄감의 광택이 났다면, 반반 비누는 은은하게 환했다.
머리를 감을 때도 말이 필요 없었다. 몸을 씻는 것은 물론, 이걸로 머리를 감으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비누였다. 비누로 문지를 때마다 기분이 정말 좋았고, 감고 나자 극상의 보드라운 머릿결이 되어있었다. 머리카락이 말도 안 되게 부들부들해졌는데 말린 뒤에는 반반 비누 특유의 환한 윤기마저 흘렀다.
백차와 허브차 반반 스크럽 꽃비누의 거품. 일반 합성비누만큼 잘 나고 그보다 더욱 부드러웠다.
너무나도 성공적이고 완벽했기에, 만족감 이상으로 감탄이 흘러나왔다. 가볍기로는이때껏 사용해본 그 어떤 비누보다,자스민 넥타 녹차 비누보다도 가볍고 하늘하늘했으며 세정력도 극상이었다. 샤워를 하면 몸이 정말 가벼워져서 매번 하늘 위를 노니는 듯 청명하고 가뿐한 감각에 휘감겼다. 천상 위의 천상. 마치 성층권 같았다.
높디높은 가을 하늘 위, 아득한 천공에서 아름답게 꽃밭이 만발했다. 반반 비누의 황홀하리만치 맑고 하늘하늘한 희락에 날아갈 것처럼 가을이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