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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스푼 Nov 08. 2024

일상이 달라졌다


자스민 넥타 녹차 비누들도 여전히 있고, 동시에 아이스크림 같은 비쥬얼의 반반 비누들도 건조하는 꿈 같은 날들이 흘러가면서, 차 비누 자체가 생활에 깊이 스며들며 들어오는 것을 실감했다. 그러면서 나의 일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더욱 즐거워졌고 더욱 기대감을 품게 되었다.

앞선 4화에서는 차 비누를 '쓰면서' 경이를 느끼고 일상이 새롭게 달라졌다면, 이제는 계속계속 차 비누와 '함께하기에' 달라졌다. 초면에 이어 앞으로도 함께할 것을 알기에. 첫 번째, 두 번째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차 비누를 만들고 함께할 테니까.

비누 제작은 물 흐르듯이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S 공방과의 연락도 가족을 통해 순조롭게 주고 받았는데, 나중에 제작 사진들을 받았을 때 너무 예뻐서 몇 번이고 감탄하며 들여다봤다. 특히 비누가 낱개로 컷팅된 사진이 말로 다 못할 만큼 영롱하고 어여뻤다.

가족과 같이 구상했던대로 1층이 핑크가든 비누, 2층이 화이트 페탈 비누였는데 각각 분홍색과 아이보리색이었다. 마치 딸기 아이스크림과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한 스쿱씩 떠내 반반 섞어서 네모낳게 합쳐 놓은 것 같은 비쥬얼이었다. 분홍색은 코치닐을 조금 첨가했다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더욱 선연하고 달콤한 분홍빛이 감돌았다. 아이보리색은 놀랍게도 아무 것도 넣거나 별다른 가공 없이 천연으로 우러나온 색이었다. 백차와 너무 어울리는 색감이, 그것도 천연으로 나왔다니 내심 감동했다.


두 색상의 경계는 자연스럽게 마블링되어 있었고, 맨 윗면에는 백차의 찻잎들이 곱게 뿌려져 있었다. S 공방에서 찻잎을 갈아서 부드럽게 넣어보았다고 했는데, 나중에 스크럽할 때의 사용감이 무척 기대되었다. 보면 볼수록 달콤하고 귀여운 아이스크림 같아서 애정과 기대가 물씬 피어올랐다. 얼른 이 고운 비누를 받아보고 싶었다.

10월 초, 휴일들이 겹치면서 불가피하게 배송 일정이 약간 뒤로 늦춰졌다. 그 덕분에 S 공방 측에 비누가 조금 더 머무르게 되면서 건조되는 시일도 자스민 넥타 때보다 더 길어지게 되었다. 마침내 비누가 도착해서 개봉하는 순간 얼마나 두근거리던지! 비누들은 저번과 동일하게 한지로 정성껏 낱개 포장되어 있었는데, 무려 11개나 되어 놀랐다. 저번 차 비누보다 갯수도 1개가 많았는데, 건조도 더 잘 되어있는 것 같았다. 이미 며칠 더 건조되고 와서인지, 처음부터 모서리의 각도 더 빳빳하게 잘 잡혀있었다. 자스민 넥타 녹차 비누보다 두께도 더 두터웠고, 가로로 와이드하게 굵어서 좋았다.



건조 중인 백차와 허브차 반반 스크럽 꽃비누들


가까이에서 맡아보니 너무 좋은 라벤더 향이 은은하게 풍겨왔다. 나중에 가만히 있으면서 숨을 들이마시면, 그때 진하게 라벤더 향이 느껴졌다. 자스민 넥타 녹차 비누는 항상 자스민향이 진하게 났고, 그래서 물이나 음료를 마실 때면 마시는 것에도 향이 짙게 배어나곤 했다. 반면, 반반 비누는 방에 가득 향기가 진동하기보다는 의식적으로 향을 맡으려고 하거나 숨을 들이마실 때에야 비로소 진한 라벤더 향을 맡을 수 있었다.

비누들은 자스민 넥타 비누와 똑같이 하나씩 간격을 띄워서 세워놓고 건조시켰다. 10월 20일 이후에 사용하면 된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면서 일상도 행복하게 흘러갔다.



반반 비누가 예상치도 못하게 11개나 되어 놀라고 기뻤다. 자스민 넥타 녹차 비누에 비해 두께가 훨씬 두껍고 더 빳빳하게 각 잡힌 모습이었다.



백차와 허브차 반반 스크럽 꽃비누를 건조하는 동안, 자스민 넥타 녹차 비누도 하나씩 사용해가며 어느덧 마지막 한 개만을 남겨둔 때였다. 마지막 비누는 건조 중인 반반 비누들 옆에 함께 세워져 있었다. 그런데 자스민 넥타의 향이 워낙 진해서 11개나 되는 반반 비누들의 라벤더 향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일명 11대 1의 존재감이라고 할까. 마지막 비누답게 엄청난 위세와 강력한 발향에 감탄과 웃음이 나온 프닝 아닌 프닝이었다.

소소하게 뿌듯하고 행복한 일도 있었다. 쓰던 비누망이 어쩌다 찢어져서 새로 하나를 사야겠다 싶었다. 그러다 앞으로도 계속 차 비누를 쓸 텐데, 이 기회에 겸사겸사 한꺼번에 장만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기꺼운 마음으로 비누망을 대량으로 샀고, 구매는 대만족이었다.



새 비누망에 넣어본 마지막 자스민 넥타 녹차 비누


새 비누망은 그전까지 사용했던 것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거품도 더 잘 나서 정말 잘 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쁘게 쌓여있는 비누망들을 보니, 정말 차 비누와 매일을 함께하고 있고 미래까지도 함께할 것이라는 게 새삼스레 실감이 났다. 여담을 덧붙이면, 지금도 비누망은 차 비누와 함께 행복하게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오매불망 기다려온 반반 비누의 개봉식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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