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백차와 허브차 반반 스크럽 꽃비누에 흠뻑 빠져 지내는 나날이었다. 열을 맞춰 세워진 비누들을 하나씩 사용해갈 때마다 행복감이 차올랐다. 포장지를 벗겨 각지고 두터운 비누를 꺼내어 기분 좋게 씻으면서 매일매일 충실하게 행복을 맛보았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알아가게 되는 것도 있었다.
얇아진 반반 비누들. 윗줄과 아랫줄은 각각 다른 날에 찍었다.
백차와 허브차 반반 스크럽 꽃비누는 아무리 얇아져도 비누 안에 들어있는 찻잎이나 꽃잎, 과일 조각들이 쉽게 떨어지기는커녕 그대로 유지되었다. 워낙 내구도가 좋아서인지 스크럽은 물론 비누의 원형도 온전히 남아있었다. 그래서 아예 다 녹아 사라질 때까지 효능을 마음껏 누리면서 쓸 수 있었다.
자스민 넥타 녹차 비누도 마찬가지로 아무리 작고 얇아지더라도 본래의 형상과 효능이 계속 지속되었는데, 이때의 사진을 많이 올리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반반 비누의 얇아진 모습들이 담긴 사진들을 올림으로 그 아쉬움을 해소하게 되었다.
10월 동안 사용했던 반반 비누들을 여러 날에 걸쳐 찍었다. 아무리 얇아져도 비누칠과 거품은 그전과 동일함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아무리 비누가 작아지고 얇아져도 흰 거품들은 한결 같이 풍성하게 잘 났다. 위의 사진들만 봐도 알 수 있듯이,반반 비누의 완벽하고 압도적인 거품력은 변함이 없었다.크기와 무관하게 비누칠도 잘 돼서, 평소처럼 가볍게 문지르기만 해도 잘 발렸다. 비누망에 넣어 사용할 때는 말할 것도 없이 당연했다.
하늘하늘하게 가볍고 산뜻한 감각 역시 그대로였다. 그렇게 성층권 위를 노닐며 가을 한복판을 날아갔다. 백차와 허브차 반반 스크럽 꽃비누가 주는 천상 위 감흥을 누리면서, 너무 즐겁고 만족스럽게 사용했다.
쓰면 쓸수록 더 매혹되는 반반 비누. 포장지를 뜯고 난 직후도 아름답지만 물기와 거품기가 어린 비쥬얼도 가히 예술이다.
부드럽게 거품이 잘 나오는 건 물론, 비누에 들어있는 곱게 갈린 찻잎들이 기분 좋은 스크럽 효과를 가져다준다.
씻을 때마다 반반 비누와 함께 하면서, 기분 좋고 힐링 받는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핑크빛 스트로베리 아이스크림 같은 핑크가든 티와 쿠앤크 아이스크림 혹은 우아한 대리석 같은 화이트 페탈 녹차의 영롱함도 볼 때마다 행복하기 그지 없었다. 씻는 행위가 즐거워지고 가까워질 뿐더러, 형상을 감상하고 향기를 음미하는 모든 행위들, 씻기 전과 후의 시간들도 아울러 기쁨으로 가득해진다. 이만한 희락이 또 어디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일상이 경이로웠다.
반반 비누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바로 이 거품이다. 비누망에 넣어 비비면 손에 흘러넘칠 정도로 많은 거품들이 나온다.
문지르기만 해도 나오는 희고 부드러운 크림 같은 거품들. 비쥬얼도 완벽할 뿐더러 감촉도 사르르 녹아들어 기막히게 좋았다.
11월에 접어들며 가을도 더욱 완연해졌다. 10월 초에 도착했던 차 비누들도 어느덧 3개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한달 이상, 약 1000시간이 넘는 시간이 지나 있었다.
자스민 넥타 녹차 비누 때도 마지막 비누는 한달이 지난 뒤에 사용했는데, 그만큼 오래 건조되고 숙성되어서 사용감과 효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빛을 발했다. 그렇기에 이 마지막 반반 비누들도 한달 넘게 건조된만큼 얼마나 좋을지 너무 기대가 되었다.
마지막 3개의 비누들은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더 두툼해지고 더 빳빳하게 커졌다. 세워놓은 순서대로 더욱 빵빵했는데, 앞에서부터 차례로 '도레미'로 불렀다. 그중에서 '도'에 해당하는 첫 번째 비누를 떨리는 마음으로 개봉했다.
한달 넘게 건조된 3개의 비누들 중 첫 번째 비누 '도'
한달 넘게 건조되고 숙성되어선지 마지막 반반 비누의 형상과 사용감은 차원이 달랐다. 백차의 고급스러운 아이보리 색상이 우유빛처럼 변하면서 밀키한 광택마저 감돌아 마치 화이트 초콜릿처럼 보였다. 만져보니 진짜 단단하고 매끈매끈해서 정말 초콜릿 제형 같았다.
매끈하고 단단한 앞면과 상당히 두툼한 측면들. 색감부터 남다르다. 한달 넘게 건조된 진가가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대목.
매끈한 표면을 문지르니 쉽게 비누칠이 되었고 거품도 엄청 잘 나왔다. 그전처럼 풍성하게 나는 것은 물론, 아주 세밀하고 자잘한 거품들도 나왔다. 피부에 바르자 얇은 막이 덧씌워지는 느낌이었는데, 막 안쪽으로 물기가 가둬진 듯이 찰방했다. 거기다 가볍고 매끈해서 매트한 감각마저 들었다. 그러면서 보습과 촉촉하게 수분 보충이 한 번에 다 되는 듯했다. 물로 씻을 때 정말 가볍게 씻겨지면서 피부도 자연스럽고 기분 좋은 탄력감이 들었다.
그전에 반반 비누를 사용할 때도 몸이 정말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았는데, 한달이 넘도록 건조된 반반 비누는 비누칠과 거품의 무게감이 거의 공기처럼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가벼웠다. 색의 무게감으로 비유컨대 그전이 옅은 하늘빛과 물빛이었다면, 지금은 가볍고 산뜻한 무색에 가까울 정도였다.
내구도도 엄청 높아서 비누 안에 들어있는 찻잎이나 꽃, 과일 등의 조각들도 쉽게 떨어지지 않아서 스크럽도 정말 잘 됐다. 손으로 잡고 문지를 때마다 살짝 오일리한듯 가볍고 부드럽게 비누가 발리면서, 오돌토돌한 조각들이 스크럽되어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첫 번째 반반 비누도 어느 정도 건조가 되어서 그런지 자스민 넥타 녹차 비누 때보다 훨씬 더 오래 사용했는데, 마지막 반반 비누는 더 오랜 기간을 사용할 수 있어서 내심 놀랐다. 아무리 써도 단단한 제형은 변함이 없었고, 화이트 초콜릿의 느낌 역시 바래지 않았다. 오히려 보면 볼수록, 쓰면 쓸수록 자연스럽게 공기처럼 일상에 스며들어서 행복 안에 거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를 오롯이 실감하는 나날을 보냈다.
한달 넘게 건조된 비누들 중 두 번째 비누 '레'
마지막 반반 비누 중 두 번째인 '레'는 '도'보다 더 두껍고 두툼했고, 그만큼 더욱 확연히 숙성된 장점들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에서 두 번째 비누답게 더 길게 건조되어서 더욱 단단했던 만큼 예상보다 더 오래 함께할 수 있었다.
각각 정면, 윗면을 포함한 반측면, 뒷면을 찍었다
화이트 초콜릿을 굳힌 듯한 단단한 외형은 눈을 사로잡았고, 두 차의 경계도 초콜릿처럼 더 부드럽게 모호해지며 엉겨들었다. 아이스크림 같은 반반 비누에서 시선을 사로잡은 게 핑크가든 티의 영롱하게 반짝이는 분홍 빛깔이라면, 마지막 반반 비누의 시그니처는 화이트 초콜릿처럼 보이는 화이트 페탈 백차의 밀키하고 매끈한 아이보리색이었다. 달콤한 딸기맛 아이스크림에서 달디단 화이트 초콜릿으로 변신하다니. 반반 비누의 매력은 어디까지일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뿐일까. 촘촘하고 보드랍게 일어나는 거품들은 씻을 때마다 즐거움을 선사했다. 차 비누를 비누망에 넣어 몸에 대고 가볍게 문지르면 새하얗고 몽글몽글한 잔 거품들이 양껏 나왔다. 그리고나서 물로 씻으면 몸이 하늘을 부유하는 것처럼 천상의 가벼움을 맛보았다.
대미를 장식한 마지막 비누 '미'
그리고 드디어 정말 마지막 비누인 '미'를 개봉할 날이 찾아왔다. 백차와 허브차 반반 스크럽 꽃비누의 대망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비누였다. 자스민 넥타 녹차 비누도 마지막 비누가 역대급의 완벽함을 자랑했던 것처럼, 이 마지막 꽃비누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극치를 보여줬다. 지금껏 경험해본 반반 비누의 모든 효능과 특징을 고스란히 이어받음과 동시에 그 이상으로 아득하게 넘어가는 최고, 최상의 비누였다.
단단한 굳기는 말할 것도 없고, 윗면에 뿌려놓은 찻잎을 비롯해서 비누 안에 들어있는 여러 꽃잎과 조각들도 완벽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향기도 숙성된 만큼 다채로운 꽃향이 농후했으며, 빛깔도 핑크가든 티의 아이스크림과 화이트 페탈 백차의 초콜릿 색들이 매끄럽고 부드럽게 어우러져 아름다웠다. 특히 마블링이 오묘한 경계를 낳아 스트로베리 아이스크림과 화이트 초콜릿이 각기 공존하며 이어진 경관을 만들어냈다.
사용감은 말해 무엇하랴. 역대급으로 풍성하고 부드러운 거품들이 나왔으며 자연스럽게 나오는 찻잎들에 스크럽 효과도 굉장했다. 세정력도 너무 좋아서 씻는 내내 산뜻하고 말끔한 기분을 느꼈다. 천상 위의 천상처럼 모든 무게감을 희박하게 만드는 가벼운 감각도 단언컨대 압권이었다.
만약 자스민 넥타 녹차 비누의 마지막 비누가 남아있었다면, 둘을 번갈아 사용하며 각각이 주는 매력과 희열에 깊이 잠기는 날들을 보냈으리라.
마지막 반반 비누와 함께하는 동안, 세안과 샤워를 하는 매순간이 즐거웠다. 비누칠을 하고 그저 흐르는 물에 갖다대기만 해도 마법처럼 깨끗하게 물과 함께 흘러내려가며 씻겨졌다. 그럴 때마다 몸도 마음도 아울러 가벼워지며 행복이 찾아왔다. 이 브런치북의 제목처럼, 찻물로 씻어내는 하루가, 그런 매일이 행복하기 그지 없음을 다시금 깨닫는 순간들이었다. 그렇게 마지막 비누를 사용하며 아름다이 작별했다.
시중에 판매하는 기성 제품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많고 풍부한 거품을 자랑하는 마지막 반반 비누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8월말에 주문한 자스민 넥타 녹차 비누가 9월에 완성이 되고, 9월에 주문한 반반 비누는 10월에 쓸 수 있었다. 제작기간과 건조기간이 있으니 당연한 이야기다. 즉, 다음달에 쓸 비누를 미리 주문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짐작해보건대 다음에 주문하는 비누는 11월 말쯤에 쓸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 나온다.
11월 말이라고 하면 12월이 다가온다는 뜻이고, 12월이라고 하면 만인이 떠올리는 축일이 있을 것이다. 이 특별한 홀리데이 맞이를 준비하면서 올해는 조금 더 특별한 기념을 더해볼까 한다.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맑고 은은한, 네모나게 각진 차향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