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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스푼 Nov 29. 2024

축제의 시작


스티븐 스미스 티메이커에는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을 위한 특별한 차들이 있다. No.12 사일런트 나이트 허브차, NO.25 모닝 라이트 홍차, NO.31 호-호-호지-차이가 그것이다. 이 세 차는 홀리데이 어소트먼트 기프트세트로 묶여 판매되기도 한다. 넘버링만 봐도 특별한 연말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박하사탕 같은 허브차 사일런트 나이트는 12월 25일의 12, 모닝 라이트는 크리스마스 당일인 25, 호-호-호지-차이에는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담당하는 31이 붙어있다.



No.25 모닝 라이트 홍차. 크리스마스를 위한 스페셜 티인만큼 카튼도 그린 컬러에 번쩍거리는 광택이 눈부시다.



그중 모닝 라이트 홍차는 개운한 아침을 맞이하며 느긋하고 여유롭게 마시는 차로 잘 어울린다. 아침 빛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하루의 시작을 알리며 찬란하게 밝아오는 고요한 시간에 갖는 티타임의 운치란... 이루 말할 데 없는 평안한 기쁨일 것이다. 만약 졸음이 채 가시지 않았다면 한 잔을 마시면서 카페인으로 기분 좋게 잠을 일깨우며 아침 시간을 향유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모닝 라이트는 실론, 캐러멜라이즈된 아삼, 다즐링의 3종류의 홍차가 블렌딩되고 여기에 로즈마리와 카시아 한 조각, 블랙커런트 천연 향료를 넣었다. 맛과 향이 좋고 인기도 많은 차들을 넣어, 마치 차들의 축제와도 같은 차다.

이 차로 크리스마스 비누를 만들려고 한다. 다가올 축일을 성대하고 특별하게 기념하기 위해서.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그 어떤 때보다도 더욱 특별한 날이 될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내가 사랑하는 차 비누와 함께하니 말이다.



카튼 뿐만 아니라 샤세가 담긴 봉투도 광택으로 빛난다. 모든 사진들은 떠나보내기 전, 마지막으로 찍은 고별 사진들이다.



모닝 라이트 홍차 외에 비누에 어떤 재료를 더 넣을지 즐겁게 고민했다. 그 비누에 딱 어울릴 만한 재료를 골라 넣은 것은 자스민 넥타 녹차 비누부터 내려온 유구한 기쁨이자 행복이었다. 여러 후보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로즈마리 오일, 다시마 분말, 병풀 분말을 선정했다. 모닝 라이트가 차들의 축제라면, 차 비누 역시 비누의 축제가 되게 하고 싶었다. 좀 더 로즈마리 향을 가미하고 싶기에 로즈마리 오일을 택했고, 여기에 다시마 분말과 병풀 분말을 넣어 더욱 다채롭게 원료들을 구성해서 정말 축제처럼 만들고 싶었다.
 
다시마 비누와 병풀 비누를 썼던 경험들이 좋았던 것도 이에 한몫했다. 다시마 비누는 매우 쫀쫀하고 점성 있게 달라붙는 특유의 질감과, 뛰어난 세정력을 갖춰 흡족하게 사용한 경험이 있었다. 병풀 비누는 순하고 부드러우면서, 씻을 때 뽀독거리며 잘 씻겼고 마찬가지로 사용감이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가족을 통해 S 공방과 상담을 해보니 다시마 분말과 병풀 분말을 다 넣게 되면 거품이 적어질 게 우려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다시 고민에 잠겼다. 차들의 축제처럼 비누의 축제를 하고 싶었는데, 어쩌지? 이 콘셉트는 그대로 가져가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처음부터 모닝 라이트라는 차에 맞춰서 어울리는 걸 생각해보기로 했다. 로즈마리 오일은 이미 넣기로 했고, 계피를 넣으면 혼자 너무 두드러질 것 같고, 어쩐다...

그러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바로 마르세유 비누였다. 마르세유 비누는 올리브 오일이 72% 이상 함유되는 비누로 매우 순하고 보습력이 좋다. 올리브 오일이 아니라도 한 가지 오일이 72% 이상 사용되어도 마르세유 비누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번 차 비누는 올리브 마르세유 비누로 만들자.


실론, 아삼, 다즐링의 맑디 맑은 홍차들의 모임과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너무나도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마 분말과 병풀 분말을 빼고, 올리브 오일을 넣어 마르세유 비누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당초 계획했던 것에 비하면 충격적인 반전에 가까울 정도의 선회였으나 생각하면 할수록 이거다! 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야말로 축제의 시작이었다!

뛸 듯이 기쁜 마음으로 곧장 주문을 넣었다. 막힘 없이 진행되었고 주문은 대성공이었다. 벌써부터 크리스마스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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