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는 순조롭게 제작되었고, 11월 6일 완성된 비누가 도착했다. 이번에도 백차와 허브차 반반 스크럽 꽃비누 때처럼 11개의 비누들이 도착했다. 도착했을 당시, 로즈마리 냄새가 잘 안 느껴지나 싶어서 가까이 가보니 조금 연하게 로즈마리 향이 풍겼다.
이때까지의 차 비누들 중에서도 역대급으로 두툼하고 빵빵해서, (심지어 바닥조차 부풀어 있었기 때문에) 건조하기 위해 세우려고 할 때 몇몇은 균형을 잃고 쓰러지기 일쑤였다.어떻게든 11개의 비누들을 잘 세워놓고 건조를 시작했다. 11월 20일부터 사용하면 된다고 들어서, 그전까지 마치 크리스마스 어드벤트 캘린더를 여는 심정으로 기다리게 될 것 같았다.
S 공방에서 너무 감사하게도 프리미엄 곡물 비누와 비누망, 집게 걸이까지 보내주셨다. 비누망은 나중에 첫 번째 비누를 쓰게 될 때 사용하려고 건조 중인 홍차 비누들 옆에 나란히 놓아두었다.
드디어 학수고대하던 20일이 되었다! 자정에 맞춰 첫 번째 모닝 라이트 홍차 비누를 개봉했다.
모닝 라이트 홍차 비누는 초코 파운드 케이크 같은 비쥬얼이었다. 안에 들어있는 찻잎들이 마치 건포도가 콕콕 박혀있는 것처럼 보여서 크리스마스 케이크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마르세유 비누지만 반전처럼 스크럽 효과가 있으면 신선하게 좋을 것 같아서, 비누 안에 찻잎을 넣어달라고 주문했다. S 공방 측에서 부드럽게 갈아넣겠다고 했는데, 상상 이상으로 멋진 비쥬얼의 비누가 탄생해서 무척 행복했다. 전체적으로 브라운인 색감도 달콤하고 따스해서 크리스마스에 잘 어울렸다.
향은 미약했지만 거품을 내니 은은하게 감돌았다. 코를 박아야 겨우 로즈마리 향이 나는 정도였는데, 그 미미한 향기를 홍차 향이 진하게 뚫고 나왔다. 맑고 시원하면서 홍차의 뒷맛처럼 살짝 씁쓸한 향이었다. 홍차의 풍미가 고스란히 다 묻어나는 듯한 느낌이었다. 물로 다 씻으면 신기하게도 씻은 부위에서 로즈마리의 허브 향이 시원하게 감싼 홍차 향이 났다. 비누가 반으로 줄었을 때는 모닝 라이트 홍차에 카라멜라이즈 된 아삼이 들어가서 그런지 카라멜 된 홍차 향이 진하게 풍겼다.
평균적인 사용감은 촉촉하고 순했으며, 그렇다고 세정력에 부족한 점은 전혀 없었다. 손을 시원스레 비비거나 피부를 문지를 때마다 뽀독뽀독 소리가 날 정도로 잘 씻겨졌다.
특히 거품이 너무 예뻤다. 비눗방울 놀이를 하는 느낌이었다. 거품 자체는 눈밭 같아서 눈처럼 잘 나는데, 이와 대조적으로 비눗방울이 좀 크게 나와서 마치 비눗방울 놀이를 할 때처럼 큰 거품들이 생겨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거품은 쫀쫀하고 약간 갈색기가 감돌았는데, 사용감 자체도 비눗방울 거품 놀이를 하는 것 같았다. 흰 눈을 만지는 것처럼 부드럽고, 로션처럼 꾸덕한 감도 있었으며, 마치 베이킹을 하는 것처럼 초코 크림을 만지는 느낌도 들었다.
스크럽 효과도 환상적이었다. 자스민 넥타 녹차 비누는 안에 찻잎 스크럽이 일부에만 들어 있었고, 백차와 허브차 반반 스크럽 꽃비누의 경우 전체적으로 스크럽이 있었지만 백차와 허브차를 절반씩 넣다보니 스크럽 종류가 반반이었다. 이제까지도 스크럽이 뛰어나긴 했는데, 이번 홍차 비누는 스크럽 효과가 가장 정석적으로 좋았다. 일부만 갈린 홍차 잎이 그대로 비누 전체에 들어가 있다보니, 굵기도 적당해서 각질이 잘 밀리는 것 같았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스크럽 비누 제품처럼 스크럽 효과가 엄청났다. 스크럽이 전체적으로 있어서 비누망을 쓰지 않고 단지 비비기만 해도 거품이 잘 났고, 스크럽 덕분에 큰 거품들이 많이 생겼다. 마찰이 너무 잘 돼서 오히려 비누망을 빼고 쓰게 될 정도였다. 비누를 쓰다보니 크기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 때도 스크럽 효과는 여전히 좋았다.
마르세유 비누답게 정말 순했고 씻고나니 매우 촉촉했다. 풀잎처럼 순하고 자연적인 느낌이 들었다. 이때까지의 비누들 중에서 가장 촉촉하고 부드럽게 씻겼다. 그리고 비누와 비누 거품은 홍차 향이 났는데, 씻고 난 뒤 잔향에서는 시원한 로즈마리 향이 났다.
그전의 두 차 비누들은 동백 오일이 함유되어 있었다. 동백 오일이 엄청 부드럽게 만들고 코팅감을 뛰어나게 하는데, 그래서 머리를 감고 나면 윤기도 흐르고 머릿결이 상당히 부드러워졌다. 이번 홍차 비누는 동백 오일은 안 들어갔지만 마르세유답게 되게 순했고 풀잎 같은 느낌이 들었다. 머리카락도 어느 정도 유연해졌고 말끔하고 시원하게 씻겨지긴 했다.
추운 겨울, 나를 포근하게 감싸고 달래줄 것 같은 비누였다. 눈을 뜨기 어려운 아침에 이 비누로 모닝 샤워를 하면 부드럽고 말끔하게 일어날 수 있을 거 같았다. 축일의 아침까지 행복하고 따스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홍차 비누와 함께하는 카운트 다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