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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나, 그림책, 너 ___ 같이 읽는 사이

by 수키

친구 하나 없는 낯선 동네로 이사하고 내가 가장 처음 한 일은 동네 책방을 찾는 것이었다. 멀지 않은 곳에 그림책 전문 책방이 있었다. 처음에는 마냥 그 공간이 궁금해서 방문했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책방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수업을 들으며 연을 이어가고 있다. 나의 아이도 책방 선생님이 운영하는 독서 교실을 다니고 있다. 우리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이 책의 바탕이 되는 대부분의 글쓰기도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작년 한 해 동안 여러 그림책을 읽고 나눈 이야기는 내 노트북에 저장되어 있다. 수업이 있는 날이면 아이에게 어떤 책을 읽었는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꼭 말한다. 아이는 매번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해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의 글 작가 조던 스콧의 강연회에서 그가 해 준 말이 마음 깊이 와닿았다. “어렸을 때는 이해한 것을 알 수 없었죠. 떠다니는, 손에 잡히지 않는 경험들로 인해 경험과 경험의 진실이 시와 언어로 하나가 되었어요. 나는 글을 쓰면서 그것들을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나 역시 사람들과 같이 그림책을 읽는 사이 과거들이 되살아났고, 그때의 순간들을 글로 적어 가면서 알지 못했던 것들을 점점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