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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파이팅!

#하늘을날고싶은아기새에게 #피르코바이니오 #토토북

by 수키
‘내 아기 새에게 나는 무엇을 알려줄까?’
‘아기 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이는 어떤 세상을 만나게 될까?’


이사를 했다. 20대 때부터 혼자 자취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전 동네에서는 꽤 오래 살아서인지 이사한 동네에 영 정이 붙지 않았다. 오죽하면 전 동네에서 알고 지낸 아이의 친구 엄마에게 그 동네가 너무 그립다고 우는소리를 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좋아하는 걸 시작하자고 다짐했다. 다행히도 동네에 작은 책방이 있었다. 3층에 자리 잡고 있어서 눈에 띄지는 않지만, 책방 사장님은 꽤 편안한 인상을 주었다. 서가를 살펴보다가 아이에게 읽을 책을 골라달라고 부탁했다. “저희 아이는 겁이 많아요.” 늘 다른 사람들에게 아이 이야기를 꺼낼 때면 시작하게 되는 한마디. 부모 걱정은 끝이 없다고 하는데 아직 아이가 겁이 많은 게 제일 안타까웠다. 어떤 책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 어려워 보이던 서가에서 사장님이 쑥 빼서 건네준 피르코 바이니오의 《하늘을 날고 싶은 아기새에게》.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나도 아이가 맘껏 하늘을 날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저녁 우리는 침대에 함께 누워 책을 읽었다. 이야기는 여러 장으로 나뉘어 있지만 한 장으로 모으면 멋진 시일 것 같은 따듯한 분위기의 문체가 마음에 들었다. 나도 나지만 아이 역시 새로운 동네에서 다시 새로운 유치원으로 가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용기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는 읽어주는 책을 가만히 듣다가 다 읽고 난 뒤, 울먹이며 “엄마, 나도 사랑해.”라고 나를 꼭 안아줬다.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건 참 어렵다. 일단 시작은 했으나 그 끝을 알 수 없기에 지금 내가 하는 게 맞나 계속 의심하게 된다. 한창때는 늘 과감하게 시작했는데 이제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혼자 있는 시간보다 둘이 있는 시간이 더 많다 보니 내가 하고 싶은 일 것보다는 해야만 하는 일을 선택했다. 그러다 보니 새롭게 도전하는 것에 두려움이 앞섰다. 조심성이 많은 아이는 무엇을 하든 “엄마가!”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산책하다가 꽃향기를 맡을 때, 지나가는 개미를 구경할 때, 친구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아이는 늘 망설였다. ‘저래서 자기 할 일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아이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종종 묻는다. 어릴 적부터 기차를 좋아하던 아이는 기차 만드는 사람이 될 거라고 했다. 다음 해에도 그다음 해에도 아이의 꿈은 기차 만드는 사람이 빠지지 않았고 건축가 혹은 기관사 혹은 할 수 있다면 요일별로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던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어서 고민이 많아졌다.


“요즘 꿈은 뭐야?”

“모르겠어.”

“왜?”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어?”


마치 다 큰 어른의 대답처럼 느껴졌다. 한창 세상이 재미있을 나이인데 자꾸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목표를 물어보는 것이 부담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럼, 일단 네가 좋아하는 걸 계속해.”


내가 쓰는 방법이다. 뭘 해야 할지 모를 때는 일단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게 경험상 이득이었다. 걱정한다고 풀릴 세상일도 아니고 어차피 하루의 시계가 24시간 흘러간다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뭐라도 하는 게 마음이 편했다. 아이는 심심할 때 레고를 가지고 놀거나 그림을 그린다. 그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아이의 작품을 칭찬한다. 아이가 웃는다. 그렇게 아이의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인생이 그렇다고. 알다 가도 모르겠고, 모르겠는데 알 때가 온다고 말해 주고 싶지만, 아이에게는 알 수 없는 엄마의 이상한 말이겠지. 다행히 아이의 걱정은 다음 날이 되면 사라진다. 아이와 나는 아침마다 식탁에 앉아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간단한 식사를 하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등교하는 아이에게 말한다.


“오늘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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