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남긴선물 #마거릿와일드 #론브룩스 #시공주니어
‘죽는다는 건 왜 무서울까?’
‘나는 죽을 때 무엇을 남길까?’
‘나는 가족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작년 2월 첫째 큰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8월에 둘째 큰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둘째 큰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빠는 우울해 보였다. 평소와 다르게 잠이 많아지고 식사도 잘하지 못했다. 일을 하면서도 짬이 나면 밭일까지 하던 활동적인 아빠였다. 조금이라도 아빠의 마음을 달래 줄 수 있는 다정하고 따듯한 위로의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다행히 아빠의 마음은 차차 회복됐다). 형제의 죽음을 지켜보는 남은 가족의 마음을 헤아려보려고 애써봤지만 어려웠다. 사랑하던 사람의 죽음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슬퍼지지만 막상 그런 일이 나에게 생긴다면 슬픔의 감정보다는 그 사람의 빈자리에 대한 공허함이 더 크게 다가올 것 같다고 짐작만 할 뿐이었다. 큰아버지들의 장례를 지켜보면서 마음 한편이 쓸쓸해졌다.
아이가 생기고 본의 아니게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됐다.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 순간이나 죽음에 관한 질문을 툭 던진다.
“사람은 왜 죽는 거야?”
“사람은 죽으면 하늘나라에 가?”
“죽지 않고 계속 살 수 없어?”
이런 질문을 던질 때마다 겨우 7년 살았는데 벌써부터 죽음에 대해 걱정하는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진지한 모습에 신중히 대답하려고 며칠씩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다.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는 감정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현재의 삶에 대해 집중할 수 있도록 대답해 주려고 노력했다.
“물건을 오래 쓰면 낡듯이 사람도 그래. 오래 살다 보면 아프고 병들어서 죽게 돼.”
“하늘나라는 사람들이 상상해서 만들어 낸 동화 속 이야기야.”
“하늘나라는 사람들이 상상해서 만들어 낸 동화 속 이야기야.”
“만약 죽지 않고 계속 산다고 생각해 봐. 다른 사람은 다 죽을 텐데 행복할까?”
“죽을 때가 있어야 더 열심히 살게 되는 거야.”
“죽는 건 당연한 거야.”
죽음에 관해 물을 때마다 이런 이야기를 또박또박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아이 덕분에 나는 죽음에 대해 조금 덤덤해진 것 같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죽음을 덜 두려워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관련된 그림책을 종종 찾아보곤 했다. 책방에서 죽음을 소재로 다룬 그림책 중에서 잘 만들어진 책이라며 추천받은 《할머니의 마지막 선물》을 아이와 함께 읽었다.
“너는 내가 죽으면 어떻게 슬퍼할 거야?”
“엄마가 좋아하는 커피랑 맥주랑 줄게!”
“좋은데?”
“또 엄마가 좋아하는 게 뭐가 있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알려주었다. 그림책도 읽어주고, 내가 좋아하는 TV 만화도 틀어달라고 했다. 아이는 좋은 생각이라며 깔깔 웃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엄마가 죽은 날이 아닌 태어난 날에 생전에 좋아하던 것들을 하나씩 해달라고 했다. 아이와 죽음에 대한 철학책 《사람이 죽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도 함께 읽었다 (우리는 죽음에 꽤 진지한 편이다). 아이가 울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다는 건 슬픈 일이 맞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하지만 우린 지금 이렇게 함께 누워서 책을 보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죽을 날을 생각하며 미리 걱정하기보다는 서로 마주 보며 웃을 수 있는 오늘을 잘 지내자고 이야기해 주었다.
내가 죽었을 때 남은 가족들이 마지막 날이 아닌 열심히 살아온 날에 대해 기억해 줬으면 한다. 누군가를 영영 볼 수 없는 죽음이라는 것은 슬프기 마련이지만 내 마지막 날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덜 슬퍼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선물이 될 이 책이 가족들 곁에 오래오래 남아있을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