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새 #제르마노쥘로 #알베르틴 #리젬
내가 발견한 작은 것은 무엇일까?
그림책 《작은 새》는 평소와 똑같다고 생각하는 날 한 남자가 캄캄한 트럭 짐칸의 구석에 있던 작은 새를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작은 새는 트럭 문을 열어 주어도, 남자가 하늘로 날아가라고 가르쳐 주어도 남자의 옆에 오도카니 있을 뿐, 다른 새들처럼 날아가지 않는다. 남자도 그런 작은 새를 바라보다가 옆에 앉아 함께 같은 곳에 시선을 두고, 자신의 주머니에서 빵을 꺼내 작은 새와 나누어 먹는다. 빵을 다 먹은 남자는 다시 한번 일어서서 자신의 양팔을 퍼덕거리며 달려가다가 넘어진다. 작은 새는 그런 남자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드디어 날개를 펼치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그렇게 이야기는 끝날 거라고 짐작했지만 하늘로 날아가던 작은 새가 다른 새들과 함께 남자에게 되돌아온다. 그리고 남자를 데리고 함께 하늘로 향한다. 자신의 양팔로는 날지 못했던 남자는 작은 새를 만나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작은 것 하나가 세상을 바꿉니다.’라는 문장으로 끝나는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최근에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이어진 나의 모습이 자연스레 연결되었다.
5월 한 달 동안 고덕평생학습관에서 시민옹호활동가 양성교육을 받았다. 새로운 것을 배우기 전에 고민을 길게 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 교육을 받기로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교육은 일주일 중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림책으로 철학하기> 수업과 시간이 겹쳤고, 평소 운전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서울까지 가야 한다는 점이 나를 망설이게 했다. 그 망설임에는 ‘나는 왜 이 수업을 들으려고 하는 걸까?’의 근본적인 질문으로 시작해서 ‘새로 배우는 것이 지금 듣는 수업을 빼먹을 만큼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일까?’, ‘이 교육은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의 실리적인 질문으로 이어졌다. 고민을 하면 할수록 머릿속은 복잡해졌고 명쾌하게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아이에게 이런 나의 마음을 털어놓으니 “새로운 걸 해봐야지!”라고 왜 그런 걸 고민하냐는 듯이 말한다. 나는 그렇게 ‘일단 한 번 가보자!’라는 마음으로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첫 수업이 있던 날, 교육 담당자는 나에게 이 수업을 어떻게 알게 되었느냐고 물었다. 나는 어린이 책을 읽는 모임에서 장애인식개선 관련 책을 읽고 있는데 장애인에 대해 더 알아야겠다고 생각해서 이 수업을 신청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내 대답을 듣던 담당자는 시민옹호활동가에 대해 관심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말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왜 장애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장애인에 대한 나의 적극적인 관심의 시작은 아이가 네 살 되었을 무렵, 휠체어를 가리키며 그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이었다. 한창 세상에 관심이 많았던 아이의 평범한 질문이었고, 나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을 했는데 그 순간의 기억은 지금까지 오래 이어지고 있다. 그날 아이의 질문은 장애인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 ‘보통’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벗어나는 모습들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의 질문으로 남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린이 책을 읽는 모임을 하던 중에 ‘장애인식개선’을 주제로 하여 2주에 한 번은 지역의 장애인복지관과 함께 책을 읽는 모임을 시작했다. 몇 번의 모임에서 나는 ‘이렇게 책을 읽는다고 내 인식이 달라질까?’라는 질문이 생겼다. 그렇게 생긴 질문을 품고 지체 장애인 작가가 자신의 삶에 대해 쓴 에세이의 북토크에 가게 되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장애인이었던 그는 모든 것을 통달한 듯 유쾌하게 북토크를 진행했고, 훈훈한 분위기에서 마무리될 거라고 생각한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강연을 듣던 중에 크게 한방 먹고 말았다. 작가는 미리 받아두었던 여러 개의 질문을 확인하며 북토크를 진행하던 중에 “살면서 장애인 친구 한 명 없으면 반성하셔야 돼요.”라고 말했다. 나는 그곳에 가기 전에 사전 질문으로 ‘왜 우리 주변에서 장애인을 볼 수 없을까요?’라고 남겼는데 장애인 친구가 없으면 반성하라는 작가의 말이 마치 나를 향한 것 같아 장애인의 삶에 대해 무지했던 자신이 부끄럽다고 생각했다. 나는 주변에서 장애인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환경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그들이 나올 수 없었던 이유는 사회의 시선 때문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그들에게 함께 할 수 있는 틈을 내어주었을까?
시민옹호활동가 양성교육이 진행되던 세 번째 강의에서 다시 김형수 작가를 만났다. 나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책에 사인을 받으며 그날 북토크에서 했던 말이 나를 이곳으로 오게 했다고 말했다. 그리도 다음에 또 만나고 싶은 마음을 전하고 돌아왔다. 활동가 교육을 받고 온 날이면 아이는 수업이 어땠느냐고 물어본다. 나는 재미있었다고 말하며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을 아이에게 이야기한다.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듣다가 자기 반에 있는 친구도 그럴 때가 있다며 연신 놀라워한다. 그렇게 아이에게도 새로운 세계의 ‘관심’이 전해진다. 4주간의 교육을 마치고 수료증을 받았다. 교육 담당자는 활동가를 할 의향이 있느냐 물었고, 나는 그렇다고 말했다. 그 대답은 또 나를 어떤 세계로 데리고 갈까? 어두운 트럭 안에 있던 작은 새, 그 새는 까만색이라 캄캄한 곳에서는 잘 눈에 띄지 않았다. 그날 트럭 운전수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더라면 그 새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늘을 날아보지 못하고 그대로 트럭 짐 칸의 좁은 세계에서 웅크리고 있지 않았을까? 평소와 똑같다고 생각되는 날,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면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고, 그 발견은 우리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이야기를 담은 이 그림책은 우리가 세상을 향해 어떤 질문을 가져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내가 시민옹호활동가 양성교육을 알게 된 것도, 지체 장애인의 북토크에 가게 된 것도, 장애인식개선 독서 모임을 시작한 것도,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모두 나의 마음에서 들려온 작은 질문을 품고 살아온 덕분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