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바람이 달라졌다.
여름의 무더위는 잊혔고, 하늘은 높아져 어디까지나 맑았다. 하늘과 가까워진 구름은 마치 무거운 짐에서 벗어난 듯 가벼워 보였다.
바깥의 가을 풍경은 창문 너머에서만 스쳐 지나갔다. 책상 위에 놓인 컴퓨터, 쏟아지는 이메일과 업무 지시는 어느덧 가을을 잊게 만들었다. 나의 하루는 무채색이었다. 천고마비의 계절은 직장인에게 그저 또 다른 바쁜 하루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창 밖 하늘은 언제나 높았다. 회색 빌딩 사이로 비치는 하늘은 마치 나를 부르는 듯했다. 그곳엔 바람이 있었고, 무거운 삶의 무게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 자유로움이 있었다. 나는 가끔씩 창가에 서서 그 하늘을 바라보곤 했다.
나는 자리에서 잠깐 숨을 돌리러 밖으로 나왔다. 그곳에는 그동안 잊고 지냈던 가을의 냄새가 있었다. 선선한 바람이 나의 뺨을 스쳐 지나가고, 하늘은 여전히 높고 맑았다. 나는 그 순간, 자신이 얼마나 답답한 일상에 갇혀 있었는지를 깨달았다. 바쁜 업무와 끝없는 경쟁 속에서 나는 스스로를 잃고 있었다. 마치 무거운 짐을 지고 달리는 말 같았다. 천고마비라 했던가, 배부른 말과는 달리 나는 점점 말라가고 있었다.
"이대로 괜찮을까?" 문득 하늘을 올려다본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나는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날 이후로 나는 매일 점심시간에 잠시라도 창밖 하늘을 보며 숨을 고르기로 결심했다. 언제나 바쁜 일상이었지만, 하늘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천고마비의 계절은 단지 가을의 다른 이름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에게, 그리고 모든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숨 쉴 틈'이었다. 비록 짧은 순간일지라도, 그 하늘을 보며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조금씩 채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0월 그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