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그 어느 날
11월 쓸쓸함, 따스함 獨白
11월의 출근길은 늘 조금씩 다르다.
공기에서 묵직하게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은 분명히 어제와는 다른 오늘을 말해준다. 가을은 아직 떠나지 않은 듯 여기저기 남아 있지만, 겨울은 분명히 곁에서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가을의 노란 낙엽들이 한두 장씩 바닥에 나뒹구는 걸 보면,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계절이 바뀌어 가고 있음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출근길에서 느껴지는 아침의 바람은 이제 가을 특유의 포근함을 잃고, 날카롭고 차갑게 내 피부를 스치고 지나간다. 어느새 옷깃을 여미고 주머니 속으로 손을 넣게 되는 이 계절, 겨울이 다가오면서 마음도 서서히 움츠러드는 것 같다. 이런 계절의 변화 속에서, 나의 일상은 어느새 이 바람처럼 단단하게 굳어지고, 때론 따스함이 부족해진다.
길을 걸으며 주변을 둘러본다. 어느새 가로수들은 낙엽을 거의 다 내려놓았고, 그 앙상한 가지들 사이로 아침 햇살이 희미하게 비쳐 들어온다. 차가운 공기와 이른 아침의 바람을 맞으면서도, 어쩐지 이 햇살에는 따스함이 담겨 있다. 겨울이 다가올수록 빛은 짧아지고 차가운 그림자는 점점 짙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순간의 햇빛은 그저 그 자체로 작은 위로가 된다.
도시의 겨울 아침은 복잡하면서도 쓸쓸하다. 출근길을 재촉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속도로 빠르게 걸어가고, 얼굴에는 무언가 묵직한 생각들이 드리워져 있는 듯하다. 그 모습들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이 도시의 겨울이 지닌 쓸쓸함이 더욱 깊게 다가온다. 여름의 활기와 가을의 풍성함이 지나고, 이제 남은 것은 겨울의 고요한 한기가 전해주는 고독감이다. 모든 것이 더 단순해지고 차가워지는 이 계절 속에서 나 또한 어쩐지 조금은 고독을 느낀다.
세월이 흐르면서 매년 맞이하는 겨울은 조금씩 다르게 다가온다. 젊을 때는 겨울이 그저 신선하고 차가운 계절이었지만, 이제는 그 차가움 속에 감춰진 시간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11월의 겨울바람 속에는 이미 지나간 가을에 대한 아쉬움과 다가올 겨울에 대한 설렘, 그리고 또 다시 일 년이 지나가고 있다는 감정들이 뒤섞여 있다. 이 차가운 출근길 속에서, 나는 매일 조금씩 시간의 흐름을 실감하고, 내게 남은 계절들을 하나씩 세어보게 된다.
하지만 이런 겨울의 차가운 아침에도 여전히 따뜻함은 존재한다. 그 따뜻함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문득 길가에서 느껴지는 한 줄기 햇살, 혹은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숨소리, 그리고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 한 장에서조차 작은 따스함이 느껴진다. 차가운 바람에 닿을 때는 힘겨운 아침도, 가끔씩 느껴지는 이 소소한 따스함 덕분에 버틸 수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순간은 마치 나를 감싸주는 이불처럼 잠시나마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다.
겨울의 출근길에서 느끼는 감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차갑지만 따뜻하고, 쓸쓸하지만 또 동시에 평온하다. 이 시간 속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무게를 가지고 걷고, 어쩌면 나 역시 그렇게 이 도시의 겨울 속을 걸어가고 있다. 어제와 똑같이 반복되는 출근길이지만, 그 속에서 하루하루 느끼는 감정은 다르다. 가끔은 더 차갑게 다가오고, 때로는 더 따스하게 다가온다.
도시의 겨울은 여전히 매섭고 차갑지만, 우리는 이 속에서도 나름의 온기를 찾아내고 있다. 출근길에서 다가오는 찬 바람 속에서도, 잠시 빛나는 햇살을 보며 그 작은 따스함에 기대어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