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그 어느 날이었다.
하늘은 푸르렀지만, 아직 새벽의 서늘함이 남아 있었다. 나는 집을 나서며 깊게 한숨을 쉬었다. 회사까지 이어지는 길은 늘 그렇듯 반복되는 풍경이었다. 나는 어제와 똑같은 가방을 메고, 똑같은 셔츠를 입고, 똑같은 길을 걸었다. 그러나 오늘은 유난히 마음이 무거웠다.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느려졌고, 잠시 멈춰 서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파란 하늘 아래로 잔잔한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평화롭고, 한편으로는 왠지 모르게 그리웠다. 나는 문득, 이 하늘을 보며 나의 어릴 적 꿈꾸던 미래를 떠올렸다. 어딘가 자유롭고 행복했던 그 시절. 지금의 나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지하철이 도착할 시간이 가까워지자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역으로 들어서면 늘 그렇듯 붐비는 사람들 속에 섞여 나의 존재는 사라졌다. 수많은 직장인이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같은 표정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지하철 안에 타니 사람들이 하나같이 스마트폰을 응시하고 있었다. 나도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꺼내 들었지만, 특별히 볼 것도 없었다. 그저 스크롤을 내리며 시간만 흘러갔다.
역에 내려 회사로 향하는 길. 나는 무심코 주변을 둘러봤다. 거리 곳곳에는 가을꽃들이 피어나고 있었고, 아직 늦여름의 더위가 남아 있었지만, 바람은 차가운 기운을 머금고 있었다. 나는 그 바람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회사에 도착해 컴퓨터를 켜고, 어제 마무리하지 못한 일을 다시 시작했다. 화면 속 엑셀 표가 그의 눈앞에 펼쳐졌고, 나는 그 속에 매몰되었다. 그러나 한쪽 마음 구석에선 계속 무언가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시간은 느리게 흘렀고, 하루가 길게만 느껴졌다.
점심시간이 되자 창가 쪽 자리에 앉아 있던 동료가 말했다. "오늘 하늘 정말 예쁘지 않아? 가을이 오긴 했나 봐." 나는 문득 그 말을 듣고 창문을 바라봤다. 푸른 하늘, 그리고 그 아래로 부드럽게 흐르는 바람. 나는 가슴속 깊은 곳에서 잠시 잊고 있던 따스함을 느꼈다. 여전히 우울함이 가득했지만, 동시에 그 속에서 작은 희망의 빛도 보였다. 지금은 이 반복되는 일상이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어쩌면 조금씩 변할 수 있지 않을까.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길, 그는 짧게나마 하늘을 바라보았다. 가을이 시작되고 있었다.
나에게 가을은 어쩐지 조금 쓸쓸하고, 무언가가 끝나버린 듯한 느낌을 주었다.
9월 그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