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은 여름휴가의 절정기다.
이 시기를 벗어나면 더운 날씨는 여전하지만, 회사는 그만큼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8월 초나 중순에 휴가를 계획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바쁜 업무 속에서 며칠의 휴가는 나의 유일한 탈출구였다.
휴가 첫날, 새벽 일찍 출발했다. 도시를 빠져나오자마자 창밖에 펼쳐진 푸른 하늘과 초록빛 풍경이 나를 반겼다. 오랜만에 숨통이 트이는 느낌을 받았다. 차를 몰고 몇 시간을 달리다 보니 드디어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푸르른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 모래사장 위에 얕게 부서지는 파도. 나는 잠시 차를 멈추고 창문을 열었다. 바다 내음이 가슴 깊이 스며들었고, 그 순간 복잡했던 생각들이 한꺼번에 밀려나며 머릿속이 깨끗해졌다. 나는 그 냄새를 깊이 들이마신 후 다시 차를 몰았다.
해변에 도착한 나는 숙소에 짐을 풀고 바로 바닷가로 나섰다. 해변은 내가 예상한 대로 한적했다.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몇몇 보였지만, 대체로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나는 모래사장에 발을 묻고 천천히 걸었다. 발끝으로 느껴지는 따뜻한 모래의 감촉, 그리고 가끔씩 밀려오는 파도에 발이 살짝 적시는 느낌이 나의 마음을 한결 부드럽게 만들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바닷가에서 놀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바다만 보면 그저 신이 나서 뛰어다니던 아이였지만, 이제는 파도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되었다. 성인이 된 후에는 항상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달려가야 했고, 자신을 위한 시간은 언제나 뒤로 미뤄졌던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 휴가만큼은 그런 생각을 버리기로 했다. 이곳에 있는 동안만큼은 시간을 느긋하게 보내자고 다짐했다.
바닷가에 앉아 조용히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 바쁘게 시간을 채우려 하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펼쳐진 자연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그 순간에 집중했다. 파도는 규칙적으로 밀려왔다가 조용히 물러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그 소리 속에서 나는 자신이 몰랐던 평온을 찾아갔다.
그날 저녁, 해가 저물어가는 바다를 배경으로 조용히 산책을 했다. 붉은빛으로 물든 하늘 아래, 바다는 노을을 반사하며 황금빛으로 빛났다. 모래사장에 서서 그 광경을 바라보는 동안, 나는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지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쁘게 살다 보니 소소한 행복과 평온을 누릴 기회를 자주 놓쳤던 것이다.
며칠 동안 특별한 계획 없이 시간을 보냈다. 바다에 몸을 담그고, 해변을 걷고, 가까운 마을을 둘러보며 소박한 음식을 즐겼다. 그동안 머릿속을 채우고 있던 고민들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복잡했던 일들이 단순하게 정리되었고, 다시 도시에 돌아갔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차분히 생각할 수 있었다.
휴가 마지막 날, 아침 일찍 바닷가로 나가 마지막으로 해변을 걸었다. 차가운 새벽 공기 속에서 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작별을 고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이번 여름이 나에게 준 여유와 평온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았다.
해변에서 멀어지며 마지막으로 바다를 한 번 더 바라보았다. 그 순간, 더 이상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기분이 들었다. 8월의 여름은 그렇게 나의 마음속에 담백하게 자리 잡았다.
8월 그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