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스레덴 야생일기
나의 모험기를 풀어내기에 앞서 그대에게 쿵스레덴이 어떤 곳인지 알려주고자 한다. 이름하야 내 멋대로 쿵스레덴 설명회이다.
쿵스레덴은 스웨덴에서 약 100년에 걸쳐 개척한 라플란드 산악지대 장거리 트레일로 460km의 거리에 달한다. 검색하면 모두가 입을 모아 이와 같은 설명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딱딱한 설명 말고, 진짜 매력이 무엇이냐 묻는 그대에게 나는 대뜸 블루베리를 외쳐본다.
갑자기 웬 블루베리? 자, 이곳에서 블루베리는 하이커를 위한 웰컴프루츠이다. 길 위에 쭉 뻗어있는 야생 블루베리 다발은 놀랍게도 무료인데, 부족하지 않도록 부지런히 성장하는 덕에 하이킹 내내 발에 차인다. 보이는 족족 블루베리를 따먹고 싶은 하이커는 아마 허리가 휜 채로 걸어야만 할 것이다. 그렇다. 내 허리가 참 자주 휘어있었다.
크기는 주로 덜 자란 아기 완두콩 사이즈인데, 트레일에서 벗어난 들판에는 더욱 통통한 블루베리 다발이 숨어있기도 한다. (이건 정말 럭키이기 때문에 발견한다면 즉시 발걸음을 멈추고 블루베리를 수확하기 바란다.) 물론 야생이라 시판용보다는 사이즈가 작고, 단맛보다 신맛이 먼저 혀 끝에 닿는 미완성의 맛이지만 이 길을 지나는 하이커에게 이만한 행동식은 없으리라 자부한다. 걷다가 눈에 들어오는 푸른 알맹이를 똑똑 따먹는 재미로, 또 오늘 하루를 걸어보는 거다.
나는 요 매력적인 야생을 맛보느라 이르게 출발해도 늦은 8시 혹은 9시가 되어서야 베딩포인트에 닿곤 했는데, 이곳에서 늦은 도착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가 걸은 7월의 라플란드는 백야를 뽐내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제한시간은 없다. 평생을 따라다니던 밤하늘의 어둠이 걷혔으니 말이다. 들판에 고개 내민 다양한 열매에 쉽게 관심을 내주어도 된다. 힘 좋은 계곡물에 고민 없이 발을 담가도 된다. 거대한 바위를 발견하면 배낭을 벗어던지고 하염없이 몸을 뉘어도 된다. 그러다 그만 걷고 싶어 지면 그곳에 텐트를 펼쳐도 된다.
곁을 떠나지 않는 밝은 하늘을 믿고 나에게 맞는 속도로 걸어도 된다. 쿵스레덴에서는 그래도 된다.
insta @kim.san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