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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K이혜묵 Jun 25. 2024

안 아픈 곳이 없다.

아파도 참고 욕먹어도 참아야 하는 신세 

과천에 새로 생긴 주상복합아파트 인지, 오피스텔인지 모르겠다. 

1, 2층의 상가들이 새로 입주하고 있어 상가 인테리어를 하는 곳이 같은 층에 우리 이외에도 3군데나 더 있었다.

앞으로 이곳에서 한 달 정도를 보내야 새로운 헤어숍이 문을 열게 된다.

인테리어 수습생 치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몸이 무겁다 하더라도 어디 견뎌 보자.


이곳에  무인 가계가 있었는데 장사가 안되었는지 헤어숍을 하겠다는 사람이 인수를 했다고 한다.

기존에 테코타일 바닥이 너무 깨끗한데도 깔끔한 미용실을 만들기 위해서는 타일을 깔아야 한단다.

그러기 위해서는 콘크리트 면을 노출시켜야 하기 때문에 데코타일을 철거해야 했다.  


첫날부터 빡세다. 

데코타일 까데기(철거)와 자재 운반으로 육체를 가장 혹사시킨 날이다.

어깨도 욱신 거리고 발목과 목도 아프다.

오전에는 기존 상가 바닥에 깔린 데코타일과 두꺼운 장판을 걷어 내는 일이었다.

오후에는  영등포 목재상에서 배달온 석고보드, 목재 각목, 15mm, 18mm  4*8(120cm*240cm) MDF판재, 그리고 합판을 도로변에서부터 100m 떨어진 2층까지 나르는 일이었다.

엘리베이터로 규모에 합판과 각재를 나를 없기 때문에 대로변에서부터 운반해야만 했다.

합판에 규격이 커서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잘 이용해야 지 잘 못하면 같이 날아간다.

그리고 석고보드 4장을 한 번에 이동할 때도 드는 방법을 배웠다.

사장과 같이 둘이서 하는 작업이었는데 젊은 사람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인테리어 하는 상가까지 50m가 떨어져 있어 수레(짐 운반기구)가 지나갈 때 바닥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보양지를 깔고 날라 가지 마라고 테이프 붙이는 일도 했다.

철거된 무거운 데코타일을 마대에 담아 장판과 함께 지하 5층 화물차 있는 곳까지 옮겨 싣는 작업도 함께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저녁 7시에 집에 도착한 것이 크나큰 기쁨이었다.

휴대폰에 나와 있는 운동량을 보니 200% 목표를 달성했다고 나온다.

대략 2만 보 정도 되는 것 같다.

그것도 그냥 걷는 게 아니라 무거운 석고보드와 합판을 어깨에 메고 이동시켰으니 제대로운동을 한 것이다. 

어깨에 파스 한 장을 바르고 잠자리로 갔다.


과천으로 출퇴근 한지 5일 차이다.

온몸이 욱신 거린다.

오른쪽 어깨에 근육이 뭉쳐 있는지 인대가 어떻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일단 아프다.

손목과 발목에도 소소한 상처들이 생긴다.


천정 높이가 4.5m나 되는 곳이다.

텍스가 붙어 있던  곳에 석고보드 90*120 cm 크기를 사다리 2개 만을 가지고 천정에 붙인다.

무섭다. 

원숭이처럼 이쪽저쪽으로 옮겨 다니면서 타카 질을 사장이 한다.

나는 그 높이 한쪽 사다리에서 석고보드를 잡고 있는 역할이었다.


벽체는 나더러 붙이라고 한다. 그것도 최고 높이가 4.5m이다. 

석고보드에 본드는 목수반장님이 밑에서 발라준다. 

그러면 나는 평탄하고 틈새가 생기지 않도록 석고보드에 타카 못을 박아 고정하는 역할이다.


완전 전쟁터 갔다. 

아침  5시 40분에 집에 나가서 7시에 현장 작업을 시작하면 점심시간이 돠는 12시까지 쉬은 시간 없이 정신없이 돌아간다.

오늘은 목수반방님이 인테리어 사장이 없는 순간 5만 원을 지갑에서 꺼내더니 일을 잘 도와줘서 고맙다고 5만 원을 건넨다.

끝까지 돈 받는 것을 사절했다.


목수 일 배우는 것도 어딘데 내가 돈을 받느냐고 하면서 잘 가르쳐 준 것 만도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오후 늦게부터는 가구 짜는 일이 시작되었다.

결국 목수 일 까지 넘겨 보게 되었다.


가구 조립 시작

인테리어 일이 너무 힘들다.  

아침 6시부터 저녁 8시가 기본이고 다음날 일 단도리까지 준비하는 날이면 10시가 넘어간다.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다. 

집에 와서는 샤워하고 바로 잠에 빠진다.

아무튼 좀 더 이겨 내보자.




어제는 가구 문짝에 손잡이가 들어갈 수 있는 모따기와 경첩 구멍 따는 것을 배웠다.

6일 동안 함께하면서 나에게 타카(석고보드, 합판이나 목재가 벽에 붙도록 못 질 하는 것) 질 못한다고

 "이 멍청아, 바보야" 하던 목수 반장님은 일요일이라고 나오지 않았다.


인테리어 사장이 몇 번 전화해도 일요일은 꼭 쉬어야겠다고 한다.

나도 쉬고 싶다.


이분이 안 나오는 바람에 어제는 새벽 1시 넘어서 까지 일을 했고 집에 들어온 시간이 2시가 넘었다.

가구 짜고 거울 붙일 자리 만들고, 카운터 짜는 것이 끝나야 오늘부터 인테리어필름지 붙이는 팀들이 일을 할 수 있단다.

그래서 목공일을 일요일까지 마무리해 놓아야 한단다. 


아! 힘들다는 이야기가 머리끝까지 나온다.

그래도 배우는 입장에서 힘들다는 푸념을 할 수 없다.

"힘들죠?" 물으면

 "무슨 말씀을 요, 괜찮아 유~"하고 대답한다.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사장은 오후만 되면  "메가트루 파워" 고함량 활성 비타민 보강제를 한 알을 건네준다.

이거라도 먹어야 버틴다면서 말이다.

연속되는 9일 동안  출근,

새벽 6시에 만나 저녁 8시나 10시 넘어야 집에 가자고 한다. 

집에 오면 잠잘 시간으로 만 보낸다

목수반장은 당연히 오후 5시 전에 꼭 퇴근한다. 

목수반장이 퇴근하면 대충 한번 공구정리하고 빗자루질하고는 주변에서 저녁을 먹거나 간식을 먹고 야간작업에 돌입한다. 

집이 왜 그렇게 그립냐!

이러다간 아무 생각 없는 사람이 되는 것 아냐!

책도 못 읽고, 생각할 시간도 없이

가장 좋은 점은 아내의 잔소리를 들을 시간이 없다. 

불쌍해 보이는지 잔소리가 뚝 끈겼다.

어제는 깊은 잠을 자기 위해

딸이 먹다 남겨 놓은 위스크 한잔을  훔쳐 먹었다.

드디어  9일 만에 하루 쉬는 날을 만들었다.

아침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아름다움을 느끼며 몇 개 안 되는 집안 식물들에게 안부를 물어볼 수는 여유의 시간을 9일 만에 가져본다.


오늘 하루 휴식시간에 할 일이 너무 많다.

한의원부터 가야겠다. 오른쪽 어깨가 몇 일째 욱신거린다. 

그리고 수원에서 가장 약을 싸게 판다는 약국에 가서 활성비타민제라도 사놓아야겠다.

내일부터 또 강행군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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