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와 같은 잔밥 문화
길을 내는 계획단계였다.
처음 계획했던 길에서 중금속 발생 민원이 거세게 설계부서에서는 그 계획을 변경을 해 놓았다.
이제는 변경된 지역에 마을사람들이 반대를 하고 나선다.
길이 계획되면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승인을 받아야만 길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
높디높은 승인기관인 환경부에서는 특별한 정책적인 일이 아니면 민원이 있는 상태에서는 절대로 승인을 내주지 않는다.
그 민원이 옳고 그름과는 아무 상관없이 승인기관인 환경부로 민원이 쏟아져 귀찮아진다는 이유이다.
설계부서에서는 길을 변경해 놓고 환경문제는 모른 척한다.
중금속 문제는 환경문제라고 알아서 하라는 태도이다.
이 문제로 설계담당자와 환경을 담당하고 있던 나는 다툼을 하게 되었다.
서로의 의견교환이나 해결책을 모색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설계담당자는 고참이 하라면 하지 무슨 말이 많냐는 식이다.
참! 어이가 없다.
점심시간 무렵 많은 사람들이 근무하고 있던 사무실에 복도가 떠들썩하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 욕을 한다.
자기가 회사를 몇 년도 빨리 들어온 것도 아니고, 겨우 9개월 빨리 들어왔다.
여기가 어디 군대인가?
나도 2년 정도 이 회사를 늙게 입사한 정도라 다른 곳에서 일했던 년수가 있는데 무슨 놈의 고참 타령을 하는가?
벌써 16년 전 일인데 그날의 일방적인 수모가 아직도 잊히지 않을까?
이 사건은 단순하게 한 순간이라 그런대로 넘길 수 있다.
그런데 직장생활 내내 겪어야 하는 마음속 더 큰 응어리가 있었다.
내가 회사를 들어갔던 무렵 앞 연도와 그 앞 연도에는 각 각 150명 싹이 입사했다.
일명 동기사랑은 회사사랑이고 나라사랑이다.
똘똘 뭉친 동기사단은 업무, 진급 등 회사에서는 무엇이든지 다되는 만사형통이다.
몇 명 밖에 입사하지 않았던 내게는 항상 부럽고 아니 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만 지나가면 다행인데 군대 문화가 그대로 전수된 이 회사에서는 좀 더 빨리 들어왔다는 이유하나로 반말에 하수 취급을 한다.
남들과 다투기 싫고 싸움질 못하는 내게는 항상 마음의 상처이다.
재수 1년, 군 생활을 보통 남자들보다 1년 더 많은 41개월 하는 바람에 일반적인 나이 또래 보다 2년을 늙게 회사에 들어갔다.
이들은 이것저것 따지지도 않고 늙게 입사하면 반말하는 놈들이 한둘이 아니다.
조직에 있는 동안 내내 피해의식만 남아 있었던 것 같다.
1년 전 퇴사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았다.
갑작히 퇴사한 이유가 무엇인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한 인간들이 많은 모양이다.
조직에 있었던 사람들과 더 이상 통화하기 싫어 대부분 받지 않았다.
전화를 받지 않았더니 또 내 마음을 긁는 문자가 왔다.
이 인간도 나보다 9개월 입사가 빨라었다.
"존경하는 후배님,
OO 나오며 인사도 서로 못 나누었네요..
잘 사시는 지요?
나는 신입된 기분인데, 이 나이에 행동, 말투 모든 게 어눌해졌어요,
나이와 사회적 연륜은 어디로 갔는지^^
연락 함 주셈^^"
내가 무슨 놈의 지 후배 어쩌고 저쩌고 하냐.
그 회사에서는 후배였는지 모르지만 회사를 이미 등지고도 내가 후배인가.
나는 이문자를 그냥 씹었다.
잘한 일인지 못한 일인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