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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K이혜묵 Apr 08. 2024

왜 조직을 싫어했는가?

헌법보다 더 높은 법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헌법보다 상위법인 오더법을 따르지 않는 자 조직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때는 벌써 10년이 다되어 간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부서에 너무 일찍 차출되었다. 부장진급하고 3년 정도는 지방에서 더 근무를 해야 다음단계 승진에 유리했다. 그런데 아무나 갈 수 없는 부서에서 차출요청이 왔으니 부장 1년 차에 오케이 하고 말았다.

한마디로  멀리 보지 못하고 눈앞만 보고 말았다.

아니 이때까지만 해도 다음단계 진급이고 뭐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여기저기 암암리에 압력들이 서서히 들어왔다. 

누가 무슨 제품을 개발해서 설계에 넣어 달라느니 외국에 신기술이니 한번 넣어 달라고 하는 부탁들이 많았다.

좋은 신기술 신공법이라면 거부할 것이 없다. 

이미 터널공사에서 불필요한 자재를 제거해서 국가적으로 몇 천억 원을 아껴도 보았고 새로운 제품으로 품질입증을 받아 전국 어디에나 새로운 제품이 사용될 수 있도록 했던 경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 그대로 아닌 것은 아니다. 

말도 안 되는 것을 설계에 넣어두었다가 현장에서 시공할 때면 서로들 투서와 다툼으로 분쟁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해 줄 수가 없었다.

이런 건을 몇 번 겪다 보면 회사에 도는 두 가지 소문이 있다. 위로는 무식하고 신기술을 싫어하는 그 조직에서 있어서는 안 될 놈, 아래로는 잘하고 있다 우리의 방패막이 이런 식이다.

그러나 인사권은 누가 가지고 있는가?


처음에는 어르고 달콤한 이야기를 하지만 말을 듣지 않으면 점점 수위가 높아진다

결국은 윗사람은 불만은 술자리에서 거친 행동으로 나온다. 

그래 이런 더러운 꼴 당하느니 이 부서를 떠난다. 구질구질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다.

새로운 부서장이 오자마자 퇴출 1순위가 되어 그 부서를 나왔다. 

계속 있으면 나도 스트레스, 자기들도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떠날 무렵 여기저기서 조언을 한다. 누구한테 가서 사정을 해보라는 말도 해준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이니 끝까지 버티라는 사람도 있었다.


어느 날 명언을 들었다.  

"너 왜 그 부서에서 나가냐?

뭐! 자기들 말 안 들어서죠?   

야! 너, 헌법보다 더 높은 법이 뭔지 알아?

잘 모르는데요.

야! 조직생활이 몇 년 째인데 그것도 몰라.

조직에서는 헌법보다 더 높은 법이 오더법이야."


그래 맞다 나는 왜 그걸 몰랐을까.

그냥 눈감고 해 달라는 대로 해 주었으면 탄탄대로였을 걸

짐을 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괴산 어디쯤 산속 저수지에 차를 세워 두고 저수지 둑방길을 걸어 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본다.

후회하면 무엇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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