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멩이 골목 입구.
소독차가 지나가지 못하던 이 좁은 골목에선, 연기를 맞으려 문을 활짝 열어두던 여름이 있었다.
여름이면 골목에 연기가 흘렀다. 안개처럼, 숨결처럼, 하얗고 진한 연기였다.
소독차가 오는 날이면 동네가 은근히 분주해졌다. 좁은 골목 안까지는 차가 들어오지 못하니, 집집마다 미리 문을 활짝 열어두었다.
골목 끝에서부터 밀려오는 연기를 기다리며 대문을 열어놓고, 창문도 열어놓고, 마치 바람처럼 연기가 스며들길 바라던 그 시간들.
그런데 가끔은 그 시간이 저녁밥 시간과 겹쳤다.
해가 길어지던 여름날, 막 반찬을 놓고 밥을 푸는 그때, "부르릉—" 소독차가 다가왔다. 특유의 냄새는 밥상까지 흘러들었고, 어른들은 "아이고, 또 이 시간에 오네" 하며 코를 막았다. 그러나 우리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숟가락을 내려놓고 뛰쳐나갔다.
벽화 속 아이들처럼, 놀다가도 우리는 이 골목을 달렸다. 신문지로 방독면을 만들어 쓰고, 연기를 뚫고 웃으며 뛰던 그 여름날.
연기는 눈을 시리고 코를 맵게 했지만, 그 속으로 달려드는 건 늘 우리 놀이였다. 아이들 사이에선 소독차를 얼마나 가까이, 그리고 빨리 따라가느냐가 용기의 척도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늘 맨 앞을 달리던 내 친구 윤실이가 기억난다.
우리는 신문지를 접어 방독면처럼 얼굴을 가리고, 서로 웃음을 참으며 그 뒤를 용감하게 따라다녔다.
좁은 골목길은 소독차가 오지 못했기에 더 특별했다. 골목마다 굽이도는 회색 돌담, 햇살이 스며드는 굴곡진 길 위에, 연기가 퍼졌다. 연기를 따라 달리는 발자국, 그 속에 흩어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지금은 조용히 숨죽인 골목이지만, 그 시절엔 정말 살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몸에 좋은 건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때의 골목은 위험보다 웃음이 먼저였고, 연기보다 우정이 더 짙었던 공간이었다.
소독차는 지나가고, 연기도 어느새 사라졌지만, 웃고 기침하고, 땀에 젖어 돌아오던 우리의 여름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선명하다.
연기는 사라졌지만, 골목 끝에는 그날의 웃음소리가 아직도 남아 있는 듯하다.
하얀 연기 사이로 아무렇지 않게 피어나던 웃음소리. 그게 참 오래도록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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