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맹이 골목이랜 들어봐수꽈?
제주 시내, 오래된 마을 하나가 있다.
‘두문이마을’.
조선시대에는 제주성 밖에서
성 안 사람들에게 농작물을 공급하던 마을이었다고 한다. ‘두문이’라는 이름은 둔덕이 많은 지형에서 유래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시간은 흘렀지만 이 마을엔
낮은 돌담, 오래된 골목, 조용한 발자국 소리가
아직도 남아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골목 하나,
이름마저 정겨운 ‘두맹이골목’이 바로 오늘 이야기의 시작이다.
‘두맹이’는 제주어로 ‘둔덕’을 뜻한다.
언덕과 언덕 사이, 부드럽게 이어진 이 길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조용히 이어주는 길이 되었다.
이 골목을 걷다보면
나는 마음 한켠이 이상하게 울컥한다.
돌담과 낮은 지붕, 그리고 그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늘 나를 반겼다.
어릴 적 나는 이 골목에서 놀았다.
좁은 골목을 뛰어다니며 숨바꼭질하고,
돌 위에 앉아 친구들과 놀던 그 시절,
이 길은 참 넓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지금 걸어보니,
이렇게나 좁았나 싶다.
시간은 풍경을 바꾸지 않았지만,
내 마음이, 나의 시선이 달라져 있었다.
그렇게 나는
그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를
이 골목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그때의 바람 소리,
엄마가 부르던 목소리,
비 오는 날 처마 밑에 모여 있던 친구들의 웃음소리.
모두 이 골목 어딘가에 고요히 남아 있었다.
이 길은
그저 과거를 지나온 골목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조용히 우리 마음을 품고 있는 시간의 통로였다.
누군가에겐 그냥 스쳐 지나가는 길이지만,
누군가에겐 아주 특별한 삶의 한 조각일 수 있다.
이제부터 나는,
이 골목을 따라
조금씩 꺼내 보려 한다.
그때의 공기, 소리, 표정, 그리고 마음.
다음 골목에선,
그리움이 더 선명해지는 순간을 함께 걸어보자.
#제주골목 #두맹이골목 #기억산책 #골목에세이 #브런치북 #제주감성 #조용한길 #사라진풍경 #삶의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