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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lbi Dec 17. 2024

그냥 사 먹으면 안 돼?

한 끼, 특히 집밥의 소중함을 진정으로 느끼기 시작한 건 나이 50이 되면서부터다. 어린 시절, 친정엄마는 김치와 밑반찬은 물론, 카스테라와 튀김 같은 간식까지도 손수 만드셨다. 심지어 된장, 고추장 같은 손이 많이 가는 장류도 직접 담그셨다.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생활을 이어가고 계신다. 어린 시절부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손쉽게 사 먹으면 되지, 왜 그리 힘들게 모든 걸 직접 만드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시중에서 파는 음식이 집에서 만든 것보다 더 맛있고, 모양도 근사해 보였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시장에서 재료를 사오고, 하나하나 재료를 다듬고 씻고, 썰고, 데치고, 볶는 등 각각의 요리에 맞는 조리법을 따라야 한다. 이렇게 각각의 요리가 완성되어 한 상을 차리기까지는 많은 수고와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수고가 불필요하게 느껴졌고, 준비하는 시간마저 아깝게 생각되었다. 점점 외식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집밥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크게 인식하지 못한 채 지냈다. 그러던 중 아주 사소한 계기로 생각이 바뀌었다.


오랜만에 사 먹은 기본 김밥 한 줄이 3,500원이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전까지 2,500원까지는 사 먹어 봤지만, 3,500원이라니…… 아주 오래전이긴 하지만 김밥 한 줄이 1,000원이던 시절도 있었고, 누구나 부담 없이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음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김밥이 부담스러운 음식이 되어버렸다. 간편식이 아닌 특별식처럼 느껴졌다. 그날로 아이들에게 선언했다.


“앞으로 우리 집 외식은 없다!”


외식 물가를 체감하고 나니 외식을 줄이고 집밥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식과 배달음식 횟수를 대폭 줄이고, 열심히 집밥에 집중했다. 손쉽게 냉동식품으로 먹을 수 있는 돈가스, 생선가스 등도 직접 만들었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요리들은 최대한 직접 했다. 집밥으로 겨울을 보낸 아이들은 겨울 내내 감기 한 번 없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다. 집밥 덕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건강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집밥이 아니었다. 치솟는 물가에 부담을 느껴 아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집밥이 아이들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음식을 직접 만들어 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우리가 사 먹는 빵과 케이크에 얼마나 많은 설탕이 들어가는지, 밖에서 먹는 음식들에 조미료가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지 등등.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집에서 거의 모든 음식을 만드는 엄마를 보며 고생을 사서 한다고 생각했다. 돈 조금 더 주고 사서 먹지, 왜 그렇게 고생을 사서 하냐며 답답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왜 그 번거롭고 수고스러움을 감내하며 직접 하시는지. 가족들에게 비싸고 좋은 걸 먹이지는 못해도, 몸에 안 좋은 걸 덜 먹이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 고생을 감내하신다는 것을.


어렵고 번거로운 집밥을 조금은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고 싶다. 기본 양념과 재료 몇 가지만으로도 쉽게 하나의 메뉴를 만들 수 있으니, 쉬운 것부터 시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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