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albi Dec 18. 2024

04. 밑반찬으로 채운 저녁상, 아이들의 젓가락은 어디


밑반찬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만들어서 오래 두고 언제나 손쉽게 내어 먹을 수 있는 반찬이란다. 이 비유가 적합할지 모르겠지만 느낌상 한잔하러 술집에 가면 나오는 기본안주 같은 느낌이 있다. 식탁위에 김치처럼 기본, 자동으로 올려지는 반찬 말이다.


아이들 어릴 때는 일주일에 한번 3~5종류의 밑반찬을 만드는 게 일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밑반찬에 손을 안대는 아이들로 인해 밑반찬 만드는 것을 중단했다. 그러다 보니 상차림이  단출하다 못해 빈약하다. 기본적으로 쫙 깔아주는 밑반찬이 있으면 상차림은 한결 풍성해진다. 여기에 한두 가지 반찬에 찌개하나만 올라가도 뭔가 그럴싸한 한상 차림이 되지만 기본 밑반찬이 없으면 뭔가 허전하다. 그 허전함을 매꿔보려 오랜만에 세 가지 밑반찬을 했다.


재료는 간단하다. 

볶음용 잔멸치, 호두, 오징어채, 어묵, 다진 마늘, 식용유(포도씨유, 해바라기씨유 등), 간장, 설탕, 고춧가루, 고추장, 마요네즈, 참깨

세 가지를 만들 때 설거지를 줄이기 위해 순서를 멸치볶음, 어묵볶음, 오징어채무침 순서로 해주면 좋다. 고추장, 고춧가루가 들어가는 반찬을 뒷 순서로…….


가장먼저 오징어채를 볼에 담아 먹기 좋은 적당한 크기로 가위를 사용해 잘라준다. 자른 오징어채를 적당량의 마요네즈로 버무려 놓는다. 오징어채를 부드럽게 먹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이렇게 하면 냉장고에 넣었다 꺼내먹어도 딱딱하지 않고 먹기 좋은 식감이 유지된다.


반찬류를 만들 때 프라이팬보다 깊이가 있는 웍을 이용하면 한결 편하다. 웍에 마늘기름을 내준다는 생각으로 살짝 넉넉하게 식용유를 넣고 다진 마늘을 넣어 볶아준다. 마늘기름을 낼 때는 너무 강한 불로 하면 마늘이 다 타버리니 불 조절을 잘 해주어야 한다. 마늘이 다 익었으면 간장과 설탕을 넣어준다. (멸치의 간을 확인하고 간장을 넣기 바란다. 간혹 멸치의 간이 좀 강한 것이 있다.) 설탕이 다 녹고 양념이 어우러졌으면 멸치를 넣고 볶아준다. 볶을 때 중간불로 해주면 좋다. 멸치가 어느 정도 다 볶아졌을 때에 호두를 추가로 넣어 볶아준다. 호두 외에도 아몬드, 해바라기 씨등 견과류를 함께 넣어주어도 맛있다. 마지막에 약불로 줄이고 물엿을 한 바퀴 휙 두르고 참깨를 뿌려 뒤적뒤적 섞어준 후 불을 끄고 마무리 한다. 달콤, 짭짤,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밥반찬으로 좋은 멸치호두볶음이 완성되었다. 살짝 바삭한 식감이 과자 같은 느낌도 나고 호두와 함께 먹으면 맥주 안주로도 좋다.


어묵볶음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준비하고 마늘기름을 내준다. 마늘이 다 익으면 간장, 고추장, 고춧가루, 설탕을 넣고 모든 양념이 잘 섞이면 준비한 어묵을 넣고 볶아준다. 마지막에 물엿과 참깨를 넣고 잘 섞어 마무리 한다. 어묵볶음을 할 때 양파나 파, 여러 야채를 넣어주어도 좋은데 아이들이 잘 먹지 않아 이번엔 생략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친구가 도시락 반찬으로 이렇게 매콤하게 볶은 어묵을 자주 싸왔는데 그 때 그 반찬이 참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시간이 오래 지나도 생각이 나는 그리운 맛이 하나씩 있다.


마지막으로 오징어 진미채 무침이다. 위 반찬들과 마찬가지로 마늘기름을 내어주고 고추장, 간장, 설탕을 넣어 양념이 잘 섞이도록 약불에서 볶아준다. 양념이 다 준비되었으면 불을 꺼준다. 마요네즈에 버무린 오징어 진미채를 넣고 양념에 고르게 무쳐준다. 마지막으로 물엿과 참깨를 넣고 잘 섞이도록 무친다. 이렇게 하면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 먹어도 오징어 진미채가 딱딱하지 않고 먹기 좋다. 오징어 진미채무침은 두 끼에 동이 나버렸다. 아이들이 다른 밑반찬에 눈길 한번 안주고 이 오징어 진미채만 먹었다. 늘 인기 만점인 밑반찬이다. 그런데 이 오징어 진미채도 갈수록 가격이 오른다. 쉽게 만만하게 해먹을 수 있는 밑반찬이 아니다. 밑반찬 중에서도 고급에 속한다.


오랜만에 밑반찬 3종을 해서 저녁상을 차리니 상차림이 푸짐하다. 푸짐한 상차림이 뿌듯해 아이들에게 하나씩 맛볼 것을 권해도 아이들의 젓가락이 향하는 곳은 한곳이다.


“오랜만에 밑반찬 했는데 다 정말 맛있어. 오징어채만 먹지 말고 멸치도 먹어봐. 멸치랑 호두랑 같이 먹으면 정말 맛있어.”

“그러네. 같이 먹으니까 더 맛있네. 근데 오늘은 오징어채가 젤 맛있어.”


한번 맛을 볼뿐 더 이상 먹지 않는다.

아이들이 밑반찬을 잘 먹으면 여러 종류의 밑반찬을 만들어 놓고 푸짐해 보이는 상차림을 하려 했는데 메뉴 선정이 잘못 되었는지 별로 인기가 없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메뉴는 오징어채 말고 또 뭐가 있을까? 많은 밑반찬 중 아이들이 먹을 만 한 건 소고기 장조림, 메추리알 장조림 두 가지 정도인데 이것도 요즘엔 인기가 없다. 바로 만든 건 좀 먹어도 유아 때만큼 먹지 않는다. 그냥 지금처럼 김치만 기본으로 놓고 끼니때마다 입에 맞는 반찬 하나씩 추가를 해야 하나보다. 긴 방학 매끼니를 챙겨야 하는 건 부담이다. 곧 새 학기다. 급식이 기다려진다. 급식이 없던 우리 때엔 어떻게 매끼니를 챙겼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