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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의 콘서트

2023년 팬텀싱어4 갈라콘서트 후기

by Balbi Mar 04. 2025


리베란테를 덕질하는 요즘, 종일 노래를 듣다 보니 그들의 라이브를 직접 듣고 싶다는 소망이 간절해졌다. 10분 만에 마감된 3일간의 콘서트 티켓팅에 성공한 후, 오직 콘서트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14일 첫 콘서트 날.

내 예매 날짜는 15일이지만, 콘서트가 시작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심장이 요동쳤다. 온 신경이 콘서트 소식이 올라오는 커뮤니티로 쏠렸다. 콘서트 전까지는 기대와 설렘이 가득한 글들로 넘쳐나더니, 막상 시작되자 커뮤니티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후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콘서트가 끝나자마자 하나둘 올라오는 후기와 사진. 현장에 가지 못한 이들은 아쉬움 가득한 댓글을 주르륵 남겼다. 그런데 다음 날 가서 보면 될 내가, 영상을 찾아 헤매는 건 또 뭐람?


15일. 드디어 콘서트 날.

콘서트 3시간 전에 서둘러 집을 나서, 한 시간 반 전에 도착했다. 팀카페와 개인카페에서 나눠주는 종이 슬로건을 챙기고 벤치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했다.

‘리베란테, 포르테나, 크레즐… 어느 팀 슬로건을 들고 다니나?’

그러다 문득, 많은 사람들이 내가 디자인한 슬로건을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현장에서 직접 보니 참으로 반갑구나! 그 슬로건을 들고 사진을 찍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니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두둥—! 콘서트장 내부의 조명이 꺼지고 드디어 시작!

콘서트장을 가득 채우는 웅장한 음향에 심장은 바운스바운스. 가슴이 터질 듯한 이 웅장함, 생각해 보니 거의 20년 만이다.

‘난 그동안 뭘 하고 산 거지? 이렇게 즐거운 걸 잊고 살 만큼 삶이 팍팍했던 걸까…?’

콘서트가 시작되자마자 내 얼굴 근육이 다른 때와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광대와 입꼬리가 자동으로 올라가 내려오질 않았다. 함께 간 남편이 마주 보는 자리가 아니라 옆자리였다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무대 위의 리베란테는 정말 반짝반짝 빛났다.

그들의 노래에 푹 빠져 열심히 환호하고, 박수를 치다 보니 가슴이 감동으로 가득 찼다.


3시간의 콘서트는 순식간에 끝이 났다.

콘서트의 모든 노래와 순간을 머릿속에, 가슴속에 각인시키려 했건만, 끝나고 나니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냥, 멋있었다! 노래가 끝내줬다! 그런데 내 자리는 왜 천장석이었는가! 왜 가수들의 얼굴이 면봉처럼 보였는가!

‘언제 또 콘서트를 갈 수 있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콘서트 관련 수다를 떨며 커뮤니티 글을 찾아보다 보니 어느새 네비게이션에서 “중동 IC입니다”라는 안내음이 들렸다.

“어머, 벌써 여기야? 순간이동 한 거 같아!”

그 말에 열심히 운전하던 남편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나는 미친 듯이 웃었다.


아… 전국 콘서트를 다 가고 싶다!

몇 년 전, 우주대스타 덕질을 할 때 전국 콘서트를 따라다니는 지인을 보고 ‘미쳤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콘서트를 다녀온 직후, 가까운 인천 콘서트 티켓을 확인하며 갈까 말까를 망설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콘서트의 여운이 쉽게 가시질 않는다. 일요일 마지막 콘서트가 신경 쓰여 ‘지금쯤 시작했겠지?’, ‘이제 곧 끝나겠네’ 하며 서울에서의 마지막 공연 소식과 영상을 기다렸다. 한 번 다녀오면 마음이 가라앉고 진정될 줄 알았는데… 아니다.


그 옛날 ‘오빠 부대’들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이 왜 그렇게 열렬히 쫓아다녔는지, 경험해 보지 않으면 절대 모른다.

나는 오늘도 인터파크를 헤매고 있다.

‘언제 또 콘서트를 갈 수 있을까? 취소표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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