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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lbi Dec 24. 2024

17. 10점 만점에 10점, 닭강정


집과 거리가 꽤 되는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공연이 10시가 넘어 끝났다.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던 둘째가 공연 전부터 배고픔을 호소했던 터라 편의점 삼각 김밥으로 간단히 허기를 채워줬다.


“서현아, 집에 가서 우리 떡볶이 해먹을까?”

“난 닭강정 먹고 싶은데…….”


점심에 닭강정을 해먹자며 냉동실에서 꺼내둔 닭이 생각난 모양이다.


“야, 한 30분만 있으면 엄마 생일이거든! 생일자 불앞에 세워야겠어? 너무하는 거 아냐?”

“해줘~ 닭강정 먹고 싶단 말이야!”

“그래 일단 집에 도착하고 생각해보자.”


낮에 냉동실에서 꺼내 해동 중이던 닭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냉장실을 열어 꾹꾹 눌러보니 다 녹았다. 닭은 눈치도 없이 조리하기 좋은 상태로 해동되어 있었다. 아직 안 녹아서 지금은 닭강정 만들기 힘들겠네 라는 핑계를 댈 수가 없다.


급히 전분 가루를 묻혀 닭을 튀기는 것은 남편의 도움을 받고 옆에서 닭강정 소스를 만들었다. 냉동실에 보관 중이던 닭은 기본 손질을 마친 닭이어서 바로 조리가 가능했다. 기본 손질이 되어 있지 않았다면 오밤중에 시도조차 상상도 할 수 없었을 테다.


매번 닭갈비만 해먹다 닭강정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구매한 순살닭을 물에 한번 씻어 물기를 쫙 빼준다. 그리고 볼에 담아 우유에 20~30분 정도 재워준다. 우유 속에서 잠자고 있던 닭을 물로 깨끗이 씻어 채반에 담아 물기를 쫙 빼준다. 그리고 한 번씩 먹을 분량으로 지퍼 백에 소분 해준 후 카레가루를 1~2스푼 정도 넣어 대충 섞이게 조물조물 해주었다. 지퍼 백에 들어간 닭을 평평하게 펴서 공기를 빼준 후 지퍼 백을 닫아 준다. 그리고 차곡차곡 쌓아 냉동실에 넣어준다. 여기까지가 닭강정을 만들기 위한 닭의 기본 손질이다.


기본손질이 끝나 해동된 닭의 지퍼백을 열어 전분 가루를 뿌리고 닭에 골고루 묻게 조물조물 해준다. 지퍼 백에서 이렇게 바로 해주면 설거지할 그릇이 나오지 않아서 아주 편하다. 요리는 뒤처리가 귀찮으니 잔머리를 써가며 설거지거리가 나오지 않게 하는 게 팁이라면 팁이다.


모든 준비가 끝난 닭은 기름에 빠져 맛있어질 차례만 기다리고 있다. 기름에 퐁당 빠져 바삭하게 튀겨지면 그 바삭한 식감과 고소함, 그리고 재료 본연의 맛이 더해져 별미로 탄생한다. 전분 가루를 골고루 묻힌 닭을 튀기는 건 남편의 도움을 받았다.


“자기야 한 번씩 튀겨서 빼내고 식은 거 다시 한 번씩 튀겨줘. 두 번 튀겨야 바삭하고 맛있어.”


땀을 삐질 삐질 흘려가며 열심히 닭튀김을 담당한 남편 옆에서 닭강정 소스 만들기에 돌입했다.

닭강정 소스 재료는 식용류, 다진 마늘, 간장, 고추장, 매실청, 설탕, 케첩, 생강가루를 준비했다. 식용류에 준비한 다진 마늘을 약한 불에 타지 않게 볶아준다. 마늘이 익고 마늘 기름이 만들어 졌으면 간장, 고추장, 매실청, 설탕, 케첩, 생강가루를 넣고 약한 불에서 잘 섞이게 볶아준다. 평소 계량과는 거리가 먼 눈대중으로 조리를 해서 정확한 레시피 공유를 못함이 좀 아쉽다. 소스의 맛을 봐가며 설탕을 추가하고 단짠(단맛+짠맛) 소스를 완성했다.


소스를 만드는 새 남편은 뜨거운 불앞에서 두 번의 닭튀김을 완성했다. 닭튀김의 맛을 볼 차례다. 하나씩 맛을 본 우리는 눈이 똥그래졌다.


“자기야, 왜 맛있지? 특별히 간을 하거나 한 게 없는데…….”

“오, 맛있네.”


새로운 도전 요리에 자화자찬을 하며 튀겨진 닭을 소스에 버무렸다.

1시가 거의 다되어 완성된 첫 닭강정은 성공적이었다. 자리 잡고 앉아 여러 개를 맛보기 전까지는…….


“엄마, 자꾸 먹으니까 짠데.”

“너무 짠데, 엄마 짜네. 짜서 더 못 먹겠어.”

“우씨, 이 시간에 땀 흘려가며 해줬더니…….”

“짠걸 어떻게. 내일 밥이랑 먹을게.”


그렇게 한밤중의 첫 닭강정은 모양만 그럴싸한 채로 반쪽짜리 성공으로 끝났다.

아침이 되고 냉장고에 들어갔던 닭강정을 밥반찬으로 먹은 아이들은 너무 맛있다며 남은 닭강정을 다 먹고 추가 주문을 했다.

10점 만점에 4점 이었던 닭강정이 아침이 되고는 10점 만점에 10점 만점으로 신분 상승을 했다. 당분간 닭강정은 우리 집 단골 메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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