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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lbi Dec 24. 2024

16. 맛있는 두부 찾아 삼만리_두부조림


오래전 대형마트가 생기기 전에는 재래시장으로 장을 보러 다녔다. 어릴 때 기억을 하면 엄마를 따라 재래시장에 자주 다녔던 기억이 있다. 재래시장에 따라가면 간식으로 먹었던 풀빵이라는 게 생각난다. 붕어빵과 같은데 모양이 타원형으로 꽃모양 비슷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재래시장은 구경하는 재미와 이렇게 각종 간식을 먹는 재미로 따라다녔던 것 같다. 그런데 대형마트가 생기며 깨끗하고 편리해졌는지는 몰라도 이런 소소한 재미는 사라졌다.


가끔 주말 오전 칼국수를 먹으러 동네 재래시장에 간다. 칼국수를 먹고 시장 한 바퀴 돌며 시장 구경을 하다보면 계획에 없던 간식들을 사서 두 손이 무거워진다. 시장을 돌며 도넛, 찐 옥수수, 닭강정, 두부를 꼭 사온다. 시장에 가면 매번 사오는 품목들이다.


그중 두부는 미역에 이어 우리 집 식구들이 좋아하는 식재료중 하나다. 두부를 그냥 프라이팬에 구워 먹어도 좋아하고, 찌개에 넣어 먹어도 좋아한다. 적당히 간이 되어 두부의 고소한 맛이 느껴지는 두부를 좋아한다. 두부 맛에 진심이다. 그래서 마트나 시장에서 먹어보고 맛있는 두부만 골라서 반복 구매한다. 다른 건 특별히 브랜드를 따지지 않고 사는 편인데 두부만큼은 특정 브랜드와 특정 상점의 두부를 먹는다. 한동안 풀무원 옛 두부의 맛에 폭 빠져 마트에 가면 4개씩 구매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두부의 패키지가 바뀌더니 두부의 맛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래서 그 두부와는 안녕을 하고 다른 맛있는 두부를 찾아 헤맸다. 마트에 나와 있는 각종 두부를 먹어봤으나 입에 맞는 두부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동네 상가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초당두부를 먹어봤는데 맛있다. 우리 집 최애 두부를 만난 순간이다. 


또 하나는 재래시장 두부다. 대형 마트만 다니다 칼국수를 먹고 재래시장을 구경하다 금방 만들어 뽀얀 김을 내뿜으며 반듯하게 자리 잡고 있는 두부를 보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뜨끈한 두부가 맛있어 보여 큼직한 두부를 두 모나 사왔다. 아무 양념 없이 두부만 먹어도 적당한 간이 되어있어 맛있었다. 그 상점의 두부를 시장에 갈 때마다 사오고 있다. 큼직한 두부 한모에 이천원이다. 너무 저렴하다. 마트에서 판매되는 두부의 반값정도 밖에 안하니 배달이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요즘 우리 집은 초당두부와 재래시장 단골상점 두부만 먹는다.

저녁으로 뭘 해먹을지 모르겠을 때 상가 마트에 나가 초당두부를 사와 두부조림을 한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 두부를 차곡차곡 냄비에 담고 양파, 파를 위에 올려준다. 두부조림을 할 때 가지가 있어 함께 넣어 해봤는데 두부조림 양념이 벤 가지가 너무 맛있다. 단호박이나 호박을 함께 넣어 조림을 해주어도 맛있다. 두부와 야채를 다 넣었으면 참치를 한캔 넣어주어도 좋다. 야채를 안 먹는 아이들은 두부와 참치만 골라서 먹는다.


두부와 야채를 담은 냄비에 물을 자작하게 넣어주고 다진 마늘, 간장, 참치액, 설탕, 고춧가루로 기본양념을 해서 간을 맞추고 강불에서 끓여준다.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줄여 두부에 간이 배게 한다. 그 시간동안 함께 넣어준 야채들도 폭 익고 간이 베 맛있는 두부조림이 완성된다. 이렇게 하면 한번 구워서 하는 조림보다 부드러운 식감의 두부조림이 된다. 두부에 간에 쏙 벨 때까지 조려주면 야채들은 흐물흐물 해지지만 두부와 함께 으깨서 밥에 비벼 먹으면 그 맛이 어우러져 참 맛있다. 특별한 반찬은 아니지만 과식을 하게 만드는 반찬 중 하나다.


사실 밥상에 반찬다운 반찬이 없을 때 급히 후루룩 하기 쉬어 이렇게 두부조림을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맛있는 두부는 금방 만들어져 나온 뜨끈한 두부다. 뜨끈한 두부는 그대로 썰어 김치에 싸 먹거나, 간단히 간장에 찍어먹어도 별미다. 돌아오는 주말엔 뜨끈한 두부를 사러 재래시장에 가봐야겠다. 아이들은 또 다른 간식들에 관심을 갖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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