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좋아하는 아들 때문에 가성비 좋은 메뉴를 늘 생각한다. 값비싼 스테이크를 매일 해줄 수는 없고 입에 맞게 이런 저런 다양한 메뉴를 생각하게 된다. 삼겹살, 제육볶음, 등갈비 등을 자주 해주다 새롭게 도전한 메뉴는 등뼈해장국이었다. 나 역시도 예민한 입맛에 30살 가까이 되어 먹었던 음식을 직접 하게 될 줄이야. 아이들을 키우고 살림을 하다 보니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돼지등뼈는 잘못 조리하면 냄새가 날 것 같다는 생각에 쉽게 도전하지 못했던 메뉴였는데, 삼겹살, 제육볶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에 용기내서 도전하게 되었다. 냉동실에 있던 시래기와 함께 된장을 넣고 조리했던 등뼈해장국을 아이들이 거부감 없이 잘 먹는걸 보고 ‘그럼 다음엔 등뼈찜을 해보겠어.’ 하고 등뼈찜에 과감히 도전했다.
돼지등뼈는 흐르는 찬물에 씻은 후 30분정도 찬물에 담가 핏물을 제거한다. 핏물 제거 후 찬물에 한 번 더 깨끗이 씻은 후 큰 냄비에 등뼈를 넣고 등뼈가 잠기게 물을 채운 후 월계수 잎을 넣고 한번 삶는다. 삶은 등뼈는 찬물에 깨끗이 씻는다. 작은 뼈 조각이나 뼈 가루, 기름을 깨끗이 씻어낸다. 여기까지 준비했으면 해장국과 찜의 기본 준비는 끝이다. 음식을 해보니 기본 식재료가 신선하면 잡내는 거의 나지 않는다. 어디서나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
등뼈요리를 할 때 나만의 비법이라면 압력솥 사용이다. 압력솥으로 해야 뼈에서 고기가 쏙쏙 부드럽게 잘 분리된다. 매운걸 잘 먹지 못하는 둘째 때문에 맵지 않게 간장양념를 준비했다. 간장양념은 물, 간장, 설탕, 아로니아청, 참치액, 참기름, 다진 마늘을 배합해서 만든다. 정확히 계량을 해서 하지 않는다. 우리들의 엄마들이 하듯 눈대중으로 조금씩 맛을 봐가며 각각의 양을 조절한다. 모든 음식을 하며 느끼는 거지만 우리 음식에서 다진 마늘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넣고 안 넣고 맛의 차이가 하늘과 땅이다.
1차로 삶은 등뼈를 압력솥에 넣고 등뼈가 2/3 정도 채워지게 간장양념를 넣고 가스레인지 강불에 올린다. 압력솥의 추가 돌기 시작하면 강불로 2분정도 더 두고 중간불로 줄여 5분을 둔 후 불을 꺼준다. 압력솥의 추를 기울여 억지로 김을 빼지 말고 김이 자연스레 빠질 동안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 찜에 넣어줄 채소 감자, 고구마, 단호박, 당근, 양파, 버섯 등을 준비한다. 모든 채소는 달걀 사이즈 정도로 큼직하게 썰어 준다. 그리고 필수로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니지만 빠지면 섭섭한 당면도 준비한다. 당면은 한 움큼 정도 집어서 미리 물에 담가 불린다. 당면을 미리 불려두면 불에서 오래 조리하지 않아도 금방 익는다.
김이 다 빠진 후 뚜껑을 열어 등뼈의 상태를 확인하면 고기가 다 익기는 했으나 양념이 쏙 베지는 않은 상태로 확인된다. 이때 준비한 채소를 넣고 압력솥의 뚜껑이 아닌 일반솥 뚜껑을 닫고 강불로 끓인다.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줄이고, 양념이 고기에 베는 것을 확인 해가며 위, 아래 등뼈의 위치를 교체해 준다. 30분 정도 약불로 조리하며 채소가 다 익었는지 양념이 고기에 잘 베었는지 확인하고 불을 꺼준다.
그릇에 등뼈찜과 채소를 담아주고 솥에 남은 양념에 준비해둔 당면을 넣어 한번 후루룩 끓여서 등뼈를 담은 그릇에 함께 담아주면 유명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파는 등뼈찜이 완성된다.
조리 과정이 다소 복잡한 듯 보이지만 한번 해보면 쉽게 할 수 있는 등뼈찜이다. 고기류를 흡입하듯 먹는 아이들에게 인기 짱인 메뉴다. 압력솥으로 조리해서 질기지 않고 부드러운 식감과 달콤 짭짤한 맛이 아이들 입맛에 딱이다.
학원에 간 오빠를 기다리지 못하고 배가 고프다는 둘째에게 먼저 등뼈찜을 몇 조각 주었더니 순식간에 먹고 저녁은 먹지 않겠단다. 맛을 보는 수준의 양을 넘어 저녁식사량을 먹었으니……. 학원에서 온 첫째와 저녁을 먹는데 둘째가 와서 한번만 달란다.
“엄마, 한번만 줘.”
“당면도 줄까?”
“응, 아깐 고기만 먹었으니까 당면도 같이 줘.”
한입 가득 입에 물고 맛있다며 또 달란다.
“한번만 더 달라며…….”
“아깐 당면이 없었잖아. 맛있어.”
음식을 할 때의 즐거움은 딱 하나다.
맛있게 먹어주는 것! 맛있으니 또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
돼지등뼈야 말로 가성비 짱인 재료인데 정육점에서 2kg에 9천 원 정도 한다. 원재료 값을 생각하면 등뼈찜은 외식 메뉴로 참 아깝다 생각되는 메뉴 중 하나다. 이 글을 읽는 이들은 한번 도전해 보기를 권한다.
언제 어디서나 새로운 도전은 용기가 필요하다. 요리의 경우는 새로운 요리에 도전했을 때 식재료를 버리게 될까봐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 그럴 땐 이번 등뼈찜처럼 식재료가 저렴한 걸로 도전해 보기를……. 처음엔 부담 없는 식재료로 도전해서 하나씩 성공하면 요리에 재미가 붙을 것이다. 그 다음엔 돼지갈비찜, 소갈비찜 등 비슷한 양념의 요리를 해봄으로써 할 수 있는 요리를 늘려 가면 된다. 성공 경험이 쌓이면 요리에 대해 자신감이 생기며 부담감이 줄어들 것이다.
나에게도 돼지등뼈를 이용한 요리는 큰 도전이었다. 어떤 도전이든 성공을 예측할 수 없지만 일단 해보는 거다. 생각만으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 쉬운 것 부터 시도해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