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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lbi Dec 23. 2024

13. 소고기 미역국, 황태 미역국 뭐가 좋으세요?


큰 냄비에 참기름을 넣고 소고기를 달달 볶다가 다진 마늘과 미역을 넣고 살짝 볶는다. 고소한 냄새가 온 집안에 진동을 한다. 피아노 학원을 마치고 온 둘째가 맛있는 냄새가 난다며 저녁 메뉴를 묻는다. ‘미역국’이라는 말에 ‘나이스’를 외친다. 우리 집 식구들이 가장 좋아하는 국이 미역국 아닐까 싶다. 미역국을 끓이는 날이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소고기를 넣고 끓인 미역국에 밥을 말아 한 그릇씩 싹싹 비운다.


미역국은 뭐니 뭐니 해도 미역이 핵심이다. 소고기, 황태, 조개 아무리 맛있는 다른 재료를 넣어도 주재료인 미역이 얼마나 좋으냐에 따라 맛의 차이가 크다. 내가 원하는 미역은 보들보들해서 국을 끓였을 때 사골 국물처럼 뽀얗게 국물이 우러나는 산모 미역을 좋아하는데 그런 미역을 찾기가 정말 힘들다. 대기업에서 나온 마트 미역의 경우는 내가 원하는 기준에 많이 미치지 못한다. 보들보들은 커녕 뻣뻣하고 국물이 우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강원도로 여행을 할 때마다 수산 시장에 들려 좀 비싸더라도 산모 미역으로 골라 사오는데 맘에 쏙 드는 미역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첫째를 낳고 몸조리할 때 친정엄마께서 직접 사와 끓여주셨던 미역국이 정말 맛있었다. 미역이 보들보들하고 국물이 사골 국물마냥 뽀얗게 우러나는 게 너무 맛있었다. 그래서 그런 미역을 찾아 추천해주는 미역을 사와도 그 미역만큼의 맛을 내주는 미역을 찾을 수가 없다. 


얼마 전 대형 마트에 가니 한쪽에서 완도 산모 미역이라며 믿고 가져가 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 구매해 왔지만 이번에도 실패다. 내 기준에 많이 못 미치지만 미역국을 유난히 좋아하는 둘째는 다른 반찬 없이 미역국에 밥을 말아 술술 잘 먹는다. 이틀 연속 다른 반찬 없이 미역국에 밥을 먹는걸 보니 정말 맛있는 미역을 사서 끓여주고 싶다는 맘에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올해 5월 미역 채취, 판매량과 상품평이 좋은 산모 미역을 골라 구매했다. 저녁을 먹고 인터넷을 뒤져 미역 구매한 이야기를 둘째와 나누었다.


“오전에 산 미역 맛있어야 하는데……. 그래야 울 서현이 맛있는 미역국 끓여 주는데……. 근데 미역국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

“있지! 학교에서 미역국 나오면 싫어하는 친구들도 있어.”

“그래? 서현이처럼 다 좋아하는 건 아니구나.”

“응, 안 먹는 친구들도 있어. 근데 엄마 미역국 미역은 좀 뻣뻣한데 학교 미역국 미역은 입에서 녹아.”

“이번에 산 미역 먹어보고 맛없으면 학교 급식실 가서 물어봐야겠다.”


기다리던 미역이 도착했다. 포장을 뜯어 확인한 미역은 좋아보였다. 국 끓일 분량을 물에 불렸다. 물에 불린 미역은 보들보들…….원하는 미역이 온 것 같다. 물에 불린 미역을 물에 헹구고 채에 건져 물기를 뺐다. 준비한 냄비에 황태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들기름에 달달 볶았다. 들기름을 넣어 볶은 황태에 다진 마늘을 넣고 조금 더 볶아주고 준비한 미역을 넣고 살짝 볶은 후 쌀뜨물을 미역이 자작하게 잠길 정도로 넣고 푹 끓여준다. 푹 끓으면 남은 쌀뜨물을 더 넣고 끓여준다. 황태를 넣고 끓일 때는 이렇게 쌀뜨물을 나눠서 넣어 주라는 황태해장국 맛집 사장님의 팁이 있었다. 아이들은 황태를 넣고 끓이는 미역국보다 소고기 미역국을 더 좋아하지만 이틀을 소고기 미역국을 먹었기에 새 미역으로 끓이는 미역국에는 황태를 넣었다.


보글보글 푹 끓인 미역국이 뽀얗다. 원하는 빛깔이 난다. 진한 사골 국물 같다. 참치액을 넣고 간을 한 미역국의 맛이 끝내준다. 보들보들 입에서 살살 녹는 미역이다. 드디어 원하는 미역을 찾았다. 황태 미역국에 밥을 말아 한 대접씩 후루룩 먹었다. 둘째가 학교 미역보다 더 부드럽다고 한다. 학교 급식실로 찾아가 묻지 않아도 되겠다.

드디어 원하던 미역을 14년 만에 찾았다. 600g (30인분)의 큰 산모 미역이 많이 남아있지만  2개를 추가로 더 주문했다. 언제 또 이런 미역을 먹을 수 있을까 싶어 욕심 부려 구매했다. 먹는 속도를 보며 추가로 더 구매를 할 생각이다. 이번 겨울은 다른 해 보다 미역국을 자주 먹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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