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메뉴 함박스테이크에서 ‘스스로 요린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난이도 ‘하’인 어묵탕부터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이 문장으로 소개되었던 어묵탕의 계절이 돌아왔다. 어묵은 언제 먹어도 맛있지만 어묵탕은 특히나 추운 겨울에 더 맛있다. 달달한 겨울 무를 함께 넣어 끓인 어묵탕은 다른 재료가 없어도 그 맛이 끝내준다.
먼저 국물용 멸치를 이용해 육수를 만든다. (육수를 만드는 내용은 유부잔치 국수에 자세히 나온다.) 멸치를 건져내고 썰어놓은 무를 넣는다. 무는 소고기 무국을 끓일 때보다 조금 크고 두툼하게 썰어준다. 무를 넣고 한번 끓으면 강불을 중간불로 줄여 조금 더 끓여준다. 무가 푹 익어 어묵과 함께 먹으면 맛있다. 다진 마늘을 넣고 준비한 어묵을 넣어 후루룩 끓여주고 양파와 파를 채 썰어 넣고 조금 더 끓인 후 참치액과 소금으로 간을 해주면 간단하게 어묵탕이 완성된다. 조금 푹익어 풀어진 듯한 식감의 어묵을 원하면 조금 더 끓여주면 된다.
짧은 시간에 완성할 수 있는 어묵탕이지만 상에 내놨을 때 꽤 그럴싸하게 보인다.
어묵탕을 하는 날이면 아이들은 밥은 아주 조금 먹고 어묵탕을 한 대접씩 먹는다.
“엄마, 밥은 안줘도 돼. 어묵만 먹을 거야.”
“엄마, 난 간장에 와사비 넣어서 찍어 먹을 거야.”
아들은 생선초밥에 맛을 들이며 어느 순간부터 와사비 맛에 푹 빠졌다. 간장을 찍어 먹는 음식이 보이면 늘 와사비를 찾는다. 와사비를 많이 풀어먹는 날이면 톡 쏘는 매운 맛에 코를 움켜쥐면서도 맛있단다.
어묵탕의 어묵은 모양과 맛이 다양한 모듬 어묵도 좋고 넓적한 어묵을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파는 것처럼 꼬치에 꼽아 해주어도 좋아한다. (요즘엔 꼬치에 꼽아진 어묵을 판매해서 이걸 구매해도 편하다.) 아이들은 모듬 어묵보다 꼬치 어묵을 더 좋아한다. 먹는 재미가 있어서겠지?
몇 해 전 세 자매 가족들이 함께 여행을 간적이 있다. 아이들이 많다보니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여러 메뉴를 준비했는데 그중 하나가 꼬치 어묵이었다. 제대로 된 저녁을 준비하는데 시간이 걸리니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아이들 간식용으로 먹으라고 언니가 준비해온 꼬치 어묵. 집에서 준비해간 깊은 냄비에 라면 스프 같은 어묵탕 스프를 풀어 국물을 만들고 거기에 꼬치 어묵을 담가 푹 끓여주니 아이들이 쉴 새 없이 집어 먹었다. 추운 날 야외에서 먹는 꼬치 어묵이 아이들에게 별미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MSG의 맛은 강력하다. 다른 재료 들어간 거 없이 봉지에 들었던 스프를 물에 풀어주고 끓였을 뿐인데 국물이 온갖 천연재료를 넣고 끓인 거 같은 깊은 맛을 내주었다. 아이들은 열심히 꼬치 어묵을 집어먹고 어른들은 MSG 듬뿍인 국물로 추위를 달래며 저녁을 준비했다.
집에서 요리를 할 때는 따로 MSG를 사용하지 않는다. 기본재료에서 추가되는 것은 참치액과 멸치액젓이 다다. 요리를 쭉 하다 보니 이 두 가지가 요리에 추가됨으로 맛의 깊이가 달라졌다. 자신의 요리에서 뭔가 2%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 이 두 가지를 추천한다. 열을 가하는 요리엔 참치액, 샐러드나 김치 같이 무치는 요리엔 멸치액젓이 잘 어울렸다.
내일 저녁엔 중요한 공연 티켓팅이 있는 날이다. 며칠 전부터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다. 아마도 낼 저녁을 준비할 시간이면 내 정신은 온통 티켓팅에 집중되어 많은 정성을 쏟아야 하는 저녁 메뉴는 힘들 듯 싶다. 낼 저녁은 쉽게 할 수 있는 어묵탕을 저녁 메뉴로 준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