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에 관한 글을 쓰고 집밥에 관심이 커진 요즘 뭐 맛있는 것을 해먹을까? 고민이다. 많고 많은 메뉴가 있지만 온 식구의 입을 만족시킬 수 있는 메뉴를 찾게 된다. 요즘 고기 메뉴는 자주 먹었고 생선 메뉴는 뭐가 있나? 생각하다 생선가스가 떠올랐다.
생선가스 하면 함께 생각나는 것이 타르타르소스다. 마요네즈를 기본으로 한 소스인데 튀긴 생선과 잘 어울리는 게 신기하다. 생선가스는 이 타르타르소스가 없으면 제대로 된 맛을 음미할 수 없다. 모든 음식엔 이렇게 환상조합을 이루는 소스가 있는데 그것을 찾아낸 사람들이 진정한 미식가다.
생선가스를 하기위해 동태포와 타르타르소스를 주문했다. 그 외 기본 재료들은 있으니 추가로 준비할게 많지 않아 쉽게 할 수 있었다. 꽝꽝 얼어 있는 동태포를 녹여 한 장씩 펼쳐놓으며 물기를 키친타올로 제거해준다. 동태포에 소금을 살짝 뿌려 밑간을 해준다. 밀가루(부침가루), 달걀, 빵가루를 준비해준다. 밑간을 해준 동태포에 밀가루를 입히고 달걀 물에 퐁당 담가준다. 그 다음 빵가루를 앞뒤로 꼼꼼히, 꾹꾹 눌러가며 입혀주면 생선가스는 간단히 완성된다. 우리의 명절과 제사상에 빠지지 않는 동태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라면 과정에 빵가루가 더해지고 그것을 기름에 튀긴다는 것인데 맛의 차이는 크다.
동태전을 만들면 아이들은 먹지 않지만 이렇게 생선가스를 만들어주면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 식사메뉴가 된다. 조리법이 약간만 다를 뿐인데…….
기타 레슨을 마치고 온 첫째에 시간을 맞추느라 온 식구가 늦은 저녁을 먹었다.
“생선가스는 그 소스가 있어야 맛있는데…….”
“샀지. 생선가스는 타르타르소스에 찍어 먹어야 맛있으니까!”
역시 우리 집 미식가는 다르다. 소스부터 찾고. 넉넉히 튀긴 생선가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생선가스, 참치 마요 덮밥 등과 잘 어울리는 마법의 소스 같은 이 마요네즈는 언제 만들어진 걸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여러 설이 존재했다.
지금까지 출간된 권위 있는 요리책에는 꼭 빠지지 않고 마요네즈에 관한 이야기가 소개돼 있지만 어원이나 시작에 대해서 자신 있게 말한 책은 없다. 대신 저자들이 가장 신빙성 있다고 추정하는 마요네즈 탄생 설을 각자 소개하고 있을 뿐이다(아울러 다른 이설들도 같이 올려 마요네즈의 탄생에 대해 조심스럽게 추리한다).
마요네즈의 탄생에 얽힌 비화는 대략 예닐곱 가지로 좁힐 수 있는데 이 중 신빙성 있는 세 가지 학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노르카 해전(Battle of Minorca) 연원설
둘째, 제조 시 격렬하게 휘저어 섞는 소스이기에 ‘교반(攪拌)한다’는 프랑스어 마니어(Manier)에서 기원했다는 설
셋째, 마혼(Mahon) 또는 마옌느(Mayenne)라는 이름의 프랑스인이 만들었기에 거기에서 연원했다는 설
이들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바로 미노르카 해전 연원설이다(가장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품고 있기에 자주 회자된다).
18세기 중반은 유럽의 열강들이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헤매던 시기였다. 바로 ‘7년 전쟁’의 시작이었다. 1755년 9월 북아메리카에서 대립하게 된 영국과 프랑스와의 전쟁(소위 말하는 프렌치ㆍ인디언 전쟁으로 식민지를 사이에 둔 유럽 열강의 치열한 쟁투였다)으로 촉발된 7년 전쟁은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러시아 등이 끼어들면서 전 유럽을 아우른 국제전 양상을 띠게 된다.
미노르카 해전은 7년 전쟁의 전장이 전 유럽으로 퍼지게 되는 계기가 된 전투였다. 일단 전쟁의 개괄은 이렇다. 영국 점령지였던 지중해의 미노르카 섬(Menorcal I., 1708년 왕위계승 전쟁 이후 영국이 지배하고 있었다)을 프랑스군이 공격하게 된다. 이에 반응한 영국군이 지원군을 보내면서 해전이 시작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노르카 해전은 무승부였다. 그러나 전략적으로 미노르카 수비병을 구원하지 못한 영국군의 패배라 할 수 있다(당시 영국해군을 지휘했던 해군제독 존 빙이 전후 패전의 책임을 물어 총살형당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마요네즈의 시작은 이 미노르카 해전과 깊은 연관이 있다. 프랑스군이 미노르카를 침공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영국은 즉각 지브롤터(Gibraltar)에 있는 존 빙 제독에게 즉각 미노르카를 지원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리고 열 척의 전열함을 내준다.
문제는 이 배들이 모두 수리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선원들의 수도 충분히 채워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휘관이었던 존 빙 역시 미노르카 지원군을 급하게 꾸리는 와중에 제독으로 승진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열 척의 전열함을 이끌고 급하게 미노르카 섬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미 섬의 대부분은 프랑스군에게 점령된 상황! 오직 마혼(Mahon) 항구의 수비병들만이 프랑스군을 상대로 분전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 사실을 확인한 존 빙은 급히 마혼 항의 영국군 수비병을 구원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영국 함대의 움직임을 미리 파악하고 있던 프랑스 해군의 출현으로 영국군 수비병에 대한 지원은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아니, 수비병 지원이 문제가 아니라 당장 함대의 안전을 걱정해야 할 판이었다.
열두 척의 전열함과 다섯 척의 프리깃함으로 구성된 프랑스 함대의 포화 앞에서 영국군은 분전했으나, 결국 지브롤타로 퇴각하게 된다.
마요네즈는 이 전투 직후에 만들어진다. 프랑스군은 승전 축하 파티를 열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요리사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 오랜 기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뒤였기에 남아 있는 물자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당장 먹을 수 있는 군용 식량은 있지만 파티에 쓸 수 있는 소스 같은 사치품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그나마 발품을 팔아 섬 여기저기에서 구해 온 음식을 모아보니 달걀, 올리브오일, 소금, 식초가 전부였다. 낙심한 요리사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모은 재료를 한 통에 넣어 마구 휘저어 버렸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난다.
프랑스군은 이 이름 모를 소스에 열광하게 된다. 이 무리에는 프랑스군의 지휘관이던 리슐리외 추기경도 있었다. 그는 이 새로운 소스에 마온의 승리를 기념하는 의미로 ‘마온의 소스(Mahonnaise)’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것이 마요네즈의 시작이었다.
(출처 : 사물의 민낯, 김지룡, 갈릴레오 SNC_p197~200)
이 마법의 소스가 전쟁 통에 우연으로 만들어 졌다니…….
세상엔 의도하지 않고 우연으로 만들어지는 일이 많다는 게 참으로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