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커가며 자연스레 외식이 많아졌다. 피자, 햄버거, 치킨 등…….
외식이 많아지며 내 몸은 편해졌고 안하니까 더 하기 싫어지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그러다 기본 김밥 3천5백 원을 주고 사먹으며 외식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2천5백 원에 사먹었는데, 한 줄에 1천 원 하던 김밥이 너무 많이 비싸졌다. 어렵지 않은 음식은 이제 다 집에서 해먹자! 아이들에게도 선포를 했다.
“이제 우리 집 외식은 없다!”
우리 집 냉동실에는 잘게 다진 채소를 소분해 둔 것이 항상 있다.
농산물시장에서 사온 파프리카, 새송이버섯, 애호박, 양파 등등 그때그때 장봐오는 채소를 채소다지기로 잘게 다져 한번 먹을 분량씩 나눠 냉동한다. 매 끼니 메뉴가 생각나지 않을 때 냉동실에 보관해둔 다진 채소로 볶음밥이나 카레를 해먹으면 아주 좋다. (카레에 들어간 채소도 골라내는 아이들 때문에 골라내지 못하도록 잘게 다진 채소를 사용한다.)
오늘 저녁 메뉴는 함박 스테이크다. 다진 돼지고기, 다진 채소, 카레가루, 녹말가루, 계란 모든 재료가 다 있으니 저녁 먹을 시간에 맞춰 시작하면 된다.
돼지고기 800~1000g을 준비하고 냉동실에서 꺼낸 다진 채소를 넣고, 계란 두 개를 추가해준다. 그리고 돼지고기의 잡내를 잡아줄 카레가루를 3~4 숟가락 정도 넣어주고, 녹말가루도 2 숟가락 정도, 소금 간을 살짝 해주고, 설탕은 반 숟가락 정도, 후춧가루도 조금 넣어 모든 재료가 잘 섞이도록 열심히 섞으며 치댄다.
오래전 내가 어릴 때 친정엄마가 해주시던 함박 스테이크는 우리 집의 특별 음식이었다.
지금은 채소다지기가 있어 채소 다지는 걸 너무나 손쉽게 할 수 있다. 깨끗이 씻어 큼직하게 썰어서 채소다지기에 넣고 돌리면 내가 원하는 크기로 금방 다져진다. 그러나 채소다지기가 없을 때는 다지는 것이 큰일이었다. 하나하나 재료를 칼로 다지고 모든 재료를 섞어 치대고 패티를 만들어 구웠다. 그렇게 함박스테이크를 하는 날이면 언니와 나까지 다 동원되어 음식 준비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이 편해져 이런 음식쯤이야 혼자서도 뚝딱이다.
오래전 생각을 하며 열심히 재료를 치대다 보니 잘 섞였다. 한주먹씩 떼어내 동그랗게 모양을 만들어 프라이팬에 굽기 시작했다. 맛있는 냄새가 온 집안에 퍼진다.
“엄마 뭐야? 맛있는 냄새난다!”
“우리 하나 맛볼까?”
“응”
“어때? 잘 익은 거 같아? 지난번처럼 짜지 않지?”
“응, 완전 맛있어. 안 짜.”
평소 채소를 잘 먹지 않는 아이들도 이렇게 만들어 주면 너무 잘 먹는다.
몇 주 전 처음 했던 함박 스테이크는 좀 짰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맛이 더 좋아지고 있다.
내가 먹어봐도 오늘 만든 함박 스테이크가 가장 맛있다!
그동안 만들기 귀찮다며 냉동 함박 스테이크만 사먹었는데, 막상 해보니 어렵지 않다. 역시 뭐든 바로 만들어 먹는 게 최고로 맛있다.
소스는 케첩, 간장, 설탕, 녹말가루 등 이것저것 넣고 비슷하게 만들어 봤지만 아이들에게는 퇴자를 맞았다. 처음 만들었던 소스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아이들은 그냥 케첩과 머스터드소스를 찍어 먹겠단다. 다음엔 소스에 좀 더 신경 써 보겠다는 약속을 했다.
역시 뭐든 반복해서 하면 좋아진다.
그리고 음식은 정성이라는 말이 정말 맞는 말이다.
음식을 만들며 ‘귀찮다. 하기 싫다. 매일 먹는 거 그냥 대충 좀 먹자’ 하는 맘으로 음식을 만들면 다른 때와 똑같은 재료로 만들어도 맛이 없다. 재밌다, 즐겁다는 맘으로 만들 때와는 맛이 천지 차이다.
또, 음식을 만들 때 너무 어렵게 생각하면 하기 싫다는 맘이 커진다. 먹어본 음식을 생각하며 레시피를 찾아보고 비슷하게 만들어 보자는 맘으로 시작하면 된다. 집에 있는 식재료를 찾아서 대체 가능한 재료들로 일단 한번 시도를 해보는 거다. A~Z까지 모든 재료를 완벽하게 똑같이 준비하고 음식을 하려면 준비할 것도 너무 많고 재료비도 많이 든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해보면 요령이 생긴다.
요리가 두려운 이들은 너무 겁내지 말고 ‘한번 해볼까?’ 하는 맘으로 시도해 보기를…….
그렇게 가벼운 맘으로 하다보면 어느새 요린이에서 벗어난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요린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난이도 ‘하’인 어묵탕부터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