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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lbi Dec 19. 2024

08. 철판을 넘어 숯불까지, 닭갈비의 새로운 발견


그동안 거의 30년간 닭갈비는 철판에 볶아먹는 철판볶음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몇 년 전 가평 여행에서 처음 맛봤던 닭갈비 숯불구이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동안 왜 돼지고기, 소고기만 숯불에 구워먹는다 생각했을까? 


처음 맛봤던 닭갈비 숯불구이는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여행을 갔다 맛집을 검색해서 우연히 찾아간 곳. 소금구이와 양념구이 두 가지를 먹었는데 그동안 철판볶음으로 먹었던 닭갈비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이런 맛을 모르고 살았다니…….

은은한 숯불향이 가미되어 느끼한 맛이 덜하고 고기의 깊은 맛을 더 느낄 수 있었다. 같은 닭갈비지만 완전히 다른 요리였다.


여행지에서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 집에서 가까운 곳을 검색했다. 몇 곳을 찾아갔지만 무슨 맛인지 알 수가 없는 맛이었다. 우리가 처음 간곳에 맛집 중에서도 최고의 맛집이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볶음은 집에서도 할 수 있지만 구이의 경우는 집에서 할 수 없는 요리이기 때문에 열심히 찾았는데 보이지 않았다. 아쉽다! 구이를 먹으려면 가평까지 가야 한다는 말인가?


네이버 카페앱을 이용하며 불필요한 기능이라고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하단이 나오는 이웃소식이었다. 요즘 가입된 카페에서 특별히 알림 받을 일이 없는데 카페 알림 아이콘이 보였다. 자동적으로 누르니 이웃 소식의 알림. 이 쓸데없는 기능은 대체 왜 만든 것인가? 생각하고 창을 닫으려는데 내용이 상동과 부평에서 닭갈비 숯불구이 맛집을 알려달라는 글이었다. 그동안 나도 찾고 있던 내용이라 관심을 가지고 댓글을 살펴보니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평이 아주 좋은 맛집을 소개하고 있었다. 바로 캡처를 하고 우리 가족 단톡방에 올렸다.

학원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는 둘째가 묻는다.


“엄마 단톡에 올린 거 뭐야?”

“어, 우리 전에 가평서 먹었던 닭갈비 있잖아, 구워 주던 거……. 그거 맛있는 집이래. 우리 외식 중단을 했지만 맛있다니 한번 가보자고.”

“아~~~”

“우리 지난번 동네에서 먹은 건 다 실패했잖아. 여긴 맛집이라니 맛있겠지?”

드디어 동네 맛집을 발견한 것인가? 외식 중단을 선언했지만 여긴 가봐야겠다!

닭갈비 숯불구이가 생각 날 때마다 가평으로 갈 수는 없으니까…….

집에서도 숯불구이가 가능한 방법은 없나?




얼마 전 하교하는 아들이 쇼핑백을 쓱 주었다.


“뭐야?”

“응 00엄마가 학교 끝나고 집에 들렀다 가라고 해서 갔더니 이거 주시던데.”


진공 팩에 포장된 양념 닭갈비가 들어있었다. 외동아들인 친구 00. 올해 아들 친구 5~6명이 친구 00이네 집에서 파자마 파티를 몇 번 했었다. 덩치가 커진 녀석들 5~6명이 모여 늦은 시간까지 먹고 떠들고 그 다음날 오후 늦게까지 노는데 친구 00이 부모님이 매번 장소 제공을 해주셨다. 미안하고 감사해서 파자마 파티를 할 때 수박과 샤인머스켓 등을 아들에게 들려 보냈다. 아마도 그때 과일을 보내서 답례로 닭갈비를 보내 주신 듯 싶었다. 감사 인사를 전하고 맛있게 한 끼를 해결했다. 역시 내가 양념을 해서 재어둔 닭갈비보다 시판되는 제품이 더 맛있긴 하다. 뭔가 더 감칠맛이 있다고 할까? MSG를 넣고 안 넣고의 차이인가? 


나의 닭갈비 양념은 간단하다. 제육볶음 할 때의 고추장 양념에 ‘카레가루’를 추가하는 거 말고는 특별한 게 없다. 고추장에 다진 마늘을 듬뿍 넣고 참치액과 간장, 설탕이나 아로니아청을 넣어 양념을 준비한다. 이 기본양념에 카레가루 1~2스푼 추가한다. 고추장의 농도는 물이나 사이다를 넣어 조절해주면 고기를 넣고 버무릴 때 좀 편하다. 준비한 양념에 고기를 잘 버무려 한 끼 분량으로 소분해서 냉동실에 보관한다.


닭 요리시 닭을 우유에 30분 정도 담가두면 닭의 잡내를 잡아준다고 한다. 그런데 경험상 양념이 강한 닭갈비나 닭볶음탕(닭도리탕)의 경우는 큰 차이를 못 느껴 그냥 하기도 한다.  양념이 강하지 않은 닭다리 오븐구이 등을 할 때는 우유에 담가두었다 하는 것을 추천한다.


양념된 닭갈비를 볶을 때 양배추, 양파, 파, 당근, 단호박, 떡볶이 떡 등 각종 재료들을 함께 넣어 볶아주면 간단하게 닭갈비 볶음이 완성된다. 닭갈비를 먹고 남은 양념에 볶음밥을 해주면 맛있는 한 끼가 완성된다. 식당코스 그대로다. 얼마 전에도 남은 찬밥해결을 핑계로 이 코스 그대로 과식을 했다. 요즘 함께 밥을 먹으며 아이들에게 장난치듯 이야기한다.


“히야~ 내가 한 거지만 너무 맛있다. 엄마가 한 거 정말 맛있지? 이렇게 맛있으면 안 되는데…….”

“왜?”

“자꾸 먹고 싶잖아. 많이 먹으면 살찌는데.”


그럼 아이들은 피식 웃는다. 


그나저나 MSG를 넣어봐야 할까? 이 미묘한 차이는 무엇으로 잡아야 할까? 

이렇게 시판되는 제품의 맛과 차이가 느껴질 때는 고민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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