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유튜브로 영상 보는 걸 즐겨하지 않지만 요즘 덕질로 덕주들의 영상을 보고 또 보기를 반복하고 있다. 팬들 사이에선 팀이 만들어진 서사가 너무나 중요하고 재밌게 느껴지는 포인트라 같은 영상을 수 없이 돌려본다. 나 역시도 우리 팀의 서사에 푹 빠져 봤던 영상을 반복해서 봤는데 우리 팀의 시작에 제육볶음 메뉴가 등장한다. 크로스오버 경연에 무슨 음식 이야기가 나오냐 하겠지만 중요한 포인트로 등장한다.
처음 듀엣이 결성되며 그들이 부른 스페인어 노래 꼬제를 이야기하며 (꼬제_제육볶음) 노래 제목과 연결 지어 메뉴 이름을 이야기하고 경연을 준비하며 둘이 제순 식당에서 제육볶음을 먹는 장면이 나왔다. 그 장면을 너무도 많이 봐서 그런지 몰라도 제육볶음 하면 자연스레 꼬제 노래가 생각나고 덕주들이 생각난다. 확실히 음식은 음식 자체의 맛도 중요하지만 그 음식이 주는 추억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덕질을 핑계 삼아 저녁메뉴로 유난히 자주 등장했던 제육볶음. 아이들이 고기를 좋아해서 다행이다. 우리 집 냉동실에는 다진 채소와 양념에 재어 둔 돼지고기와 닭갈비, 소불고기가 거의 항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찬이 걱정될 때 한 팩씩 꺼내 해먹으면 간단하고 좋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엔 도대체 살림을 어떻게 하고 살았을까? 가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드는 생각이다. 특히나 냉동실! 냉동실에 넣는다고 오래 보관이 가능하고 안전한건 아니지만 먹을거리가 궁할 때 뒤지면 뭔가가 하나씩은 나오니…….
돼지고기 앞다리살이나 뒷다리살 2~3kg 준비해서 고추장 양념을 한다. 고추장에 다진 마늘을 듬뿍 넣고 참치액과 간장, 설탕이나 아로니아청을 넣어 양념을 준비한다. 고추장의 농도는 물이나 사이다를 넣어 조절해주면 고기를 넣고 버무릴 때 좀 편하다.(이 기본양념에 카레가루를 추가하면 닭갈비 양념으로 딱이다.) 준비한 양념에 고기를 잘 버무려 한 끼 분량으로 소분해서 냉동실에 보관한다.
포도씨유를 두르고 송송 채 썬 파를 넉넉하게 준비해서 달달볶아 파기름을 내준다. 향긋한 파기름 향이 주방에 진동을 한다. 파기름에 고추장 양념을 해둔 돼지고기를 볶는다. 조금 더 칼칼한 매운맛을 원할 땐 고춧가루를 좀 추가해 주어도 좋다. (양파, 당근 등 다른 채소를 추가로 넣어 볶아도 맛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제육볶음이 간단하게 완성된다. 쌈채소 상추와 당귀를 깨끗이 씻어 함께 준비하면 푸짐한 한상 차림이 된다. 아들은 쌈채소와 다른 반찬 필요 없이 제육볶음 하나면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운다. 고기라면 다 좋다.
학원에서 온 녀석에게 저녁을 챙겨주니 다른 반찬은 다 필요 없단다.
“다른 반찬 없이 이것만 먹으면 느끼하지 않아?”
“어, 괜찮아, 남자는 제육, 돈까스, 국밥이면 끝이지.”
“뭔소리야? 느끼하지 않냐니…….”
다른 반찬을 챙기지 않아 편하긴 하지만 너무 먹어대는 고기로 살짝 걱정이다.
아들은 낼 아침에도 저녁으로 먹다 남은 제육볶음을 달란다.
“넌 아침부터 고기가 들어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