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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정복한 김치요리_통삼겹살 김치찜

by Bal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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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냉장고 파먹기’ 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식재료를 계속 구입하지 말고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이용해 끼니를 해결하자는 말로 그 말이 유행할 때는 정말 우리 집 냉동실엔 뭐가 있나 체크해가며 장보는 횟수를 줄였던 것 같다. 무더운 여름 장보기도 힘들고 다시 ‘냉장고 파먹기’를 해보기 위해 냉동실을 뒤지니 통삼겹살이 보인다. 통삼겹살은 수육을 하기 위해 준비해둔 재료지만 오늘은 김치찜을 해보기로 했다. 수육을 하며 삶는 동안의 그 냄새가 요리를 하는 이는 한두 점으로 식사를 끝내게 하기에……. 평소 내가 한 요리 중 가장 맛없는 요리가 김치찌개여서 웬만하면 김치찌개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김치찜은 조금 다르니 맛있을 거라는 부푼 꿈을 안고 시작했다.


냉동실에 있는 통삼겹살을 꺼내 실온에서 해동을 한다. 30센티 정도 크기의 해동된 통삼겹살 두 덩어리를 반으로 잘라 큰 냄비에 넣어준다. 김치냉장고에 잠자고 있는 묵은지를 꺼내 냄비에 넉넉히 넣어주었다. 자작자작할 정도로 김치 국물도 넣어주고 설탕을 3~4스푼 정도 넣고, 된장을 1스푼 정도 넣어 불 위에 올려준다. 열을 받아 김치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육수를 넣어준다. 오늘은 사골육수가 있어서 사골육수를 이용했는데, 쌀뜨물이나 멸치육수를 사용해도 좋다. 이런 국물 요리를 할 때 간단한 팁이라면 시판 사골육수를 사두었다 사용하면 간편하다. 유통기한도 길고 따로 육수를 만들지 않고 바로 사용할 수 있어서 간편하다.


넉넉하게 사골육수를 넣고 김치와 통삼겹살이 푹 익을 때까지 자유다. 불앞에 서있지 않아도 되니 여름엔 이런 요리가 굿이다. 강불에서 20~30분 정도 바글바글 끓이다 중간불로 줄여준다. 통으로 들어간 고기와 김치가 흐물흐물 푹 익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중간에 간을 보며 다진 마늘, 생강가루, 설탕도 조금 추가해주었다. 양파도 하나 썰어서 넣어주고 뚜껑을 덮고 푹 끓여주었다. 중불로 30분 정도 끓이다 약불로 줄여 푹 익혀주었다. 불앞에 서있지 않아도 되니 편하지만 에어컨을 틀어놓고 창문을 닫아놓은 집안엔 김치찜 냄새가 진동을 한다. 퇴근한 남편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부터 냄새가 났다니 김치와 고기, 그리고 시간이 많이 필요한 음식은 냄새가 많이 날수밖에 없는 것 같다. 불 조절을 해주며 2시간 가까이 푹 지진 통삼겹살 김치찜은 오래전 김치찜 맛집에서 먹었던 김치찜과 비슷한 맛을 내주었다. 김치찜은 많은 양을 오랜 시간 조리하는 것이 답인 것 같다. 한국 음식에서 말하는 깊은 맛이라는 것은 1~2인이 먹을 소량을 조리해서는 절대 나올 수 없다. 모든 재료가 넉넉히 들어가서 재료 본연의 맛이 배어 나오고 그 맛이 배어나올 만큼의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지만 가능하다. 재료 본연의 맛이 배어 나오고 그 맛이 배어나올 만큼의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 문장, 갑자기 육아의 기본이라는 생각이 든다.


통삼겹살 김치 찜이 완성되고 저녁을 차려주니 아이들이 흡입을 한다. 평소 우리 집은 김치를 즐겨먹지 않는다. 김치 없이도 끼니를 때우고, 라면도 먹을 수 있는 집이라 김치찜의 반응이 무척 궁금했다.


“와서 저녁 먹어. 김치찜 맛 어떤가. 빨리 먹어봐.”

“엄마, 너무 맛있는데!”

“김치 안 매워? 먹을 만해?”

“응, 너무 맛있어. 김치도 부들부들하고 고기도 연하고”

“엄마가 요즘 하는 요리 다 성공적이지 않아? 하는 것 마다 다 맛있지?”

“응, 다 맛있어.”


둘째는 맛있다는 반응을 보이며 푹익어 야들야들 부드러운 김치에 고기를 싸서 야무지게 먹었다. 아들은 고기를 흡입하느라 바쁘다.


“엄마, 밥 더…….” 이 말만 할뿐 먹느라 바쁘다.


밥을 더 달라는 말, 맛있어서 밥을 더 먹겠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겠지?

그동안 정복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였던 김치요리.

오늘 성공으로 자주해먹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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