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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lbi Dec 26. 2024

20. 촌스럽다 생각했던 메뉴_무청 시래기 된장지짐


명절이 지나고 냉장고를 뒤지니 냉동실에 무청 시래기가 잔뜩 있다. 무청 시래기는 지난 겨울, 박스째 사서 푹 삶은 후 조금씩 소분해 얼려둔 것이다. 무청 시래기는 늘 된장을 넣고 지지거나 나물로 해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엔 좀 더 색다른 요리를 해보고 싶어 찾아봤지만, 특별한 레시피는 보이지 않았다. 명절 연휴 마지막 날, TV에서 시래기를 이용한 요리가 나와 관심 있게 봤지만, 따라 하기엔 어려워 보였다. 결국, 익숙하고 쉽게 해먹던 요리로 돌아가기로 했다.


얼려 두었던 무청 시래기를 실온에서 해동시킨 후, 시래기 줄기의 겉껍질을 벗긴다. 껍질을 벗기지 않고 조리하면 질겨서 먹기 힘들기 때문이다. 껍질을 벗긴 시래기를 물에 한 번 헹궈 물기를 꼭 짜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들기름을 넣어 나물 무치듯 조물조물 무친다. 된장이 주된 양념이고, 고추장과 고춧가루는 한 스푼 정도 넣어 약간의 칼칼함을 더한다. 모든 양념이 고루 섞이도록 무친 후, 냄비에 넣고 물을 자작하게 부어준다. 강한 불에서 끓이다가,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줄여 양념이 시래기에 스며들도록 한다.


조리하는 동안 들기름 향이 온 집안에 퍼지며 식욕을 자극한다. 특별한 재료 없이도 훌륭한 한 끼가 완성되지만, 아이들에게는 인기 있는 메뉴는 아니다.


시래기는 먹거리가 부족했던 겨울철, 각종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식재료로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소중한 먹거리였다. 먹을거리가 풍부해진 오늘날에도 시래기는 특유의 구수함과 식감으로 나물, 국, 조림, 찌개 등 다양한 음식의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무청 시래기는 무의 잎과 줄기 부분을 말린 것으로, 영양이 풍부하고 건강에 여러 가지 이점을 제공한다. 방송을 통해 무청 시래기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무청 시래기는 밥상의 인기 식재료로 자리 잡았다. 시래기의 주요 효능은 다음과 같다.


무청 시래기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소화기 건강에 좋다. 변비를 예방하고, 장내 유익한 박테리아 성장을 도와 장 건강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칼슘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뼈 건강에 좋고,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적이다. 성장기 아이들이나 노년층에게 특히 유익하다. 비타민 A가 풍부해 시력을 보호하고 야맹증을 예방하며, 비타민 C도 다량 포함되어 있어 면역력을 강화하고 감기 등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인다. 다양한 항산화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노화 방지와 세포 손상을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 또한, 칼로리가 낮고 섬유질이 풍부해 포만감을 주면서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되는 다이어트 식재료이기도 하다. 칼륨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나트륨 배출을 촉진하고 혈압 조절에도 도움을 준다.


예전에는 ‘시래기’라는 이름에서 주는 촌스러움과 버리는 부분을 굳이 먹어야 하나 싶어 관심이 없던 식재료였다. 하지만 살림을 하고 나이를 먹으면서 그 맛과 건강에 좋은 점을 알게 되며 자연스레 식탁에 자주 올리게 되었다.


오늘 저녁의 메인 메뉴는 무청 시래기 된장지짐으로 남편과 나만 열심히 먹고 아이들은 손을 대지 않았다. 그런데 늦은 밤, 갑자기 배가 출출하다는 둘째. 남편이 찬밥을 데워 챙겨주며 말했다.


“이거, 시래기랑 먹어봐. 맛있어. 국물에 비벼줄까?”

“아니, 그냥 시래기만 조금 줘.”


꽤 많은 양의 밥을 챙겨줬는데 둘째는 다 먹었다.


“어때? 아빠 말이 맞지? 맛있지?”

“음... 맛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맛없는 것도 아니고…”


옆에서 듣는데 그 말에 ‘픽’하고 웃음이 나왔다.

‘맛있는거면서, 그러니까 다 먹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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