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9. 우당탕탕 탕수육

by Balbi
KakaoTalk_20240823_175554812.jpg


아이들로부터 닭강정 재 주문을 받아 야심차게 전기 튀김기를 구매했다. 전기 튀김기도 샀으니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튀김요리 몇 가지가 생각났다. 그 중 하나는 탕수육이다. 쉬운듯 쉽지 않은 요리다. 아이들과 자주 찾는 동네 맛집에서 먹던 찹쌀 탕수육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단골 정육점에 가서 돼지고기 등심부위를 골라 탕수육용으로 손질을 부탁드렸다. 700g과 900g으로 포장되어있던 두 덩어리를 골랐다. 사장님은 많은 양을 걱정하신다.


“탕수육용으로 양이 너무 많지 않으세요?”

“제가 보기엔 안 많아요. 가져가보고 너무 많다 싶으면 남은 거 카레 하죠 뭐.”


우리 집 먹개비들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오랜만에 하는 탕수육이다 보니 레시피를 찾아 한번 쭉 살펴본 후 조리에 들어갔다. 탕수육용 고기엔 간장 조금, 소금, 다진 마늘을 넣어 조물조물 해서 잠시 재어둔다. 그동안 탕수육 소스를 만드는데 소스에 넣을 야채가 양파와 양배추만 있다. 당근, 오이, 사과 등 여러 재료를 넣어주면 더 맛있지만 일단 있는 것만 넣어서 만들어보기로 했다. 적당한 크기로 썰어 물 1000ML정도 넣어주고 끓이며 간장, 설탕, 케첩을 넣어 간을 맞춰준다. 탕수육을 찍어 먹기 위한 단짠 소스를 만들기 위해 생각보다 많은 소금과 설탕이 들어간다. 간장은 색을 내기 위한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고 케첩은 케첩의 상큼한 맛을 추가하기 위해서다 그 맛이 싫으면 빼도 상관없다. 넣어준 야채가 다 익고 소스의 맛이 완성되었으면 마지막에 식초를 조금 넣어준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소스의 농도를 맞추기 위해 전분 가루를 한두 스푼 정도 물에 풀어 소스에 부어준다. 불을 줄이고 전분물이 잘 섞여 탕수육을 찍어먹기 좋은 농도로 맞춰준다.


재워두었던 고기를 맛있게 튀길 차례다. 단골 맛집의 찹쌀 탕수육을 흉내내보기 위해 찾은 레시피는 전분가루와 찹쌀가루를 2:1 비율로 해서 튀김옷을 만들어 주란다. 새로운 레시피인 만큼 비율을 정확히 지켜주었다. 1차로 재어놓은 고기에 전분 가루를 골고루 묻혀주고 튀김옷을 입혀주었다. 얇게 튀김옷을 입은 고기를 튀김기에 퐁당 넣어주었다.


‘이런, 이런 큰일이다. 튀김기 망에 달라붙는 튀김이라니……. 망에 튀김옷이 달라붙어 홀라당 벗겨졌네. 이런 비주얼을 기대하고 만든 탕수육이 아니었는데. 망했다.’


급히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했다. 음식을 조리해서 완성되었을 때 그럴싸한 비주얼이 나와야 음식을 하는 재미도 있는데 상상했던 것과 다른 비주얼로 중간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새로운 음식을 하고자 했던 의욕이 급 하강 한다. 튀김옷에 찹쌀가루가 섞인 것과 튀김옷이 너무 묽어서라는 판단에 튀김옷을 한번 입혀준 고기에 튀김옷이 흐르지 않게 전분 가루를 한 번 더 묻혀 튀겨주니 문제가 금세 해결되었다. 너무나 쉽게 성공했던 닭강정과 다르게 튀기는 과정에서 진을 다 뺀 탕수육이다. 튀기는 과정을 도와준 남편의 고생이 컸던 탕수육이다. 이것 역시도 바삭하게 두 번 튀겨주고 식탁에 차려 아이들의 평을 받아야 하는 시간.


“엄마 소스가 싱겁고 달지 않은데, 그리고 소스가 너무 묽어. 주르륵 물 같아.”


첫째, 둘째 두 녀석이 거의 동시에 같은 말을 내뱉는다. 급히 소스에 소금과 요리당을 추가해 섞어주었다.


“묽은 건 어쩔 수 없어 오늘은 그냥 먹어.”


그래도 첫 시도에서 4점을 받았던 닭강정 보다는 좋은 점수를 받았다. 정육점 사장님의 많을 거라는 걱정과 달리 탕수육은 다음날 간식으로 먹을 조금의 양을 남기고 한 끼를 풍족하게 채웠다.


하나의 튀김요리를 성공했다고 너무나 겁 없이 무모하게 도전을 했던 요리가 아닌가 싶다. 새로운 요리, 새로운 재료는 생각지도 못한 문제를 발생시키지만 그 과정에서 빠르게 문제 해결을 하는 요령도 배우는 것 같다. 문제해결 능력이 좋아졌다고 해야 하나? 잔머리가 늘었다고 해야 하나?

keyword
이전 19화18. 정복한 김치요리_통삼겹살 김치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