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albi Dec 27. 2024

21. 봄내음이 솔솔 냉이된장국과 달래양념장


춥다는 핑계로 시장을 멀리하고 손가락 클릭만으로 끼니를 이어갔다. 난 삼복더위 한여름 태생이어서 그런지 유독 추위에 약하다. 온라인 주문으로 끼니와 간식을 버티고 버티다 농산물시장으로 향했다. 시장을 갈 때면 둘째는 꼭 먹고 싶은 과일을 주문한다. 이번엔 귤과 딸기를 주문했다. 그런데 추워진 날씨로 과일은 다 비싸고 딸기는 나와 있는 물건이 많지가 않았다. 귤도 생각보다 비싸다. 단골집 사장님의 귤이 끝물이라 그렇다는 설명에 뭔가 아쉽고 시간이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빨리 흐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귤 5kg 한 박스를 사고 야채를 사기위해 이동했다. 날은 아직 춥고 바람도 쌩쌩 인데 냉이와 달래가 나와 있었다. 냉이와 달래를 보면 지금 당장의 날씨와 관계없이 봄이 온 것 같다. 봄이 머지않았구나!


냉이와 달래를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봄을 맞이하기 위해 꼭 먹어줘야 한다. 같은 시기에 나오는 봄동은 보고도 ‘응 봄동이네.’ 하고 지나치면서 냉이와 달래는 왜 꼭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냉이와 달래를 한 봉지씩 사왔다. 냉이는 된장국을 달래는 달래장을 만들어 김에 싸서 먹으면 밥도둑이다. 냉이는 지져 분한 누런 잎과 뿌리를 손질해서 2~3회 깨끗이 씻는다. 씻은 냉이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준다. 

어릴 적 엄마는 냉이된장국을 끓일 때 냉이를 날콩가루에 버무린 뒤 된장국을 끓여주셨던 기억이 있다. 그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그런데 냉동실에 볶은 콩가루만 있다. 아쉬운 대로 볶은 콩가루에 냉이를 버무리고 된장을 풀어준 멸치 육수가 끓으면 냉이를 넣어준다. 양파와 표고버섯을 썰어서 함께 넣어준다. 표고버섯이 들어가면 좀 더 깊은 맛을 내주는 것 같다. 냄새는 약간 메주 냄새가 나는 듯 하지만 고소하고 맛있다.


달래는 알뿌리 부분의 지져 분한 것만 한 껍질 벗기듯 손질한 후 물에 2~3회 깨끗이 씻어준다. 요즘 야채들은 대부분 1차 손질 후 판매되어 상태가 깨끗하다. 준비된 달래는 1~2cm 정도로 작게 잘라서 간장, 들기름, 고춧가루를 섞어 달래양념장을 만든다. 


생김(생김을 후라이팬에 살짝 구워 먹으면 더 맛있다)을 잘라 뜨끈한 밥을 올리고 간단하게 완성된 달래양념장을 올려서 먹는다. 이때 청양고추를 잘게 썰어서 함께 올려 먹으면 더 맛있다. 입안에 은은하게 달래향이 퍼지며 봄내음이 느껴졌다. 


추위에 몸은 롱패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입맛은 봄을 찾아가고 있는지 고소한 냉이된장국과 달래양념장이 너무 맛있다. 냉이는 손질하다 보니 뿌리 부분이 참으로 억세다고 느껴졌는데 된장국으로 끓여서 익으니 야들야들 너무 부드럽다. 뭔가 온기가 더해지면 맘이 열리고 유순해지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음~ 정말 맛있다. 별거 들어간 거 없는데 재료가 신선해서 그런지 정말 맛있다.”


남편과 나, 둘만 맛있다고 열심히 먹을 뿐 아이들은 고기가 없으면 진수성찬을 차려놔도 먹을 게 없다는 소리를 한다. 둘이 흡입을 하니 첫째는 그렇게 맛있냐며 한번 먹어보겠단다. 생김에 밥과 달래양념장을 올려 한번 맛을 본 첫째도 달래양념장이 입에 맞았는지 흡입을 했다. 아이들의 입에 들어가게 하기 위해선 함께 먹으며 맛있다고 오버액션을 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인가? 요즘 다른 때보다 집밥에 신경을 쓰며 드는 생각은 식구들의 몸이 건강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냥 내 만족에 그러한 생각이 드는지 몰라도 확실히 인스턴트와 배달음식을 먹을 때와는 다르다는 생각이다. 


집밥을 하며 나의 식재료 선정 기준은 그다지 까다롭지 않다. 국내산과 유기농을 고집하지 않는다. 시장에 가서 그때그때 판매되고 있는 식재료들을 보고 신선하고 모양이 가지런하고 예쁜 것으로 구매한다. 제철음식이 가장 좋다는 생각에 시기에 맞는 식재료를 구매하는데 요즘은 식재료 나오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냉이와 달래를 1월에 먹을 수 있다니…….내가 어릴 때만 해도 이렇게 빨리 나오지는 않았던 거 같다. 하우스 재배와 보관 기술이 좋아져 제철보다 빨리, 늦게까지 식재료 공급이 가능하니 확실히 편리하고 좋은 시대에 살고 있는 건 맞다. 제철음식이라는 개념이 많이 사라졌다. 그런데도 직접 식재료를 구매하고 음식을 만들며 느끼는 건 ‘역시 제철에 먹어야 하는구나!’ 다. 당도와 신선도가 제철에 먹는 것만큼 뛰어나지 않다.


모든 건 자신만의 때가 있다.

음식이고 사람이고…….

다만 그 때가 너무 늦게 오지 않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