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듯 한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장마가 끝나기 무섭게 에어컨 없는 생활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날씨의 연속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엔 주방에서 음식을 하는 게 여간 곤욕스러운 게 아니다. 그렇다고 식구들에게 주구장창 여름철 나의 시그니처 메뉴 콩국수만 해줄 수도 없고 불앞에 서야 하는 나와 먹어야 하는 식구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메뉴는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메밀소바가 생각났다.
메밀소바는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메뉴인데 아이들도 여름에 시원한 메밀소바 맛을 본 후로 즐기는 메뉴가 되었다. 그러나 메밀소바 만큼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간단해 보이지만 왠지 그 맛을 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에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았다.
유난히 더운 이번 여름, 주구장창 콩국수만 해먹을 수 없어 메밀소바에 도전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여러 레시피를 찾아보고 그 중 가장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레시피를 참고했다. 가쓰오부시와 메밀 면을 구입하고 나머지는 집에 있는 재료들로 가능하다. 의외로 간단한 재료에 도전 욕구가 급상승했다.
재료는 간장, 참치액, 설탕, 가쓰오부시, 쪽파(대파), 무, 김, 메밀 면이다.
메밀소바 국물을 만들기 위해 큰 냄비에 물을 가득 붓고 끓인다. 물에 간장과 참치 액으로 간을 해주고 설탕으로 단맛을 내준다. 설탕이 다 녹았으면 적당량의 가쓰오부시를 넣고 한번 후루룩 끓여준 후 가쓰오부시는 건져낸다. 준비된 국물은 식힌 후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준비한다. 국물이 완성 되었으면 국수에 올릴 고명을 준비할 차례다. 김은 5~6장 정도 프라이팬에 구워서 비닐봉지에 넣어 조물조물 잘게 부셔준다. 쪽파는 동글동글 잘게 썰어서 준비하는데 쪽파가 없으면 대파를 곱게 썰어서 준비해 준다. 무는 겉껍질을 벗기고 강판에 갈던가 아니면 블랜더로 곱게 갈아 준비해 준다.
이제 메밀 면을 삶을 차례다. 메밀 면이나 소면을 삶을 때의 포인트는 국수의 면발이 퍼지지 않는 게 포인트다. 끓는 물에 국수를 넣고 국수 면발이 뭉치지 않게 잘 저어주며 부르르 끓어 오를 때 찬물을 반 컵 정도 부어준다. 국수 면발을 저어주며 다시 한 번 끓어 오를 때 찬물을 반 컵정도 부어준 후 다시 끓어오르면 불을 끄고 재빨리 찬물에 헹궈준다. 이런 과정이 처음에 어렵게 느껴진다면 중간 중간 국수면발을 먹어보며 확인해도 상관없다.
메밀 면이 잘 삶아졌으면 그릇에 담아 시원하게 준비한 국물을 넣어주고, 쪽파, 곱게 간 무, 김을 고명으로 올려준다. 기호에 따라 와사비를 넣어주어도 좋다. 무는 작은 티스푼 하나 정도가 적당한 듯싶다. 처음에는 욕심을 부려 너무 많이 넣었더니 무의 매운맛이 국물에 퍼져 국물 본연의 맛을 헤치는 듯 했다.
“빨리 먹어봐. 모양은 완전 똑같지. 어때? 사먹는 거랑 비슷하지?”
“응 맛있어. 식당에서 파는 거랑 똑같은데!”
식구들 모두의 입맛을 만족시킨 또 하나의 메뉴가 완성되었다. 올 여름은 콩국수에 이어 메밀소바도 자주 먹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