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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혁 Apr 30. 2024

인생의 터닝 포인트

죽는건.. 무서웠다

난 괜찮지 않았다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그 모텔 창문 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지더니 멈추질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소리 내면서 울었다.. 꺼억꺼억

모든 게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꺼억꺼억 울면서 핸드폰을 집어 들고

아버지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


"저는 아버지가 밉습니다"


그러곤 술에 취해 잠이 든 건지

울다 지쳐 잠이 든 건지 알 수 없지만

눈을 떠보니 다음날 아침이었다.

머리는 깨질 듯이 아파왔고

핸드폰을 보니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와

아버지에게 온 문자 한 통

꽤나 긴 내용의 문자였는데

간추리자면 '힘들지만 이겨내자'

이런 내용이었다

힘내자 라는 아버지의 문자에

나는 전혀 힘이 나질 않았다

오히려 더 벗어나고 싶었다

그렇게 난 회사로 돌아가지 않았고

그날 처음으로 혼자서 영화도 보고

낚시카페도 가보고 저녁엔 삼겹살이 먹고 싶어서

고깃집에 들어갔는데

혼자라 안된다는 집이 꽤나 있었다

그래서 3번째 방문한 고깃집에선

직원이 "몇 명이서 오셨어요~?" 하기 전에

"여기 삼겹살 2인분 주세요"

하고 재빨리 자리에 앉았더니 자연스레 2인상이 나왔다

눈치 보면서 먹긴 했지만..

여차저차 저녁도 혼자 해결하고

늦은 저녁 다시 회사 기숙사로 돌아갔다

기숙사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 울기도 울었고 마음정리도 했으니 내일 눈을

                      떴을 땐 기분이 괜찮을 거야 "


혼자 속으로 이렇게 얘기하고 잠이 들었다.

하지만 다음날도 내 마음상태는 나아지질 않았다

그래도 출근은 해야 했고

아버지께 어제의 일도 말씀드려야 해서 사무실로 향했다

꽤나 긴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누다가

대화에 진전이 없을 때쯤

내가 질문을 하였다


"아버지는 인생의 권태기가 왔을 때 어떻게 하셨나요?"


한참을 생각에 잠기셨던 아버지가 나에게 말씀해 주셨다


"아빠는 인생의 권태기가 온 적이 없어

아빠가 군대에 있을 때 너 누나가 태어났고

전역하자마자 너의 엄마와 누나를 책임져야 해서

바로 현장에서 일을 시작했단다

그러다 12년이 흘러 너가 태어났고

늦둥이인 널 책임지기 위해 정말 열심히 살았어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거고

생각해 보니 아빠는 인생의 권태기가 찾아올 만큼

인생이 여유롭지 못했던 것 같구나"


그렇다.

아버지의 20대와 (아버지 59년생)

나의 20대는 (나 94년생) 시대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내 모든 질문에 항상 해답을 주셨던 아버지가

처음으로 나에게 모르겠다란 대답을 하셨다

그렇게 대답도 못하고 생각에 잠겨있던 나에게

아버지가 환한 미소를 지으시며


" 힘들면 여행 한번 다녀와 아들아 "

" 그래도 돼요? "

" 너무 길게만 아니면 괜찮아 "

" 네 알겠습니다 "


고민하지 않았다 망설이지도 않았다

알겠습니다 란 대답을 하곤 씻지도 않고

누구보다 빠르게 회사를 벗어났다

그렇게 나를 위한 여행이 시작되었다

첫째 날엔 해운대에 가서 바다를 봤는데

영화처럼  뭔가 영감이 떠올를 줄 알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둘째 날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카레집인

코코이찌방야를 가려고 울산에 갔다

그렇게 좋아하는 카레를 먹고 마지막으로

미용실에 들렀다

머리를 자르며 울산에 가볼 만한 곳을 추천받았는데

거기가 바로 울산에 있는 대왕암해변공원 이었다

마지막 날.

날은 아주 화창하였고

나는 작은 메모지와 볼펜을 들고 산책로로 향했다

거긴 파도가 절벽을 때리는 구조라

소리도 그렇고 정말 멋있었다

그렇게 걷다가 이상하게 끌리는 장소에 도착했다

사람 한 명 없는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장소.

혹시나 보는 사람이 있을까 눈치를 보며

조금 절벽과 가까운 곳으로 들어갔다

그러곤 큰 바위 위에 올라섰다

이 절벽에서 떨어지면 내 스트레스와

모든 것이 끝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떨어지면 정말 죽는다.

한발자국만 더 나아가면 정말 삶이 끝나는

그 찰나의 순간


난 무서워서 바로 바위에 누워버렸다.. 하하하..^^

바람은 살랑살랑 코를 간지럽혔고

파도는 절벽을 때리며 팡~~! 팡~~! 소리 내고

갈매기는 내 위를 자유롭게 날아다녔다

무언가 눈 감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다가

주머니에서 메모지와 볼펜을 쓱 꺼내 들었다

내면 속 자신과의 대화를 처음으로 하는 순간

이때가 내 인생의 첫 터닝포인트다

그렇게 볼펜으로 메모지에 질문을 하나 남겼는데

그 질문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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