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의 시작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버지의 신용 문제로 회사 명의는 나의 명의로 하였고
아버지가 경력직으로 채용해 두신 직원 4명과
내 오랜 친구 3명이 함께 초창기 멤버로 시작하였는데
친구들과 함께 일을 배우는 것도 즐거웠고
더군다나 집을 떠나 자유가 찾아왔으니
일이 끝나곤 매일같이 포장마차에 찾아가
친구들과 술을 마시곤 했다
그렇게 3개월쯤 지났을까?
첫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기존에 아버지가 2천만원 들고 시작하였는데
어느 순간 보니 이번달 직원들 월급 줄 돈이 부족한 것이었다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 했지만 결국
부가세를 건드리기 시작하였다
급한 불을 껐다 생각하였지만 부가가치세의 무서움을 전혀
모르던 이제 23살이 된 꼬마사장은 그렇게 안심했다
그 후로 즐거웠던 나날이 점점 지루해지기 시작하였고
3명이었던 친구들도 하나 둘 떠나기 시작하더니
결국 1명만 남고 나머진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여차저차 큰 돈은 벌지 못하였지만 아버지와 약속한 1년이 되었다
드디어 떠날 수 있는 약속의 시간이였지만
나는 불안했다
부가세를 건들기 시작하면서 시작됐던 채무가
2천만원 정도로 불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에게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거냐고 물어도
"괜찮아 다 잘될거야 조금만 견뎌다오"
라는 말씀뿐 별다른 행동도 조치도 하지 않으셨다
그렇게 나는 떠날 수도 없는 처지가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지막 남은 친구놈 마저 내 곁을 떠났다
혼자가 된 나에게 남은 거라곤 2천만원의 빚.
시간은 흘러 내가 24살이 되던 해
2천만원의 빚은 5천만원이 되었다
그때부터였을 거다 노래방에서
김준호 - 가족사진 노래를 부를 때마다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을때가.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번아웃이 와버렸다
모든 게 다 무기력해졌다
아무것도 그 무엇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매일같이 평일에 연장 근무를 하였는데
그 날은 너무나도 하기 싫었다
그렇게 공장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계신 아버지께
"아버지 저 오늘 연장근무 쉬어도 돼요?"
"그러렴"
아버지의 대답을 듣자마자 바로 샤워장으로 가 씻고,
동네로 나가 치킨 한 마리와 소주 3병을 들고
눈에 보이는 아무 모텔로 들어갔다
그 날 술이 왜이렇게 달던지
1시간도 안돼서 소주 3병을 다 마시곤
모텔 창문을 열었는데
그 풍경이 여태껏 내가 엄마랑 살던 집에서 봐왔던
그런 익숙한 풍경이 아닌
생전 처음 보는 너무 낯선 곳이었다
엄마한테 전화가 올 때면
괜찮냐는 질문에 항상
"그럼 별일 없어 난 괜찮아"
라고 대답하곤 했는데.... 괜찮긴 개뿔...
난 괜찮지 않았다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그 모텔 창문 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눈물이 한방울 떨어지더니 멈추질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소리 내면서 울었다.. 꺼억꺼억
모든게 원망 스러웠다
그렇게 꺼억꺼억 울면서 핸드폰을 집어 들고
아버지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