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시간으로 살펴보는 미국 공립학교
미국 중고등학교의 액티비티 중 스포츠에 버금가는 것으로 음악활동을 꼽을 수 있다. 오케스트라, 밴드, 합창부 등의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이 음악교육의 시작은 초등 3학년에서 악기를 배우는 시간으로부터 시작된다.
아이가 다닌 초등학교(미국공립)에서는 3학년부터 악기를 배우는 시간이 있었다. 음악시간에 악기만 배우는 것은 아니었다. 주 1시간은 일반음악(General Music) 시간이 있으며 이 시간에는 전교생을 담당하는 전담 음악선생님이 따로 가르친다. 그리고 악기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각 학년의 악기를 배우는 음악시간에만 와서 가르치고 학군 전체의 초등학교를 담담하며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등의 현악기를 중점적으로 지도했다.
우선 악기를 배우기 전 악기 렌트에 대한 정보를 먼저 알려준다. 특정한 날을 잡아서 학군 내 모든 초등학교에서 새로 악기를 배울 학생들을 초대해 악기를 빌리는 것에 대한 설명회를 가진다. 개인 악기상이 학교와 연계해서 렌트를 하는 방법 중의 하나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바이올린의 경우 한 달 렌트비가 약 $20 미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지금은 올랐을 것이다.
바이올린이나 비올라는 처음부터 사는 것이 꼭 좋은 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 아이들이 어려서 작은 사이즈의 악기를 사용하다가 점차 큰 사이즈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가급적이면 Full Size를 사용할 때 주로 산다. 다른 방법으로는 처음에는 악기를 렌트하고, 아이가 재미를 붙이면 적당한 것을 구입했다가 한두 해 사용 후 중고로 주고 새것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을 악기점에서 추천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3학년이면 악기를 배운다는 것을 대부분의 학부모는 알고 있지만 미리 배워오는 학생은 드물다.
어린 나이에 악기를 배우고 이미 남다른 투자를 하는 아이들은 모두 사립학교로 갔는지 궁금증이 생긴다.
아이가 다닌 공립은 좋은 초등학교라 모두 알고 있었음에도 미리 악기를 배우고 온 학생이 아무도 없었다.
완전 초보 학생들만 있는 교실에서 심심할 수 있다고 당시 바이올린을 배운 지 3년 정도 된 우리 아이는 악기 수업에 오히려 자기 교실에 남아 있으라고 했을 정도다.
그렇게 한 주에 한번 완전초보로 과외도 없이 배우기 시작하는 악기로 학기말이면 부모님들을 초대해 연주회를 한다. 당연히 첫해는 엄청 엉터리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아이들은 계속한다. 한 해가 지나 훨씬 실력이 붙은 다음 학년을 같은 연주회에서 보면서 부모들은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면 점차 나아지리라는 확신이 있어서 그런지 아무리 못해도 '너무 자랑스럽다' 표현해 준다. 뿐만 아니라 좀 더 잘하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학교에서 배우는 시간 외에 과외를 시키는 열성을 보이며 지출을 하는 학부모는 소수에 불과하다. 같은 학군 여러 개의 초등학교 전체를 놓고 보면 몇 명쯤은 악기를 진심으로 과외를 받으며 배우는 학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인원이 극소수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음악수업은 보다 규모가 커진다. 우선 교양필수 과목으로 일반음악 주 1시간 외에 오케스트라, 밴드, 합창부는 교양선택과목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 3시간 3학점 짜리다. 결국 음악시간을 주 4시간 수강하게 되는 것이다.
한주에 한 번씩 배우는 악기 수업이 대수롭지 않아 보여도 아이들은 나름대로 진심이어서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다가 중학생이 되어 큰 규모의 오케스트라, 밴드, 합창부 등의 보다 전문화된 면모를 갖추게 되고 시간도 주 3시간으로 늘면서 학생들의 실력도 한층 늘었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학생들에게 자녀들이 좀 더 악기를 더 잘 연주했으면 하는 경쟁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각자가 하고 싶은 만큼 하고 취미가 될 수는 있어도 전문음악인이 될 것이 아니어서 그런지 즐기면 그만이란 분위기다.
일 년에 두 번 연주회를 성대하게 개최하고 부모님과 전교생들을 초대하는데 이것이 즐길 것이 거의 없는 미국생활에서 지역사회의 하나의 문화활동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악기 과외를 받는 것은 바이올린의 경우 일반적으로 [주로 1주일에 한번, 25분짜리 수업이면 $30] 정도 지불해야 하고 [45분짜리 수업이면 $50]이었는데 이것은 팬데믹 이전의 가격이니 지금은 많이 올랐을 것으로 생각된다. 실력이 있고 유명한 선생들은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만약 과외를 받고 실력도 다른 학생에 비해 월등히 좋다면 Chamber Orchestra에서 활동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도 있다. 물론 더 많은 연습시간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별히 악기를 오래 배우고 월등히 잘하는 학생들이 드물긴 하지만 학교마다 극소수의 이런 학생들을 위한 음악회도 있다. 동부지역의 음악선생님들이 연합(약 20-25개 학교)해서 주최하는 연주회를 일 년에 한두 번 연다. 또 학교 대항 경연대회라도 출전할 때는 더없이 즐거운 여행이 된다. 미국학교에서는 단체로 여행이나 수련회를 가는 일이 거의 없다. 소풍도 없고, 수학여행도 없다. 때문에 연주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하는 여행은 같은 음악을 하는 친구들과의 여행이며 다른 학생들에게는 없는 기회를 누리는 뿌듯함도 있다.
이런 모든 상황은 학군에서 예체능 수업의 예산을 지속적으로 편성할 때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가끔 예산이 없어서 이런 프로그램을 없앤다 하는 지역을 보면 제일 먼저 제거 대상에 오르는 것이 음악이기도 하다. 지방정부(81%)와 주정부(연방정부의 지원 평균 8-13% 를 제외한 나머지)에서 교육예산이 집행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양질의 예체능 수업 프로그램을 누리는 것은 지역주민에게 감사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