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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무경 Jun 03. 2024

[제6장] 보상의 형태

어떤 형태로 앙갚음과 안갚음이 이루어지나? 

변용

변용은 선천적인 본성에 의해 앙분을 해소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어떤 형태로이든 해분하지 않을 수 없는 보상자들이 취하는 변칙적 방법들이다. 여기서는 대표적이라 할 만한 변용 보상의 방법 몇 가지를 설명해 보려 한다.      


돌려막기와 양망(兩亡함께 망하자는 물귀신 작전

보상자는 본래 자신은 안전하면서 상대만 해롭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여건이 되지 않아 상대만 해치기 어려우면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도 보복을 감행한다. 함께 폭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보복을 하려 한다. [물귀신 작전], [같이 죽자]는 의미의 복수이다.   

       

(擬報)

앙분된 보상심을 해소시키기 위해 때로는 보상이 실질적인 대상(원 대상)이나 대체 대상 없이 단순히 보상 행위의 형식으로만 끝내는 [의보(擬報)]도 있다. 이러한 형식적 보상은 실질적인 보상이 아니기 때문에  앙분 해소의 가장 좋은 방법일 수는 없지만, 실질적 보상의 길이 가로막혀 여의치 못한 사람들로서는 차선책으로 강구되어 다소간의 앙분을 해소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의보는 때로는 사회질서를 유지시키는 한 방편으로 제도화되는 일도 있다. 이때에는 일정한 보상 절차가 고안되어 의례화하기도 한다.     


[부관참시(剖棺斬屍)]

원수가 이미 고인이 되어 복수심을 의식시킬 수 없을 때 원수의 사후의 명예라도 침훼시켜 모욕을 주려는 의도로 간혹 시행되는 일로 무덤을 파고 관을 꺼내어 시체를 베거나 목을 자르는 부관참시가 있다. 부관참시는 중국 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적지 아니 행해졌다


부관참시는 또 영국에서도 있었다청교도 혁명이 있었던 때 종교 개혁가였던 올리버 크롬웰은 가톨릭 교회에 탄압받는 프로테스탄트를 보호하는데 신명을 바쳤으나 죽은 뒤에  찰스 2세에게 부관참시를 당하고 계속 효수되었다그 이후 바다 건너 프랑스에 가서 프랑스 전국을 조리돌림 되었다.    

      

시늉으로 갚기예양의 칠신탄탄(漆身呑炭)

중국 전국(戰國)시대 진(晉)나라 사람인 예양(豫讓)은 일찍이 육경(六卿)인 범씨(范氏)와 중항(中行)씨를 섬긴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자기를 정당히 평가해 주지 않으므로 역시 육경의 한 사람인 지백(智伯)을 섬기기로 했는데 지백은 그를 알아보고 매우 존중하고 총애했다. 지백이 조양자(趙襄子)를 치려다가 오히려 잡혀 죽자 예양은 산속으로 도망가서 탄식하여 말했다.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 죽고 여자는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 얼굴을 단장한다.'고 한다. 지백이 나를 알아주었으니 내 반드시 그의 원수를 갚고 죽음으로써 그 은덕에 보답하겠다.”     


그는 이름을 바꾸고 죄수로 변장하여 조양자의 궁전에 들어가 뒷간의 벽을 바르는 일을 하면서 비수를 품고 있다가 조양자를 죽이려 했다. 그런데 조양자가 뒷간에 들어가려 하자 어쩐지 살기가 느껴져 그를 수상하게 생각하고 잡아다가 심문을 했고 예양은 결국 음모를 자백하게 되었다. 조양자의 신하들이 그를 죽이려 하자 양자가 만류하면서 풀어주고 말했다. 


“의로운 사람이다. 지백이 이미 죽고 그 후사조차 없는데도 주인을 위해 원수를 갚고자 하니 이는 천하의 현인이다. 내가 조심하여 피하면 된다.”      

그런데도 예양은 그의 복수심을 버리지 않고 이번에는 온몸에 옻칠을 하여 문둥병 환자로 가장했을 뿐만 아니라 숯을 삼켜 목을 쉬게 해 목소리까지 변하도록 해서 본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한 뒤에 조양자가 지나다니는 다리 밑에 숨어 그를 습격하고자 했다. 


마침 조양자가 내를 건너려는데 그가 탄 말이 다리에 이르자 갑자기 놀라는 것이었다. 양자는 

“이는 필시 예양이 이 근처에 숨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고는 수색하여 예양을 찾아냈다. 양자가 말했다. 


“이제 그대가 지백을 위해 충절을 다했다는 명예는 달성했고 나 또한 그대에 대한 용서도 이미 충분히 했다. 이번에는 그대를 놓아줄 수 없으니 각오하기 바란다.”


“지난번에 공께서 신을 관대히 용서했으니 이번에는 신도 죽음을 당해야 마땅한 줄은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소원이 있으니 들어주십시오.”


예양이 이렇게 말했는데 그의 소원이라는 것은 조양자를 죽여 원수를 갚을 길은 없어졌으므로 죽기 전에 양자의 옷을 얻어 그것을 칼로 찌름으로써 형식적으로나마 원수를 갚는 것처럼 흉내를 내고 ⸺ 곧 의보(擬報)라도 하고⸺ 죽겠다는 것이었다. 


양자는 그의 의기에 크게 감탄하고 옷을 벗어 그에게 건네주게 했다. 그래서 예양은 양자의 옷을 칼로 찔러 원수를 갚는 시늉을 하여 명분을 살린 뒤에 칼을 땅에 세우고 그 위에 엎어져 자살했다.  

   

풍자로 갚기 

[연희(演戲)]

권력층에 대한 원한이나 억울함을 해분하기 위해 상대방을 풍자하거나 희롱하는 등 조롱을 통해 앙분을 해소하는 일은 적지 않은 의보의 한 방식이다. 산디(山臺)놀음ㆍ탈춤 등 풍자극은 직접적으로 표출시킬 수 없는 분노를 상대를 조롱함으로써 간접적으로 해소시키는 하나의 효과적인 의보이다. 


대상들의 약점이나 비리ㆍ모순 등을 비웃고 열등시하고 매도함으로써 억울함으로 유발된 앙분을 해소시킨다. 이로써 권력자들도 백성들의 억눌린 원념과 분노의 앙분을 가라앉혀 민란의 소요를 잠재우고 발 뻗고 편히 잘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지적했듯이 허식적이고 상징적인 의보는 보상의 본심을 근본적으로 해소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자가 이를 지나치게 각성하고 있으면 앙분의 해소 기능이 크게 여려진다. 그래서 의보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당자가 가급적 이를 몰각하고 있는 것이 좋다. 


상대방으로부터의 응징의 두려움 때문에 응보가 이루어지지 못해 해소시켜야 할 앙분이 쌓여있다면 응보를 최소한으로 줄이거나 응징의 위험이 없을 듯한 방법으로 이를 해소시키게 될 것이다.  

   

간접 보상

생물의 적응에 따른 보상

 호주의 붉은토끼풀은 포르모네틴이라는 물질을 생산하는데 이 물질은 이 풀을 뜯어 먹는 양들의 창자에 서식하는 미생물에 의해 강력한 에스트로겐 흉내쟁이로 바뀐다. 좋지 않은 기후나 곤충들 때문에 고군분투할 때 포르모네틴 생산량이 엄청나게 많아진다. …………붉은토끼풀은 동물들을 불임시켜 새끼 낳는 것을 방해해 다음 세대의 수를 줄인다. 그렇지 않으면 동물들이 붉은토끼풀을 초토화시킬 것이다.*


❰진회의 선믈 사랑의 작동 원리❱ 샤론 모알렘 옮긴이 정종옥 상상의 숲 237p]  

   

 푸에트리고 바다의 발광충 노필노카: 노필노카는 아주 조그마한 발광충인데 천적인 새우에게 잡혀 먹힘으로써 큰 피해를 받으며 그대로 두면 아마도 노필노카는 멸종할지도 모를 위기에 처해있다. 그러나 새우에 비하면 너무도 작고 무력한 노필노카가 새우에 맞서 위기를 모면할 수는 결코 없다. 


새우의 천적은 갑오징어인데 갑오징어가 새우를 잡아먹으려고 다가와도 새우가 잘 보이지 않아 성공하는 확률이 아주 낮다. 다만 새우가 움직일 때에는 그 새우가 잡아먹은 노필노카의 시체가 새우의 몸체 안에서 발광하는 것이 아주 잘 보이므로 그 틈에 새우를 잡아먹을 수가 있게 된다. 


노필노카는 죽으면서도 이렇게 갑오징어에게 새우의 위치를 노출시킬 수 있도록 빛을 냄으로써 천적인 새우를 역시 새우의 천적인 갑오징어가 사냥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한다. 그래서 새우의 숫자가 줄어들며 노필노카의 멸종 위기도 막는다.     


보상역습:

보상의 분량이 적정치 않을 때 지분을 많이 가진 과분자(過分子)가 지분이 작은 소분자(小分子)에게 보상량을 적정한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하는 해코지 행위. 예컨대 


�신분이나 재산이 과하게 차이 나는 남녀가 결혼한 뒤에 애정이 식으면 과한 쪽이 부족한 쪽에게 핍박을 가하거나 

�무능한 사람이 가입한 폭력단체에서 그 사람에게 무능한 만큼의 충성심이나 희생을 요구하면서 괴롭히는 등.      


전환(轉換)

보상의 정애를 투척하여 앙분을 배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모두 봉쇄되어 정애가 내연(內燃)만 하는 경우, 또는 정애의 유발 사태가 복합적이거나 원인이 불분명하여 도무지 적절한 보상을 하기가 어려운 경우 등이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앙분이 자신의 정신이나 신체에 던져져 버리는데 이렇게 앙분이 외부 대상에게 던져지지 않고 자기 자신의 내부에로 바뀌어 던져지는 현상을 전환이라 부르기로 한다. 


널리 알려져 있는 〘전환 히스테리〙라는 신경증적 증세도 이러한 양상의 하나로 생각된다. 오늘날에는 여러 가지의 신체적 증상들의 발병 원인이 심리적 작용에 있음이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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