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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우정 Jul 08. 2024

비 오는 날의 세차

고객은 적고, 생각은 많다.

어제저녁 9시 뉴스 일기예보에서 오늘 비가 온다고 했다. 이번주는 물론 다음 주까지 쭉 비가 온다고 한다.


"내일은 비가 옵니다"라고 예보하고, 정작 당일은 맑은 경우가 반대의 경우보다 많다고 느껴진다. 왜일까? 아마도 조금이라도 비올 가능성이 있다면 비가 온다고 하는 것이 욕을 덜 먹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맑다고 했는데 비가 오면 낭패인 일들은 다양하다. 그러나 비가 온다고 해놓고 실제는 맑으면 가지고 나간 우산을 계속 들고 다니는 수고로움과 나들이를 취소하고 집에서 보낸 시간에 대한 아쉬움 정도만 떠오른다.


일기예보가 틀리면  엘리뇨, 기후변화, 변화무쌍한 여름철, 예측의 한계 등의 핑계를 댄다. 드디어 오늘 뉴스에서는 "변칙 도깨비 장마"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오죽하면 일기예보가 아니라 일기중계라고까지 부를까. 물론, 하늘의 뜻을 책임질 사람이 없긴 하다.


책임질 사람은 없지만 대가를 치르는 사람은 있다. 비가 오면 세차 주문은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비 내리는 당일뿐만 아니라 비 오기 전날부터 주문은 없다. 주말에 비 온다는 예보가 있으면 당장 화요일인 오늘부터 주문은 뚝 떨어진다.


나라도 며칠 뒤 비가 온다면 세차를 미룰 것이다. 그러나 비가 그치고 당분간 비소식이 없으면. 비 맞은 차, 비 때문에 내부가 꿉꿉해진 차를 중심으로 세차 주문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그러니 비를 마냥 미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 당장 비가 오는데도 세차 주문이 들어오기도 한다. 차량은 지하에 있고 오늘은 운행 계획이 없는 고객이다. 계획적인 고객으로 사전에 예약을 하시니 고마울 따름이다.


 다음은 내부만 세차를 하는 경우다. 비도 오고 꿉꿉한데 내부에 먼지와 부스러기가 한가득일 때다. 또는 비 오는 김에 내부를 정밀하게 클리닝 하려는 고객도 있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이참에 대청소를 하는 것이다. 이외에 엔진룸 클리닝이나, 에어컨 클리닝(에바클리닝), 앞유리 유막제거 등이 들어온다.


이 중에서 내부만 세차할 때의 청소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차량 내부 오염 상태를 점검하고 계획을 세운다.

2. 좌석 위에 짐(가방, 옷 등)이 있다면 차량 밖으로 빼낸다.

3. 차량 내부의 바닥매트를 밖으로 뺀다.

4. 트렁크의 짐을 빼낸다.

5. 차량 바닥에 'BEFORE딱지'를 두고 찍는다.

6. 도어포켓이나 개방된 수납공간에 있는 물건은.

      비닐봉지에 별도 보관하고, 쓰레기는 버린다.

7. 예열된 스팀기 호스를 가져와 내부에 분사한다.

   1) 스팀을 분사할 때는 안쪽에서 바깥쪽 방향으로 한다.

   2) 한 곳에 가깝게 대고 집중 분사하지 않는다.

        (고온으로 손상될 수 있다.)

   3) 각 도어 틈새에 찌든 때도 제거한다.

        (특히 트렁크 열었을 때 양쪽 배수구 쪽)

   4) 손이 닿을 수 없는 틈새에 꼼꼼히 분사하여

         먼지가 나오도록 한다.

8. 바깥으로 꺼낸 바닥매트, 트렁크 바닥재에

      스팀을 분사하여 이물질을 제거한다.  

9. 청소기로 차량 내부의 이물질을 제거한다.

    (차바닥은 카펫 재질로 되어있어 있는데

      이물질을 빼내려면 가정용 청소기로는 어림도 없다.)

 10. 내부용 타월로 차내부를 닦아낸다.

 11. 내부용 유리타월로 내부 유리를 닦아낸다.

 12. 문틈새용 타월로 각 문의 틈새와 연결 부분을 닦아낸다.  

 13. 차량 바닥에 'AFTER 딱지'를 두고 찍는다.



이렇게 진행하면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오염이 심하면 더 걸리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외부세차보다 내부세차를 하면 만족도가 더 높다. 외부야 남보기 좋은 것이고, 내부는 직접 숨을 쉬고 생활하는 공간이니 그렇다.


얼마 전에도 비 오는 와중에 내부세차를 하며 결심한 것이 있었다. 아주 가벼운 천막? 어닝? 파라솔?을 검색하여 구비해야겠다는 결심이다. 이유는 운전석부터 열어가며 내부 청소를 할 때, 차 내부 안쪽은 괜찮지만 바깥쪽을 할 때는 등허리가 비에 젖기 때문이다. 또한 내리는 비 때문에 문 안쪽과 좌석 끝부분은 닦아도 닦아도 젖는다. 이럴 때 위쪽을 가릴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각 좌석마다 옮겨가며 사용할 수 있고, 차량에 휴대 가능하게 너무 무겁지 않은 것으로 사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다 문득 차라리 샵(가게)을 차리는 게 낫지 않나?라는 생각도 해본다. 샵과 출장에는 장단점이 분명하다. 물론 본거지가 있는 샵이 훨씬 장점이 많다.


날씨가 더우면 에어컨 틀고 하면 되고, 추우면 난방을 하고 하면 된다. 정말 가장 큰 장점은 화장실이 아닐까 한다. 화장실은 정말 부럽다. 반면 출장의 장점도 많은데 샵에 비해 고정비가 적고, 한 곳에 붙박이로 손님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출장 갔는데 화장실이 마땅치 않을 때, 해결하는 영업비밀은 기회가 되면 소개하려 한다.)


아무튼 비가 오면 고객은 적고, 생각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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