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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우정 Aug 26. 2024

'등가교환'과 '고가교환'

투명한 유리창 만들기

출장 세차 일을 하려면 기술 같지 않은? 기술이 필요하다. 물론 업계에서는 이것이 기술이라고 표현하지만, 기술이라고 하기엔 약간 망설여진다. 웬만한 것들은 일반인들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트렁크에 갖가지 세차 용품을 구비하고 주말에 시간을 들여 본인 자동차를 세차하는 사람들도 많다. 또한 외관의 오염은 누구나 봐도 깨끗한지 더러운지를 판단할 수 있고, 시간을 두고 닦으면 깨끗해지기 때문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고자 돈을 주고 출장세차를 불러 맡기는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고, 때로는 해봤던 일을 돈을 받고 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 많다. 몇 가지를 열거해 보면


-해봐서 아는데 정말 힘들었겠습니다. 

-해봐서 아는데 이 부분을 놓쳐서는 안 되지요

 (주로 놓치는 부분 : 백미러 아래, 앰블럼, 번호판, 문손잡이 안쪽, 와이퍼...)

-해봐서 아는데 건성으로 하신 듯합니다.

 (건성으로 보이는 이유 : 유리창 잔사, 물왁스 잔사, 틈새 물기 남음...)


엔진 오일을 교환하기 위해서 카센터에 가면, 수리기사에게 아는 척하지 않는다. 차체 높이는 어느 정도 올려서 오래된 오일은 어떻게 빼야 하는지, 새 엔진오일은 어떤 걸 써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반면 자동차 세차는 고수들이 많다. 내가 직접 세차하진 않아도 깨끗한지 아닌지는 누구나 평가할 수 있다. 그래서 세차가 어렵다. 몸을 써서(내부는 몸을 구부려서, 외부는 팔과 다리를 뻗어서, 왁스는 왕복 팔운동으로...) 하기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누구나 하는 일을 남다르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차를 마치면 고객에게 전화를 건다. 고객에 따라서는 "수고하셨습니다." 하며 바로 이동을 권하는 분도 계시지만, 꼼꼼히 검수를 하는 분도 있다. 심지어 휴대폰 라이트를 켜고 자동차 전체를 찬찬히 살펴가며 검수하는 분도 있다. 나름 평가의 시간인지라 긴장이 된다. 내 눈엔 절대 보이지 않던 얼룩을 차주는 단번에 용케 찾아내서 지적을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시간들이 쌓이다 보니, 쉽게 놓치는 부분을 한번 더 살펴보는 것이  습관이 됐다. 


세차를 마치면 방망이처럼 길쭉한 형광등을 켜고 자동차의 내외부를 스스로 검수한다. 외부의 경우는 형광등을 정면에서도 비추어 보지만 측면으로도 비추어 본다. 보는 각도에 따라 잔사가 보이기도, 안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끝나면 고객이 차키를 주고 올라간 방향으로 걸어간다. 고객이 걸어간 방향으로 30미터쯤 가서 마치 내가 고객인양 차량으로 천천히 걸어온다. 걸어오며 세차한 차량을 고객의 눈으로 보기 위해 노력한다. 이렇게 하면 신기하게도 미흡한 점이 보인다. 차에 바짝 달라붙어서 형광등까지 들이대며 볼 때는 보이지 않던 잔사와 얼룩이 멀리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천천히 고객처럼 다가오면 보이는 것이다. 


자가 검수 과정에서 자주 발견되는 것 중의 하나는 유리창에 남은 잔사다. 닦지 않은 것이 아니다. 닦았음에도 타월이 지나간 길을 따라 자국이 보이는 것이다. 미세하게라도 잔사가 남아 있으면 닦았으되 닦지 않은 것이 되고 만다. 이 유리창 잔사는 열심히 닦는다고 해서 남지 않는 것이 아니다. 초기 1년 동안 정말 방법을 찾아 헤맸다. 물론 방법은 알고 있다. 내가 찾는 것은 정말 티끌과 잔사가 남지 않게 하는 방법인데 그 방법은 빠르기까지 해야 한다.


배웠던 유리창 닦기의 정석은 "물기를 꽉 짜낸 타월(습기를 머금은)로 닦은 후, 마른 타월로 마무리한다."였다. 하지만 스킬 부족인지 잔사가 자꾸 남는다. 신문지로도 닦아봤다. 청소업체에서 사용하는 '스퀴지'로도 닦아봤다. 하지만 작업 편리성도 결과물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러던 중 나름 찾아낸 최선의 방법이 있다.


"에탄올 워셔액 또는 유리세정제를 마른 타월에 묻혀 1차로 닦고, 완전 건조 타월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타월을 사용할지도 고민이었다. 일반적으로 유리용 타월이라는 것을 판매한다. 올록볼록 엠보싱 형태의 타월도 있고, 스웨이드 천으로 된 것도 있다. 다 써봤지만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최적의 타월은 '타월의 모'가 짧은 것('모'가 긴 것은 '장모타월'로 자동차 도장면을 닦을 때 사용한다.)을 사용하면 된다. 


유리창 닦기에 빗대어 생각해 본다. 내가 할 줄 안다고 생각하거나, 하고 있는 것 중에 실제로 해봤을 때,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몇 가지나 될까? 쉽게 봤던 유리창 닦기도 여러 시행착오 끝에 최선이 아닐지도 모를 나만의 방법을 찾았다. 사는 동안 진심을 다해 간절히 방법을 찾은 것만이 내 것이 되는 것 같다. 


누군가 말하길 인생은 '등가교환'이라고 했다. 원하는 무엇을 갖고 싶다면, 반드시 같은 값어치를 내어줘야 한다는 말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다. 나의 경우엔 좀 다른 듯하다. 


무언가 갖기를 원하면 원하는 것의 액면 가치 이상을 줘야 얻을 수 있는 '고가교환'인 듯하다. 

이걸 가끔 까먹고 '하면 되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다가 큰코다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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