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주가 직접 집 앞이나 지하 주차장에서 하거나, 직접 하지만 셀프 세차장에서 하고,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면 주는 쿠폰으로 싼 맛에 하고, 이면도로 으슥한 곳에 빨간 글씨로 크게 '손세차'라고 써놓고 영업하는 손세차장에서 하고, 그럴듯한 간판-'OO카워시', 'OO디테일링'-등 고급화된 매장인 샵에서 하고,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야간에 하고 가는 월세차가 있고, 앱이나 전화로 연락하면 찾아와서 해주는 출장세차 등이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세차의 방법이 있지만
차주들은 나름의 방법이 정해져 있는 듯하다.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주유소에서 하는 자동세차가 아닐까 한다. 자동세차든 셀프세차든 자주 하면 깨끗해진다.
유튜브 등을 보면
운행을 하다가 엔진이 식기도 전에 찬물을 뿌려가며 하면 도장면이 상한다거나, 주유소 자동세차를 하면 스크레치가 난다거나, 주행 후 열받은 휠에 찬물을 뿌리면 휠이 상한다. 등 여러 가지 주의사항들이 있지만 이런 것들을 일일이 지켜가며 세차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가격이 저렴한 세차를 하면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다. 내부청소에 대한 아쉬움이다. 차주가 직접 한다면 청소기로 내부의 과자부스러기나 먼지등을 빨아들이고 타월로 대시보드, 의자 등을 닦는다. 그렇게 청소기로 흡입하고 타월로 닦아내도 손이 닿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의자와 콘솔박스 사이, 의자 아랫부분, 컵홀더의 안쪽 부분, 뒷좌석 안전벨트가 나오는 구멍 등이다. 이런 곳에 과자부스러기나 음료라도 쏟았다면? 닦거나 흡입할 수 없으니 한동안 그 자리에 머물러 있게 된다.
이렇게 블랙홀로 들어간 오염물은
몇 개월에서 몇 년을 그곳에 머물면서 곰팡이가 피어서 에어컨을 틀면 곰팡이 포자가 날리고, 수분이 있다면 고약한 냄새가 나게 된다. 냄새가 나게 되면 차주는 방향제를 사서 송풍구에 꽂는다. 방향제는 하나 둘 늘어가고 의자 아래 곰팡이는 점점 진한 냄새를 피워서 차 내부는 이상한 냄새로 가득 차게 된다.
차주는 냄새에 적응이 되어
못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어쩌다 동승하는 사람은 그 냄새를 맡고도 예의상 말하지 못한다. 다만 아이들은 직설적으로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적응이 돼서 조금 냄새는 나지만 괜찮아하던 차주는 그제야 문제점을 알고 검색을 한다.
차 안에서 냄새가 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에어컨이나 히터를 틀었을 때 냄새가 나는 경우다. 차량 내부 공조기의 에바(냉매가 흐르는)에 곰팡이가 생긴 것이다. 이것은 에어컨 에바 클리닝으로 해결 가능하다.
에어컨 에바가 오염된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방법은 한동안 주차 했다가 차문을 열었을 때, 곰팡이 냄새가 나거나, 식초, 빨지 않은 걸레냄새가 난다면 십중팔구는 에어컨 청소를 해야 한다. 또 에어컨을 가동한 직후에 위의 냄새가 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에어컨을 틀고 운행을 하면 에어컨 에바에 수분이 맺혀 곰팡이가 날리지 않는다. 곰팡이가 날리지 않으니 운행 중에는 냄새가 덜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손이 닿을 수 없는 곳에 오염물이 있는 경우다. 이때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전문 클리닝 업체에 맡겨야 하는 것이다. 특히 담배를 피우는 차주의 경우 차량의 천장에 니코틴이 배어 있어 냄새는 배가된다.
얼마 전에 구의동에서 실내클리닝 주문이 들어왔다. 제네시스 구형으로 연식이 좀 된 차량이었다. 차량의 상태를 보니 한동안 내부 세차를 하지 않은 듯했다. 실내 클리닝은 2가지 방법-하나는 의자를 모두 탈거하거나 하지 않거나-이 있다.
고객은 의자를 떼내고 하는 것을 주문했다. 40만 원 대 클리닝을 주문하셨으니 아마도 참다 참다 주문하신 듯한다.
현장에 도착해서 보니 공간이 여의치 않아 주변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통로에 차량을 배치하고 진행을 했다.
의자를 들어낸 바닥의 모습
의자 아랫부분의 광경이다.
사진을 보면 여러 먼지들과 액체가 뒤섞여 오염의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의자 레일과 콘솔박스 사이에 눌어붙은 곰팡이 자국은 의자를 들어내지 않으면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일반적인 내외부 세차를 할 때도 의자 아랫부분을 보면 이 정도로 오염이 돼 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의자를 앞뒤로 밀고 당기며 최대한 청소를 해드리지만, 손이 들어갈 수 없는 부분은 어쩔 도리가 없다.
위 사진처럼 사진을 찍어 보여드리면
그제야 해결책을 물어오신다. 신나게 설명을 해드리면, 꼭 해야 한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대부분은 "다음에 할게요"다.
'다음에 할게요'라고 말한 고객들이
다음에 진짜 하는 경우는 잘 없다. 만약 다음에 한다던 그 고객들이 모두 했다면 나의 대출금은 '0'원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다음'이란 말처럼 편리한 말이 없다.
'다음에 밥 한 번 먹자'라고 상대가 말했을 때, '언제? 어디서?라고 물으면 실례가 된다. 의례 '그러자'라고 답하지만 들은 사람도 반드시 밥을 같이 먹어야 한다는 의무감은 없다.
그러나 위 사진을 보면 지금과 다음까지의 기간 동안 차량의 내부는 점점 오염이 될 것이다. 뭐 '오염정도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오염물들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좁은 차량 내부에서 히터나 에어컨을 틀면 공기 중에 떠오르고 바로 내가 마시고 가족이 마시는 것이다. 이유 없이 병에 걸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객은 '다음에'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