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차는 헌 차처럼, 헌 차는 새 차처럼
3500여 대의 세차를 하는 동안 다양한 상태의 차량을 만났다.
고객들은 앱이나 전화로 예약을 한다. 앱으로 예약을 할 경우, 차종, 연식, 색상 등을 입력해야 하므로 나는 사전에 기본 정보를 알고 대비하게 된다. 연식이 오래된 차가 예약되면 '아이고 힘들겠구나'라고 지레 겁을 먹고 방문을 하게 된다. 반대로 연식이 1년 이내라면 '음, 껌이겠군' 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을 하게 된다.
'아이고 힘들겠구나'와 '음, 껌이겠군'이라는 섣부른 선입견은 실제로 방문해 보면 여지없이 깨지는 경우가 많다. 연식이 10년이 넘었는데도 새 차처럼 외관이 반짝이는 차가 있는가 하면 3~4년밖에 안 됐는데도 찌들어 있는 차가 있다. 결국, 사람의 피부를 잘 관리하면 동안이 유지되는 것처럼 자동차의 피부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엊그제 잠실 엘스 아파트에서 숨을 몰아쉬며 세차를 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분께서 이것저것 물어오셨다.
"제 차가 다음 주에 출고되는 데 광택을 내야겠죠?"
차주들은 광택을 왁스코팅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서 '광택을 낸다'는 것은 폴리싱기계(광택기)로, 컴파운드 약제를 사용하여, 자동차 도장의 흠집을 지우고 도장면을 평평하게 정리하여 도장면에 닿는 빛이 난반사에서 정반사되도록 하여 광도를 살리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고객들은 '광택을 낸다'라는 표현의 의미가 왁스를 바르거나 코팅을 하여 '광택도 내주나요'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새 차에 광택을 내는 건 아기 피부에 각질 제거제를 잔뜩 발라서 이태리타월로 박박 미는 것과 같습니다. 신차는 2년이 지난 후, 차량의 상태를 보시고 광택을 낼지 말지 생각해 보세요"라고 말씀드렸다.
갓 출고된 차의 도장 면은 아기 피부와 같아서 완전히 경화되려면 3개월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 기간 내에 힘을 주어 차체를 닦으면 흠집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차알못 차주는 차를 아끼는 마음?으로 신차를 주유소 자동 세차기에 밀어 넣는 분도 계신다. 과유불급인 경우다.
방문하여 세차를 마치고 나면
어떤 고객은 차량을 한 바퀴 돌아보며 까맣게 달라붙은 이물질을 발견하고
"이건 안 닦이나요?"라고 하며 손톱 끝으로 밀어 본다. 내가 실수로 놓친 것이 아니라면, 150도 고온에 10 바의 압력으로 스팀을 쏘며 타월로 닦았는데도 떨어지지 않은 오점은 세차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고객들이 손톱으로 오점을 밀어내려 한다.
우리는 운전석을 열기 위해 운전석 손잡이를 잡아당긴다. 거의 무의식 적으로 손잡이 안쪽에 손가락을 넣어 잡아당기게 된다. 운전석 손잡이 안쪽의 오목하게 파인 부분을 자세히 보면 십중팔구 자글자글한 세로 스크레치가 수도 없이 있을 것이다. 흰색차라면 검은 줄이 있을 것이고 검은색 차라면 회색 줄이 있을 것이다. 이 세로 스크레치의 범인은 바로 '손톱'이다. 그러니 이물질이 보인다고 해서 무심결에 손톱으로 밀면 흠집이 발생하게 된다. 이 또한 신차가 헌 차가 되는 과정이다.
지하 주차장은 없고 나무가 많은 아파트가 있다.
이렇게 나무가 많은 실외 주차장에 있는 차량은 오염이 남다르다. 어떤 오염이 있을까?
-도장면에 나무 수액이 달라붙어 있어 끈적끈적하고 거칠다.
-도장면에 나무 송진이 곳곳에 떨어진 채로 방치되어 얼룩이 많다.(장기 주차라면 호로-덮개를 씌워야 한다.)
-강산성의 새똥이 떨어져 도장면이 변색되어 있다. (바로바로 젖은 타월로 닦아야 한다.)
-보닛과 앞유리창이 만나는 곳(카울) 안쪽, 엔진룸 안쪽에 마른 낙엽이 있다. (화재 위험이 있다.)
-트렁크를 열면 보이는 양옆의 물골에 흙+낙엽+꽃가루가 뭉쳐져 있다.
이 모든 오염은 평소에 차를 타고 내리면서 잠깐씩만 살펴보고 바로바로 조치하면 깨끗하게 관리가 된다. 그러나 이게 말이 쉽지 매일 기억하여 실천하기는 어렵다. 새 차라면 애착이 있어서 자주 살펴보게 되지만 연식이 지나면 자기 차인데도 나 몰라라 한다. 그러니 월 1회는 셀프 세차장에 가거나 시간이 안 된다면 나 같은 출장 세차 업자를 부르면 된다.
지하 주차장의 경우는 천장에서 떨어지는 시멘트물을 주의해야 한다.
지하 주차장 천장은 도색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냥 콘크리트가 드러나 있다. 이런 표면에 결로가 생기거나 누수가 되면 표면을 타고 차체로 물이 떨어지게 된다. 평소에는 괜찮더라도 비가 오면 새는 경우도 있다. 이 물은 맹물이 아니라 콘크리트의 시멘트를 머금은 물이다. 이 물이 차체에 떨어져 시간이 지나면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러니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한다면 내가 주차할 자리의 천장을 한번 봐야 한다. 천장에 물얼룩이나 물이 흐른 흔적이 보인다면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자동차 관리에 대한 나의 생각은
'새 차는 헌 차처럼, 헌 차는 새 차처럼'이다.
오래된 차를 새 차를 바라보는 마음으로 꾸준히 관리하면 내구도가 올라가서 더 오래 깨끗하게 운행을 할 수 있고, 신차는 먼지가 좀 내려앉더라도 물리적 터치를 줄여야 신차급 반짝임이 오래간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