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평범한 날에 동료와 점심 식사 후 건물 1층에서 왼손엔 아아, 오른손엔 담배를 쥐고 아무 생각 없이 옆건물 지하 주차장 입구를 바라보고 있었다.'OOOO출장스팀세차'라고 랩핑을 한 차가 지하 주차장을 나와 쌩하고 내 앞을 지나갔다. '저건 뭐지? 출장을 와서 세차를 해준다? 가능한가?'라고 생각했었다. 이후 여러 경로로 알아보니 그런 업종을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퇴사 후 나는 내일 배움 카드로 2개월간 청소전문 학원을 다녔다.
학원 외벽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있었다. '청소가 돈이 된다' 그곳에서는 2개월간 청소업의 거의 모든 분야를 가르치고 있었다. 입주청소에 필요한 청소 방법, 사무실 청소에 필요한 장비 사용법, 일명 돌돌이라 불리는 장비의 사용법, 방충망 교체하는 방법, 에어컨 분해 청소, 세탁기 분해 청소, 껌딱지 제거 방법, 레인지 후드 청소방법 등등을 배웠다.
물론 배웠다고 해서 바로 돈을 받고 일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학원을 수료할 무렵, 나는 출장 스팀 세차를 해야 할지, 청소창업을 해야 할지 결정해야 했다. 영업직, 사무직, 관리직으로만 살아온 나는 청소든, 세차든 두렵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둘 다 할 수는 없으니 선택을 해야 했다. 청소학원을 수료할 무렵에 출장스팀세차 가맹 본사에서 세차 창업을 하면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한 1일 체험도 완료했다.
청소학원에서는 수료 후 개인 사업자 등록을 하고 각자 알아서 창업을 하라고 한다.
어렵지 않다고 한다. 이후 네이버 지도에 업체 등록하고, 블로그 운영하고, 인스타에 홍보하고... 그러면 된다고 한다. '그걸 나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학원은 학원일 뿐, 실전을 알기 위해서는 청소업체에 들어가 스태프로 현장 경험을 쌓은 뒤 창업을 하는 수순이 맞는 것으로 보였다. 반면에 출장스팀세차는 가맹계약을 맺고 2주간 교육을 받고 세차용품과 장비를 차량에 세팅하고 바로 영업활동 시작이라고 한다.
청소와 세차 두 가지 중, 나의 중요한 선택 기준은 혼자서 할 수 있느냐였다.
청소는 대부분 팀 단위로 움직여야 했다. 수요가 가장 많은 입주청소는 최소 인원이 3명은 돼야 하루에 2건 이상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하루에 2건 이상은 해야 인건비라도 건진다고 한다. 게다가 초보자들이 너무 많이 창업을 해서 저단가 후려치기가 횡행한다고 한다. 반면에 세차는 혼자서도 가능한 일이었다. 회사에서 23년을 버틴 나는 인류애가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혼자 하는 일에 끌리고 말았다.
출장스팀세차 창업교육에 입소했다.
같은 날 입소한 사람이 나 말고도 3명이 더 있었다. 3명 모두 이런저런 이유로 회사를 나오거나 업종을 변경하는 분들이라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엔 '동지애'라는 레이저가 발사되고 있었다. 그렇게 2주간 '닦고, 조이고, 기름치고'를 같이 배우고 '으쌰으쌰' 힘내자고 서로를 응원했던 동기들은 2024년 10월 현재, 나 빼고 다들 이 일을 그만두었다.
왜다들3년을 못 버티고 그만두었을까.
창업 후, 수시로 통화를 하고 두어 번 모임을 가졌으므로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나에게도 적용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