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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운랑 Jul 12. 2024

한 곡이라도 멋지게 연주하렴

이것도 내 욕심이다.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가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눈다. 그 소란스러움이 난 무척 좋다.


어느 날은 서로 다투고 방문을 '쾅' 닫으며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거나 서로의 잘못을 이르러 나에게 달려와서는 어느 편을 들어주기도 애매한 문제로 나를 난처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사이가 좋은 태어날 때부터의 평생의 라이벌이다.


오늘은 첫째는 기타를, 둘째는 우룰렐레를 들고선 서로의 합을 맞추며 노래를 불렀다. 아직은 연주라고 하기에 많이 민망한 수준이지만 서로가 재미있어하고 기타는 뭐니 뭐니 해도 폼이라며 다리를 꼬고 앉아 웃음이 끊이지 않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흐른다.


저 기타는 당근에서 5만 원에 산 것이다.

기타를 배우고 싶다는 아이에게 기타 5만 원, 기타 줄 5만 원 해서 10만 원짜리 기타를 선물로 주었다.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아이에게 새로운 기타를 사주긴엔 너무 돈이 아까웠다. 집에는 이미 전자피아노, 바이올린, 하모니카, 소금, 단소, 대금, 칼림바, 우쿨렐레가 있었고 그것들은 진짜 간혹만 소리를 낸다.


기타를 샀으니 이젠 기본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되니 학원비가 너무 많이 들었고 기타 레슨은 생각보다 비쌌다. 비교적 저렴한 청소년수련원에서 가르쳐 주는 기타는 영, 수 학원 시간과 항상 겹쳐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그러다 구청에서 지원해 주는 방과 후 온돌방수업 10회 무료수업을 찾아냈고 제법 거리가 있었지만 꾸역꾸역 데리고 다녔다. 그 덕에 아이는 동요 몇 곡을 기타로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주변에서 아이들이 크면 예체능 할 시간이 없으니 어릴 때 가르치는 게 좋다고 했다. 그 말에 동의는 하지만 맞는 말은 아니다. 시간 대비 가성비가 떨어진다. 피아노 학원을 몇 년씩이나 보냈지만 그만둔 지금은 겨우 몇 곡을 연주할 수 있을 뿐이다. 미술 학원도 몇 년을 즐겁게 다녔는데 정서적인 효과는 모르겠지만 기술적으론 커서 다닌 1년보다 못하다. 수영은 그래도 몸에 남아있는 것 같다.


악기 하나정도는 함께 연주할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에 비교적 쉽고 휴대하기 좋은 우쿨렐레를 몇 달 같이 배우러 다닌 적이 있다. 하지만 아이가 커서 중학교 음악 수행으로 우쿨렐레 연습을 할 쯤엔 초등학교 저학년 때 우쿨렐레를 배운 적이 있다는 사실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했고 그 말을 들은 나는 무척이나 허무했다. 그래도 안 배운 것보다는 낫겠지 하고 위로를 하지만 그러기에는 우리 집은 금전적으로 그렇게 여유롭지는 못하다. 나름 아끼고 아껴서 학원을 보낸 것이었다.


성인이 된 아이들에게 1인 1 악기, 1인 1 운동은 남겨주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하나 잘하지 못하는 뭔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느낌이 든다. 배웠다고 해서 반드시 잘할 필요도 없고 잘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안다. 이건 아마 엄마 욕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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