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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운랑 Jun 21. 2024

뭐 이런 것도 닮나?

좋은 것만 닮아라.

병원은 누구나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가고 싶은 병원이 있다면 그건 아마 아이를 원하는 사람이 아이를 만나러 정도일 것이다. 아픈 아이를 데리고 가는 병원은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아이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병원에 갈 확률은 높아진다. 나 역시도 열이 나는 아이 때문에 다산콜센터 120에 연락한 적도 있고 토하는 아이를 데리고 택시를 탔다가 죄송하다는 사과를 한 적도 있으며 아픈 아이 때문에 너무 당황하여 119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전업맘이었던 나는 아이들이 4살 때 처음으로 어린이집을 보냈고 조금이라도 아프면 집에서 돌봄이 가능했기에 다행히 아이들은 입원을 한 적도 없고 전염병도 거의 없다시피 지나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리 골절로 주민센터에 휠체어를 대여하러 간 적도 있고 콧구멍에 반창고를 구겨 넣어 빼러 가본 적도 있으며 초등학교 입학하자마자 성홍열, 중학교 시험 기간엔 독감,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오른쪽 손목 골절, 코로나, 성조숙증 검사, 알레르기 반응검사, 불안정한 생리주기검사 등을 거쳐 드림렌즈, 이빨 교정 등등 주마등처럼 수많은 병원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오늘도 병원을 다녀왔다.


어젯밤 아무 일 없이 잠이 들었던 아이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목이 아프다고 했다. 오늘은 토요일, 내일은 일요일, 모례는 대체공휴일이었기에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이럴 땐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 어디가 더 좋을까?'

옆동네 대단지 아파트 상가에는 여러 병원이 함께 있었고 이럴 경우 나의 선택은 항상 기다리는 사람이 적은 곳이었다. 다행히 아이는 목이 조금 부은 것 같단다. 그런데 아이의 목을 한참 살펴보던 의사 선생님이 살일 확률이 높지만 아이 목이 부어 보이니 갑상선 검사를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하셨다.

'갑자기 갑상선? 갑상선 항진증?? 편도염, 후두염, 인후염 같은 게 아니고요?'

솔직히 편도염, 후두염, 인후염도 뭐가 뭔지 구분을 없다. 나에겐 똑같이 아이 목이 아픈 거다. 갑상선은 피검사라 큰 병원에 가거나 자기네 병원에선 월요일과 목요일 오후에 가능하니 오늘은 안된다고 하셨다. 피검사 수거를 그때쯤 오시나 보다.


약국에 들러 처방전을 내고 약을 타서 아이와 함께 돌아오는 길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예전에 내가 어디선가 선천적으로 갑상선이 조금 부어있단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뭐... 이런 것도 닮나?'


혹시 모르니 갑상선 검사는 할 생각이다. 아이를 키우며 그 혹시 모르니는 찝찝할 바에야 검사를 하는 게 낫다가 되었다. 그게 아이뿐만이 아니라 나한테도 적용돼야 하는 건데. 내가 조금 아픈 건 병원 가나 안 가나 비슷한 고질병이라며 미루면서 아이 아픈 건 조금이라도 신경이 쓰인다. 아이한테 하듯이 부모님께 하면 난 진즉에 효녀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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