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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운랑 Jun 14. 2024

독립의 시간

어치피 낳을 거라면 일찍 낳아도 좋다.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다. 라떼는 노동절.


근로자가 아닌 아이들은 학교에 갔다. 중간고사 마지막 날인 첫째 아이는 1교시에 일찌감치 시험을 끝내고 친구들과 놀러를 나갔고 둘째 아이는 학교에서 백일장 및 사생대회 행사를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한다고 한다. 집에 덩그러니 남은 남편과 나는 캠핑의자 2개와 인근 가게에서 산 김밥 그리고 집에서 타온 커피를 가지고 인근 공원으로 향했다. 작으만한 수목원엔 어린아이들을 위한 모래놀이와 나무놀이터 등의 시설이 있어 가족나들이로 많이 가는 곳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날 어른들만 온 사람은 우리뿐인 것만 같았다.


아이들이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니 옛날만큼 붙어있지 않는다. 옛날에는 어딜 가나 따라왔었고 함께 다녔었는데 이제는 친구들이 좋고 차츰 독립을 준비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이건 나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을 조금씩 놓아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얼마 전에는 처음으로 아이들만 집에 놔두고 남편이랑 지방을 다녀왔다. 결혼 후 지방에서 둘만 서울로 올라온 우리에겐 급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그동안은 지방에 볼 일이 생기면 한 명은 가고 한 명은 반드시 집에 남아 있었다.


공원에 도착한 후 적당한 곳에 캠핑의자를 펴고 멍하니 나무랑 한강을 바라보며 따스한 햇살과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한 시간여 잠이 들었다. 어린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옛날 생각에 잠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다.


몇 년 후, 아이들이 20살 성인이 되면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나도 남편도 가족이라는 이름 하에 서로 의지하며 돕지만 각자의 삶을 살며 스스로의 생활은 책임질 수 있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보다 이렇게 남편 하고만 함께 하거나 혹은 혼자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질 것이다. 40대인 나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고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가게 될까? 아이들과 함께 했던 30대도 좋았지만 아이들이 없는 앞으로의 50대는 지금보다는 홀가분해져서 좋을 것 같다. 친구들에 비해 비교적 일찍 결혼하여 젊음을 누리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던 나는 요즘은 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다. 그게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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