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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운랑 Jun 07. 2024

첫 중간고사

서술형 0점 !!

4월 26일 금요일 ~ 5월 1일 수요일

올해 고등학생이 된 첫째 아이의 중간고사 날이다.


4월 29일 월요일 ~ 30일 화요일

지난해 자유학기제로 시험이 없었던 둘째 아이도 생애 처음으로 학교 시험을 쳤다.


둘째 아이에겐 미안하지만 둘째 아이 시험은 솔직히 걱정이 되지 않았다. 

고교평준화 지역이라 영재고나 자사고를 가지 않는 한 중학교 성적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시험이라는 제도에 익숙해지고 그동안 배워왔던 것을 확인해 보는 시간인 것이다. 둘째 아이에겐 이렇게 너그러운 시간이 첫째 아이에겐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 못내 미안하다.


하지만 여전하게도 첫째 아이의 고등학교 첫 시험은 너무나도 신경이 쓰였다.

아이도 걱정이 되었는지 여유로운 말과 행동에도 불구하고 시험 이틀 전 담임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점심을 먹고 한 시간 후 간지러워서 보건실에 갔더니 아이 몸에 두드러기가 나있고 이를 본 보건선생님께서 병원에 바로 가보라고 하셨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출근을 하지 않는 날이라 아이를 병결 조퇴 시켰다. 피부과에 가서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받고 연고를 발랐더니 금방 가라앉아 상태가 호전되었다. 하지만 다음날 밤 두드러기가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더니 약을 먹고 연고를 발랐음에도 시험 치는 당일 아침 손, 팔, 가슴, 등, 엉덩이, 허벅지 어디 하나 괜찮은 곳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열감이 느껴지는 붉은 두드러기가 온몸을 뒤덮었다.


'이걸 어떻게 하지?'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시험은 1,2교시라 10시면 마쳤다. 어차피 아침엔 문을 연 병원이 많지 않았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공부가 무슨 소용이냐 건강한 게 최고지.'가 계속 되뇌어졌다. 하지만 몸이 건강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학생이니 공부가 최고가 된다.


결국 1교시 영어, 2교시 과학 시험은 엉망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하교하는 아이를 데리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주사를 맞고 저번보다 독한 약과 연고를 처방받았다. 정확한 원인을 알려면 피검사를 하러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원인이라면 나도 알고 너도 아는 중간고사 스트레스와 면역저하가 99.99% 일 것이다. 특별히 먹은 음식도 갑자기 바뀐 환경도 없었다. 그 시험이라는 것이 도대체 뭐길래 여러 사람을 울고 웃고 안쓰럽고 마음 졸이게 하는지 모르겠다. 


먹으면 잠이 올지도 모른다는 약을 먹이고 아이를 푹 재웠다. 내일은 토요일, 일요일 그리고 중간고사 기간은 아직 3일이나 남았다. 그리고 이런 시험기간은 앞으로 11번과 재수를 하지 않는다면 1번의 수능이 남아있다. 그러고 나면 20살 어른이 되는 걸까? 아이가 크는 것이 아까워 천천히 컸으면 하지만 시험을 생각하면 남은 3년이 후딱 지나갔으면 좋겠다. 고등학교 3년은 시험이 다가 아니라 분명 즐거운 추억들이 함께 하겠지만 수시라는 것, 수행이라는 것, 학생부 종합과 학생부 교과... 라떼는 없던 것들이라 아이들에겐 어떤 의미로 남을지 모르겠다.


다행히도 남은 3일은 두드러기가 재발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갔다. 하지만 중간고사가 끝나고 결과가 나올 즈음 사회선생님께서 아이가 서술형 답안 1번과 2번 답을 바꿔 적어서 0점 처리가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주셨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영혼 없는 웃음이 나왔다. 이미 지나간 일인데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가장 속상해해야 하는 사람은 아이인데 내가 더 속이 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중간고사가 끝났다며 친구들과 놀러를 나갔다. 그리고 그 나들이는 멤버를 바꿔가며 며칠이 계속되었다. 그래, 친구와 사이좋게라도 지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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