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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운랑 May 31. 2024

당당하게 거짓말할래요

거짓말은 일 년 중 딱 하루만

04월 01일 

대망의 만우절 아침이 밝았다.

평상시와 달리 깨우지 않아도 잘만 일어난 두 아이는 음흉한 웃음을 흘리며 누구보다 먼저 학교로 향했다.

책상을 엎어놓을까? 1학년 1반과 2학년 1반 아이들을 바꾸어 놓을까? 언니, 동생 명찰을 바꿔서 달까? 등 라떼도 했던 언제 적 장난을 치는 것인지 모르겠다. 부디 선생님들께서 이쁘게 봐주셔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야 할 텐데 걱정이 앞선다. 


사실 만우절 장난은 지금 아이들보다 내가 어릴 때가 더 심했다. 교실 문을 열면 분필지우개가 떨어지게 하거나 물주머니를 달아놓기도 했는데 선생님들께선 이미 안다는 듯 대부분 피해서 들어오셨다. 만우절 장난을 하나의 행사로 여기고 같이 즐겨주시는 선생님도 계셨지만 오히려 눈물 빠지게 혼을 내는 선생님도 계셨다. 여고에서는 지금 생각하면 민망하지만 컵에 우유를 부어놓고 저희들의 정성이라며 젊은 총각선생님을 놀리는 일도 있었다.


 "지금 너희는 만우절 아니어도 거짓말 많이 하고 다니면서 무슨 만우절을 또 챙기냐?"며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마음 놓고 친구를 속여 보고 속아도 보고 장난을 친 친구를 마음껏 용서도 하고 만우절을 핑계로 평소 하지 못했던 마음속 고백도 해보는 날이 마냥 밉지만은 않다. 거짓말을 해도 되는 날이라는 것이 분명 좋은 의미의 날은 아니지만 수위만 조절할 줄 안다면 즐거운 추억이 가득한 날이 되어 줄 것이다. 하지만 다행인 건지 불행인 건지 만우절은 점점 사라지는 느낌이다. 친구들 사이의 장난과 농담이 학교폭력으로 되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아슬아슬함이 걱정스러워 나 역시도 아이들에게 장난치는 것을 만류하고 입조심을 시킨다. 그것이 내심 슬프기도 하다.

 

'그런데 만우절은 언제부터 있었을까?'


만우절에 관한 이야기는 15세기 초 제프리 초서가 쓴 '캔터베리 이야기' 속 '수녀와 수도사의 이야기' 편에서도 나온다. 이야기 속에는 잉글랜드의 왕 리처드 2세와 보헤미아 공주 앤의 약혼식을 3월이 지난 32일에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사람들이 그것을 5월 2일이 아닌 3월 32일 즉, 3월 31일 다음 날인 4월 1일로 착각을 했다는 것이다. 


가장 유명한 것은 율리우스력에서 그레고리력으로 바뀐 1582년 일어난 일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설이다. 1582년 프랑스에서 달력을 율리우스력에서 그레고리력으로 바꾸면서 새해가 3월 25일에서 1월 1일로 변경했는데 일부 사람들은 이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3월 25일을 계속 새해로 축하했다고 한다. 이들을 조롱하기 위해 4월 1일에 사람들을 신년 파티에 초대하고 바람을 맞히거나 가짜 새해 선물을 주고 속이는 장난을 치기 시작했고 이것이 만우절의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그 밖에도 인도의 홀리 축제에서 유래했다는 설, 노아의 홍수와 관련된 성경 이야기에서 유래했다는 설, 프랑스 왕 샤를 9세의 결혼기념일과 관련된 설 등은 오랜 시간 만우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만우절 거짓말이 있다.


1950년 네덜란드에서는 피사의 사탑이 무너졌다는 보도를 했다.

1962년 스웨덴에서는 흑백 TV 화면에 나일론 스타킹을 씌우면 컬러로 방송을 있다는 거짓 방송을 내보냈고 이를 사람들이 그대로 따라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1957년 영국의 BBC는 스위스에 이상기온으로 나무에 스파게티가 열렸다며 농부들이 나무에서 스파게티를 뽑아내는 모습을 내보냈고 이 뉴스를 본 사람들이 스파게티 나무 재배법을 문의하려고 BBC에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1996년 미국 회사 타코 벨이 자유의 종을 사들여 타코 자유의 종으로 이름을 변경했다는 내용을 뉴욕 타임스에 실었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고 연락하니 백악관 대변인 마이클 맥커리가 링컨 기념관도 팔려 포드 링컨 머큐리 기념관으로 이름이 바뀔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2008년 BBC는 남극에 하늘을 나는 펭귄 무리가 발견되었고 몇몇은 추위를 피해 남미까지 온다는 내용의 가짜 뉴스를 전하며 테리 존스가 직접 남극을 찾아 펭귄들의 비행을 목격하는 가짜 영상이 함께 제시되어 사람들을 속였다고 한다.


해외의 사례는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만우절 거짓말과는 스케일이 다르구나.


나에게 4월 1일은 즐거웠던 이야기가 많은 날이다. 아이들에겐 4월 1일은 어떤 날로 기억될까? 부디 아이들에게도 즐거움이 가득한 날로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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